고덕지구 재건축 붐의 시작…"입주민 30~40대가 많아”

[편집자주] 대한민국 가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과 대단지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축 아파트는 주차 편의성 등에서 단독주택이나 빌라, 오피스텔 및 구축 아파트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단지 규모까지 갖추면 커뮤니티 시설의 활성화로 단지 안에서 대부분의 일상생활 향유가 가능해진다. 이렇다 보니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집값 상승률도 더 높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부동산 시장을 리딩하는 주요 아파트 현장을 심층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대상 아파트는 국민은행이 매년 연말 선정하는 시가총액 상위 50위 단지인 ‘KB 선도 아파트 50’에 속하는 단지들이다(※시가총액=모든 세대의 집값 총합, 시가총액이 더 높은 곳의 개별 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라는 것은 아님, 대단지 아파트는 개별 아파트가격은 높지 않아도, 시가총액은 높을 수 있음).

서울 강동구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문주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고래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고덕시영아파트를 3659세대 규모로 재건축 해 2016년 12월 입주한 단지다.

강동구 고덕동 일대는 1980년대 초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공아파트가 고덕주공 1~7단지까지 지어졌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시영아파트가 고덕시영으로 건설되면서 대규모 주거 지구로 개발됐다.

이후 고덕주공과 고덕시영이 노후화 되면서 2009년 현대산업개발이 고덕주공 1단지를 1142세대 규모의 '고덕 아이파크'로 준공했다. 고덕동 1호 재건축 단지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 시장 침체가 겹치며 고덕동 재건축 사업은 지지부진해졌다.

이후 고덕동 일대는 2014년부터 다시 재건축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고덕동에서 두 번째로 재건축 된 단지가 바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맺고 재건축 한 고래힐이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고래힐) 단지 내 인공 폭포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고덕동 대규모 신축 시대 막 열어

고덕주공 1단지가 2009년 가장 먼저 고덕 아이파크로 재건축을 마쳤지만, 세대수가 1142세대로 예전 고덕시영(현 고래힐, 3659세대) 단지 규모에 비하면 작은 편에 속한다.

특히 1단지에 이어 가장 규모가 컸던 고덕주공 2단지와 3단지가 상당 기간 재건축 사업이 올스톱 되면서 고덕 아이파크 이후 기대되던 연쇄 개발 붐이 일어나지 않았다.

숨죽이던 고덕동 재건축 상황에 다시 물꼬를 튼 단지가 고래힐이다. 특히 2009년 입주한 고덕지구 1호 재건축 단지인 고덕 아이파크가 세월이 흘러 2세대 구축 아파트에 속하게 되면서 신축 아파트 단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

이 때 고덕시영 아파트가 고덕동 일대에서 가장 대단지였던 고덕주공 2단지와 3단지보다 먼저 재건축에 착수해 고래힐로 탄생했다.

고덕시영이 2010년대 이후 3세대 신축 아파트인 고래힐로 2016년에 새롭게 탈바꿈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덕주공 2단지와 3단지도 자극을 받았다.

고래힐의 완공과 비슷한 시기 고덕주공 2단지도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SK건설을 컨소시엄 시공사로 선정해 재건축에 들어가 지난해 9월 4932세대의 ‘고덕 그라시움’이 완공됐다.

3단지도 2017년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재건축한 '고덕 아르테온'을 착공했다. 이 단지는 4066세대 규모로 올해 2월 공사를 마치고 입주를 시작했다.

또한 고덕주공 4단지가 '고덕숲 아이파크'로, 5단지는 '고덕 센트럴아이파크', 6단지가 '고덕 자이', 7단지는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로 재건축을 완료하거나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연이은 재건축 공사를 통해 고덕동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 고래힐이다.

고래힐이 2016년 신축 단지로 입주해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인근의 노후화 된 구축 단지들이 일제히 자극을 받고 재건축에 착수해 고덕 지구에 현재와 같은 대규모 신축 아파트 밀집촌이 형성된 것이다.

고래힐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부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 신축 단지 주거 편의성 높아

고래힐은 지하철 5호선 고덕역이 걸어서 5분(가장 인접한 동 기준)이지만, 세로로 길게 펼쳐져 있는 단지 구조로 인해 역과 가장 떨어져 있는 동은 도보로 고덕역에서 20분 정도 걸려 거주하는 동에 따라 지하철 역세권 여부가 갈린다.

녹지가 풍부한 고덕지구 특성상 고래힐도 단지 남서쪽으로는 까치근린공원이, 단지 남동쪽으로는 두레근린공원이 양옆으로 단지 남쪽 입구를 나란히 감싸고 있어 숲 속을 지나 단지 초입에 들어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직장과의 접근성, 이른바 ‘직주근접’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대표적인 서울 3대 업무지구인 광화문(CBD), 여의도(YBD), 강남(GBD) 지구 모두 고래힐에서 지하철 이용 시 5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잡아야 한다.

자차 이용이나 버스 이용은 더욱 불편하다. 여의도나 광화문은 출퇴근 시간 기준 1시 20분에서 30분 이상 걸리고, 출퇴근 시간이 아닌 경우에도 1시간 정도 평균적으로 소요된다.

강남 접근성은 광화문 및 여의도보다 좀 낫지만 그래도 차량 이동시 출퇴근 시간은 1시간 가까이 걸린다.

고래힐은 4000세대에 가까운 대단지인 만큼, 배정 초등학교도 두 곳으로 묘곡초등학교와 명덕초등학교가 단지 인근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고덕초와 강덕초 초등학교 두 곳이 바로 단지와 인접해 있는 더블 초품아인 인근의 고덕 그라시움, 역시 고현초와 고일초가 단지와 맞붙어 있는 고덕 아르테온과 달리 고래힐 배정 초등학교는 모두 고래힐 주변의 까치근린공원과 두레근린공원을 지난 곳에 위치해 있어 초품아 단지는 아니다.

고래힐은 2010년대 이후 지어진 3세대 신축 아파트 답게 사우나와 헬스장, 골프장, 독서실 등 커뮤니티 시설을 충실히 갖추고 있어 주거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폐율 또한 19%로 낮아 비교적 동간 거리고 넓어 단지 내부가 쾌적하고, 조경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창호 역시 구축 스타일의 쇠창살 창호가 아닌 건축비가 비싼 입면분할 통창을 채택했고, 하단부 대리석 마감, 저층부 필로티 설계 등 신축의 기본 스펙을 빠짐없이 구비했다.

고래힐 단지 내 조경물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 “인근 그라시움·아르테온보다 5000만원 싸”

최근 고래힐은 84㎡(34평) 15억5000만원, 59㎡(24평)가 12억원 선에서 실거래 되고 있다. 고래힐 바로 옆 단지인 고덕 그라시움과 아르테온은 동일 평형이 약 5000만원 정도 높은 가격에 매매 되고 있어 고래힐이 고덕 신축 단지 중에선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약간 낮다.

고래힐 단지 인근의 R 공인중개소 대표는 “2016년에 입주한 고래힐도 신축이지만, 그라시움과 아르테온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입주한 그야말로 최신축 단지로, 아무래도 세세한 만듦새에 있어서 그라시움과 아르테온이 좀 더 앞서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고래힐 단지 인근의 W 공인중개소 대표도 “고래힐이 그라시움, 아르테온과 나란히 붙어 있다보니 아무래도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초등학교가 바로 인접한 그라시움, 아르테온과 달리 고래힐은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초등학교가 조금 떨어져 있는 것도 가격 차이가 나게 만드는 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고래힐 단지 인근의 H 공인중개소 대표 역시 “고래힐은 비슷한 시기에 들어선 아현뉴타운의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비교하면 확실히 가격이 저렴하고, 인근 고덕 신축 단지들과 비교해도 시세가 약간 낮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84㎡ 기준 2010년대 중반 이후 입주한 서울 신축 상당수가 주택대출 제한 기준이 되는 KB시세 15억원을 넘겨 대출이 막혀있지만, 아직까지 고래힐은 KB시세가 15억 미만으로, 대출이 나오는 희소한 서울 신축 단지라 가성비가 좋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 신축 치고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출이 나오는 만큼, 입주민의 70% 정도가 30~40대로 이뤄져 있어 젊고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고래힐의 강점”이라고 귀띔했다.

고래힐 단지 내 정원 시설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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