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대산공장 정문.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글로벌 환경 규제에 맞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친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주유소를 활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수익 창출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규제에 맞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탄소중립 그린성장'을 선언했다. 탄소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오는 2050년에는 지난해의 약 70%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의 탄소배출량은 작년 한해 동안 678만톤에 달했다. 새 성장 전략에 따라 오는 2050년에는 탄소배출량이 499만톤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목표 저감량 179만톤은 소나무 1270만 그루를 새로 심어야 정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과정에서 관련 신사업에 진출해 미래 성장동력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로 세웠다.

탄소중립 성장은 사업 성장에 따른 탄소 배출량 증가와 동등한 수준의 감축활동을 펼쳐 탄소배출 순증가율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국내 정유사 또는 석유화학사 중 일반적인 탄소중립 성장 대신 미래 탄소배출량을 현재 수준보다 대폭 줄이는 친환경 성장전략을 공표한 곳은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기존 공장 운영도 친환경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오는 2024년까지 현재 보유 중인 3기의 중유보일러를 LNG보일러로 교체한다. 한국전력 등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력도 2050년까지 전량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대체해 연간 총 108만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공정을 최적화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 해외온실가스 감축 사업에도 투자, 추가 배출권도 확보하기로 했다.

대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 석유정제·석유화학 산업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964년 국내 최초 민간 정유회사로 첫 발을 내딛었다. 충남 서산시 대산읍 330만㎡ 부지에 자리잡은 대산공장은 하루 69만배럴 규모의 원유정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는 중질유를 다시 한번 분해할 수 있도록 설비를 고도화해 고부가가치 석유 제품의 생산 비중을 높이며 이른바 '지상유전의 꿈'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친환경 고품질 석유제품을 국내와 전 세계 20여개 나라에 공급하고 있다.

연산 120만톤 규모의 혼합자일렌(MX) 생산 공장, 연산 142만톤 규모의 방향족 제품 생산 공장은 원유에서 방향족에 이르는 석유화학 아로마틱 사업의 수직계열화도 완성했다. 또한 연산 100만톤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과 타이어와 프린터 잉크 등을 생산하는 제철화학 공장은 사업 다각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상업용 유류 저장사업도 펼치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윤활유 신제품 '엑스티어'를 출시, 엔진오일 시장에도 진출했다. 윤활유는 고도화 공정에서 나오는 잔사유를 처리해 만든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해 생산하는 제품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제품 생산량은 연간 18만배럴에 이른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앞줄 왼쪽)과 한환규 부사장(앞줄 오른쪽) 등 임직원들이 지난 6월1일, 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한 주유소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오천주유소에서 영업 개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 주유소 업계 2위로 도약…친환경 에너지원 공급 확대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6월부터 SK네트웍스 주유소 300여개의 운영권을 인수해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 1999년 한화에너지플라자 주유소 운영권을 인수해 업계 3위로 올라선 지 20여년 만에 다시 한 단계 도약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전국 주유소는 2500여개로 SK에너지(3100여개) 다음으로 많다.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 인수를 두고 시장에서는 제품 공급 채널을 늘리며 판매 안정성을 대폭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수출 시장에 비해 내수 경질유(휘발유, 경유, 등유 등) 시장은 상대적으로 수요 기반이 탄탄해 변동폭이 작은 편이다. 이 같은 시장에 하루 2만배럴의 고정 공급 채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인수 주유소의 절반 이상인 159개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수도권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열세였던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 수는 기존 591곳에서 750곳으로 무려 27%나 늘어났다. 거주 및 유동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수도권 주유소 확보가 매출은 물론 인지도 제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시장 2위 도약을 계기로 고객들이 주유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공간을 활용해 패스트푸드, 편의점, 창고대여 등 수익사업뿐 아니라 여성안심택배, 무인도서 반납함 등 다양한 민관협력 공익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환규 현대오일뱅크 영업본부장(왼쪽)과 차지인 최영석 최고전략챔이자(CSO)가 지난달 7일, 경기도 성남 차지인 판교연구소에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또 최근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전기차 충전소도 3년 내 10배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직영주유소 20곳에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소를 오는 2023년까지 200개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인 차지인과 도심권 주유소에 100㎾급 이상의 충전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외에도 수요가 늘고 있는 전기 화물차 시장 선점을 위해 유통업체 물류 센터에 전용 충전소를 설치하고, 접근성 좋은 드라이브스루 매장과 대형 편의점에도 진출, 전국적인 전기 충전소 네트워크를 확보할 방침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에 따르면, 지난해 9만대인 전기차 보급대수는 2030년 3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충전기 보급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뎌 지난해 3.91대에 불과했던 충전기 1개당 전기차 대수는 2023년 11.1대, 2025년에는 14.8대로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충전속도가 빠른 50㎾급 이상 급속 충전기는 고객들이 선호하지만 2025년에도 전체 충전기의 2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급증하는 전기차 고객을 주유소로 유치해 프리미엄 세차 등 기존 플랫폼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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