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도 수출 제재

10나노 이하 공정 진입 및 내년 성장 위기 봉착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듯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미국이 중국의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SMIC를 결국 블랙리스트(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습니다. SMIC의 기술이 중국군에 흘러들어가고 있고, 주요 고객사들이 중국의 군수산업과 관련돼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SMIC 측은 이와 관련해 "SMIC와 중국군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어떠한 군사용 제품도 만들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결국 화웨이와 유사한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수입하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SMIC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기업입니다. 지난 2000년 설립됐지만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 전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5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0.35마이크론에서부터 14나노까지의 다양한 공정으로 화웨이, 퀄컴, 브로드컴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7년 삼성전자 출신의 대만인 양몽송(梁孟松) 전 부사장을 영입한 뒤부터 미세공정 기술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SMIC는 연내 7나노 양산에 돌입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최근 미세공정 기술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이번 제재로 당분간 7나노 미세공정 진입 계획에는 제동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제재로 인해 화웨이와 반도체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파운드리 기업인 SMIC는 말그대로 폭풍전야입니다. 오는 11월 예정인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수렁에서 곧바로 빠져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쏠리고 있습니다. SMIC가 난관에 봉착하자 국내 반도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지 않겠냐 하는 것인데요.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SMIC 공장 전경. 사진=SMIC 홈페이지 캡처
SMIC의 파운드리 점유율이 5%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호재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SMIC의 화웨이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5분의1 정도인데요. 화웨이는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넘어야할 과제가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SMIC가 공급해온 퀄컴, 브로드컴 등에 대한 물량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시스템IC(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자회사) 쪽으로 넘어오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경우 업계 선발주자들과 격차가 큽니다. 이 회사는 0.35마이크론에서부터 57나노까지의 공정으로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는데요. 요구되는 공정에서뿐 아니라 양산 품목부터 퀄컴, 브로드컴 등의 주력 품목과 상이합니다.

퀄컴은 SMIC의 28나노, 14나노 공정 등을 이용해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만들어왔는데요. 외신에 따르면 SMIC는 매출의 약 13%를 퀄컴에 의존해왔습니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일부 물량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SMIC의 3대 고객사 중 하나인 브로드컴은 대만의 TSMC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오늘날 브로드컴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계 기업으로 볼 수 있는데요. 최고경영자이자 2대 주주인 혹 탄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입니다.

브로드컴은 그간 TSMC에 주로 칩 생산을 맡겨왔습니다. TSMC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마저 브로드컴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브로드컴이 긴급한 상황이라고 해도 삼성 파운드리에 의미있는 물량을 주기는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SMIC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삼성전자, TSMC 등 선발주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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