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경제와 일상생활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상생경영과 사회적 가치활동도 끊임없이 변화와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이전의 상생이 사회적으로 선한 행동을 해야한다는 당위적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기업 이윤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장기적 투자이자 종국에는 가치창출 방안이라는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상생활동을 실천하는 착한기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SK이노베이션 로고.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SK이노베이션은 협력사들과 직접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는 2차, 3차 협력사가 없다. '원청-원도급사-하도급사'로 이어지는 거래과정을 없애고, '원청-협력사'로 거래관계를 단순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결제대금 지급, 공사 관리, 노무 관리 등을 효율화했고, 복잡한 도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금, 복리후생 등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회사와 직접 거래를 하는 협력사들에게 공장 내 부지를 활용해 정비동 및 사무실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 협력사들이 현장 사무실을 두는 것은 큰 부담이 되지만, 중소 협력사들의 부담을 덜고자 지난 1997년 '협력사 정비동'을 준공했다.

이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모든 협력사와 직접 거래관계를 맺고 있어, 협력사의 성장이 곧 SK이노베이션의 성장에 직결된다는 인식도 강하다. 이를 위해 SK그룹의 협력사 CEO 대상 동반성장 아카데미와는 별개로 '협력사 CEO 세미나'를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이는 협력사 CEO들의 경영 역량 향상을 위한 강연을 제공하기도 하며, 협력사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울러 매년 SK 관계사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SK 동반성장 협력사 채용박람회'를 통해 인력난에 허덕이는 협력사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협력사 구성원들의 역량향상을 위한 교육 기회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전기, 계기 등 설비 분야와 안전분야에 대한 교육과정도 수시로 개설하고 있으며, 협력사 구성원들의 자격증 취득 및 자격 유지도 지원 중이다. 뿐만 아니라 협력사의 경영, 생산성 혁신을 위한 컨설팅 및 설비도입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직원이 전기차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뿌리 깊은 '한솥밥 문화'

SK이노베이션의 오랜 기업문화로까지 자리매김한 '협력사와의 상생'은 과거 유공시절부터 이어오던 '한솥밥 문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SK의 노사문화는 줄곧 '한솥밥 문화'라고 불려 왔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은 노사 간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사는 한솥밥을 먹는 한 식구다. 식구끼리 싸우면 집안이 어떻게 되겠는가. 한 식구가 합심해 제품을 만들어 싸움은 밖에서 다른 경쟁업체와 해야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영자와 근로자는 각자의 역할이 다를 뿐 한 식구와 같은 관계를 바탕으로 한 '이익 창출'이라는 목표는 서로 같다는 것이다.

따뜻한 기업 문화 속 깊이 자리한 SK의 한솥밥 문화는 협력사와의 상생관계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일하는 분야가 다를 뿐인 협력사들을 한 식구처럼 챙겨 왔다.

SK이노베이션은 협력사와의 상생 개념이 도입되기 전인 1990년대 후반 이미 협력사 결재대금 조기 지급 제도를 정착시켰다. 통상 한달 이상 걸리던 자금결재 시간을 10일 이내로 단축시켜 협력사들의 경영 안정화를 도모했다. 또 어음이 아닌 현금으로 100% 지급하는 방안을 그룹 관계사 최초로 도입했다.

SK인천석유화학이 협력사와 임금이 일부를 나누는 '임금공유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한솥밥 문화가 깊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 배터리·소재 사업서 협력사와 세계적 경쟁력 갖춰

SK이노베이션은 전 세계로 크게 확대되고 있는 배터리 및 분리막 생산거점 확보 현장에 협력사와 함께 진출한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중국, 유럽 등으로 확장 중인 배터리, 소재사업 건설현장에 국내 중소 플랜트 전문 협력사들과 함께 진출하는 '협력사 상생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동시에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교육 제공, 간담회 개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사를 지원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협력사 상생 협력 모델은 국내 중소 협력사 위주로 함께 해외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간 배터리, 소재 설비 건설은 성장해 온 기간이 짧고, 관련 설계 경험을 보유한 업체 수가 적은 배터리 및 소재산업 특성상 대형 건설사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맡아 왔다. 사실상 중소 업체들은 참여 기회 조차 얻기 힘든 환경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러한 국내 배터리, 소재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 밸류체인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을 보유하거나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 협력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힘들었던 중소업체를 발굴해 다수의 해외 배터리공장 설계 경험을 제공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키워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SK이노베이션은 설계 협력사뿐 아니라 시공, 유지, 보수 등에 높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 협력사를 발굴해 SK그룹이 추진하는 'DBL(Double Bottom Line)'에 기반한 사회·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배터리 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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