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LH 사장. 사진=LH 제공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09년 대한주택공사(주공)와 한국토지공사(토공)가 합병해 탄생한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직원 수만 2020년 6월말 기준 9435명이다.

LH는 토지의 취득·개발·비축·공급, 도시의 개발·정비, 주택의 건설·공급·관리 업무를 수행해 국민 주거생활의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됐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LH는 주택난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 지역에 대규모 신규 주택 공급에 나선다.

◇ 주공아파트 건설한 주택공사와 수도권 신도시 개발한 토지공사 합병해 LH 탄생

LH의 전신이자 양대 축 가운데 하나였던 주공은 1962년 세워졌다. 주공은 같은 해 12월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였던 ‘마포아파트’를 건설했다. 이후 1965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조성했고, 1971년엔 국내 최초의 임대아파트를 서울 개봉동에 지었다. 1978년엔 잠실주공 아파트를 1979년에 반포주공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며 강남 개발을 이끌었다. 1984년엔 과천 신도시 개발을 주도했고, 강북 개발에도 나서 1989년 노원구에 상계주공 아파트를 지었다.

LH의 나머지 한 쪽 날개인 토공은 1975년 설립됐다. 이후 1988년 수도권 1기 신도시인 분당과 일산, 평촌, 중동 등을 개발했다. 2001년부터는 판교와 동탄, 양촌, 옥정 등 수도권 2기 신도시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주공과 토공은 합병을 통해 LH로 재탄생했다. LH는 2015년 이전까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LH 오리사옥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국토 균형 발전을 이유로 LH 합병 이후 본사 지방 이전을 추진해 2015년 경남 진주혁신도시에 새 사옥을 짓고 진주에 본사를 두게 됐다.

경남 진주혁신도시 소재 LH 본사 신사옥 전경. 사진=LH 제공
◇ 정부 부동산 정책 최일선 집행…3기 신도시 개발·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 ‘총력’

LH는 정부 부동산 정책을 최일선에서 집행하는 국내 최대 건설 공기업이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LH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좋은 주택을 신속히 공급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고 전월세난 해소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선 LH는 최근 악화되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주택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한다.

올해 기준 LH가 전국에 확보한 택지는 총 92만7000가구(분양 51만3000가구, 임대 41만4000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71.7%인 66만5000가구가 수도권 물량이다.

이는 올해 이후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급가능한 공동주택 총량 77만 가구의 87%에 해당하는 수치로, 사실상 LH가 수도권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LH가 보유한 66만5만 가구 규모의 택지 가운데 자체 건설 물량은 35만1000가구(분양 11만1000가구, 임대 24만 가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만5000가구, 경기 30만3000가구, 인천이 3만3000가구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1만4000가구는 민간건설사에 택지로 공급돼 민간 분양아파트로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LH 관계자는 “지난 8·4 공급확대방안에 따라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용적률 상향으로 LH가 확보한 공공택지에 공급할 수 있는 주택 총량은 70만 가구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어 “고도제한·설계여건 등 지구별 여건에 따라 늘릴 수 있는 주택물량을 검토해 추가 공급물량을 확정한 후, 인허가 변경 등의 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해 더 많은 주택이 빠른 시일 내에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4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 8·4 부동산 대책 통해 9만3000가구 공급…신규 주택 70% 차지

특히 LH는 8·4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발표된 13만2000가구의 신규 주택 중에서 70%에 해당하는 9만3000가구를 주도적으로 공급한다.

우선 유휴부지 개발을 통한 2만1000가구, 3기 신도시 용적률을 높여 2만 가구,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 참여로 5만 가구, 오래된 공공임대 아파트 재정비를 통해 3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LH 서울지역본부로 사용 중인 사옥부지와 여의도 보유토지를 활용해 500가구를 공급하고, 서울 권역 공급 대상 가운데 규모와 위치면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태릉 CC, 캠프킴, 국립외교원, 서울지방조달청, 과천 청사 등 총 10곳의 사업지에서 2만1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관련 기관과 협의가 조속히 진행될 경우 오는 2022년 말부터는 공급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천청사, 서울지방조달청,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등 정부 소유부지는 종상향을 통한 고밀개발을 추진하고, 태릉CC, 용산 캠프킴 등 군 부지는 자족기능을 위한 업무.상업시설, 공원 등 생활 SOC 등을 주거시설과 함께 조성한다.

LH는 해당 부지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사업 속도를 높여 공급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LH는 3기 신도시 17만 가구를 포함해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계획 가운데 24만1000가구 공급을 추진한다.

8·4 대책에 따라 3기 신도시, 중소규모 공공택지 등의 용적률을 높여 2만 가구를 추가로 시장에 내놓는다. 이를 위해 LH는 용적률 상향 등 추가물량 확보를 위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및 변경절차를 내년까지 마무리하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공급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2020년 9월 론칭한 LH의 새 아파트 브랜드인 ‘안단테’ 광고. 사진=LH 제공
◇ 주공아파트→뜨란채→휴먼시아→천년나무 거쳐 새 아파트 브랜드 ‘안단테’ 선보여

LH의 큰 고민은 공사가 공급하는 아파트 브랜드 경쟁력이 민간 대형 건설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이다.

1970년대부터 2000년 이전까지 LH의 전신이었던 주공이 공급하는 아파트엔 ‘주공아파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민간 건설사들이 자사의 아파트에 고유의 브랜드를 도입해 분양하는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열렸고, 주공 또한 아파트의 상품성 강화를 위해 기존의 주공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했다.

2004년 주공이 최초로 도입한 아파트 브랜드였던 ‘뜨란채’는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에 주공은 뜨란채 브랜드 도입 2년만인 2006년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를 선보였다.

그러나 휴먼시아 역시 갈수록 고급화되는 민간 분양 브랜드 아파트에 비해서 임대 아파트의 이미지가 강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졌다.

결국 2009년 이후로는 ‘휴먼시아’ 브랜드를 사실상 폐지하고, ‘LH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신규 주택을 공급했다.

그러나 LH라는 이름 자체가 아파트 명으로 사용되는 것을 꺼려 하는 분위기가 짙어졌고, 결국 2014년 LH는 서브 브랜드인 ‘LH 천년나무’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임대 이미지를 떨치기엔 역부족이었고, LH는 아예 새로운 브랜드 아파트의 도입을 검토했다.

2020년 9월 론칭한 LH의 새 아파트 브랜드인 ‘안단테’ 광고. 사진=LH 제공
심사숙고 끝에 2020년 9월 LH는 ‘안단테’라는 새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였다.

안단테는 음악 용어 가운데 ‘느리게’를 의미하는 ‘Andante’에서 유래한 브랜드다. '여유로운 삶의 템포’를 슬로건으로, ‘살 수록 믿음이 커가는 행복의 공간’을 통해 ‘삶의 여유’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브랜드 네임에 담았다.

특히 그간 LH 아파트의 브랜드 이미지가 '임대’ 이미지가 강해 주택 시장에서 선호도가 낮았던 만큼, 새 브랜드인 ‘안단테’는 품질향상에 한계가 있는 임대아파트가 아닌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어 품질향상에 유리한 공공분양 아파트에만 도입된다.

LH가 새 아파트 브랜드인 ‘안단테’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증거는 대대적인 마케팅 횡보에서도 드러난다.

그간 자사 아파트 브랜드 홍보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에서 탈피해 LH는 이번 새 아파트 브랜드인 ‘안단테’ 홍보를 위해 배우 조정석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LH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스타 파워를 내세워 지면 및 영상에서 대대적인 ‘안단테’ 광고를 진행 중이다.

LH 관계자는 “새 아파트 브랜드인 ‘안단테’는 고급화된 이미지를 추구한다”며 “이를 위해 안단테는 LH가 공급하는 신규 아파트 가운데서 상위급 단지들에만 특별하게 적용되는 희소성 있는 브랜드이자, 프리미엄 브랜드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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