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시간대에 ‘래미안 블레스티지’ 단지 조명이 켜진 모습. 사진=삼성물산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대규모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우리나라 1·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개포동은 2016년 재건축 본격화로 고급 신축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강남권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삼성물산은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블레스티지'를 지난해 완공한데 이어 이달 개포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를 준공해 개포동에 새로운 래미안 아파트의 시대를 열었다.

현대건설은 기존의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의 상위급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2015년 론칭한 후 1호 디에이치 단지로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 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선택했고, 개포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에도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했다.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 단지 정문 문주 전경. 사진=삼성물산 제공
◇ 삼성물산, 주택사업 부활의 시작은 개포…더 고급화 전략

삼성물산은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전후로 주택 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대우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2010년대 들어 해외 현장에서 수주를 따내기 위해 저가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자 그 대안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감 확보가 가능한 국내 주택 시장에 집중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였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침체에 빠졌던 주택 시장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으로 인해 2015년부터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국내 건설사들의 아파트 공급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삼성물산만큼은 대부분 국내 건설사들의 행보와는 정반대로 주택 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4년 서울 지역에서 총 9개 단지 공급을 마친 삼성물산은 2015년엔 서울서 단 3개 단지만을 공급하는데 그쳤다.

이러한 삼성물산의 이례적인 행보에 당시엔 삼성물산이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을 KCC그룹 등에 매각하고 주택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 승계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빈번한 민원 발생 등으로 삼성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주택 사업에 흥미를 잃었다는 그럴싸한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주위의 이러한 불식을 잠재우기라도 하듯이 2016년 3월 개포지구 최초의 재건축 단지이자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를 선보였다.

‘래미안 블레스티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 설치된 수영장 시설. 사진=삼성물산 제공
이 단지는 1957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포레스트 가든, 워터 가든, 힐링 가든, 키친 가든 등 힐링 콘셉트의 녹지 조경을 단지 내에 꾸몄다. 클럽 래미안 내부에는 수영장, 사우나, 게스트하우스, 문화강좌실 등 커뮤니티 시설을 갖춰 더욱 고급화된 래미안 아파트의 출발을 알렸다.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시세는 가파르게 올랐다. 2016년 3월 분양 이후 그 해 4월 84㎡(34평)가 11억원대에 입주권이 거래됐고 지난 8월 8일엔 28억원에 실거래 됐다. 4년만에 래미안 블레스티지 집값이 거의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래미안을 통해 개포 재건축 1호 단지의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은 삼성물산은 래미안 개포 재건축 2호 단지인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를 이달 준공해 오는 29일부터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개포시영아파트를 2296세대 규모로 재건축 한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는 단지 내에 블루밍 가든과 포레스트 가든, 스플래쉬 가든 등 7개 동별 정원과 달터공원을 조성하고 11개의 그린카펫 구간을 조성했다.

특히 단지 인근에 위치한 강남 대모산을 단지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스카이 라운지를 동 상단부에 설치해 조망권을 확보했다.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 또한 몸값이 크게 뛰고 있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85㎡(35평)가 17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입주를 앞둔 지난달 8월 26일엔 26억원에 실거래 됐고, 이달 3일과 5일에도 연달아 25억원에 손바뀜 되면서 1년여 만에 10억 가까이 집값이 뛰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개포지구는 시장의 주목도가 높고, 브랜드 간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포레스트도 많을 공을 들였다”며 “특히 가구 내부 인테리어는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조경이나 커뮤니티 시설 등은 ‘처음부터 건설사가 힘을 줘야’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으로, 특히 공용부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단지 전경. 사진=현대건설 제공
◇ 현대건설, 개포 최대 재건축 사업에 ‘디에이치’ 적용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는 2000~2002년에 연달아 등장한 여타 대형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에 비해서 다소 늦은 2006년 론칭됐다.

그러나 경쟁사인 삼성물산의 래미안에 브랜드 파워가 다소 밀리는 것이 '건설 종가'인 현대건설의 고심거리였다.

이에 현대건설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 파워 강화를 위해 2015년 힐스테이트의 상위급 하이 브랜드이자 고가의 아파트에만 사용되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디에이치의 1호 단지는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다. 2016년 8월에 분양한 이 단지는 2016년 3월에 공급된 개포 재건축 1호 단지인 삼성물산의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개포에 들어선 신축 재건축 단지다.

입지 측면에서도 디에이치 아너힐즈 단지 왼쪽으로 개포공원을 사이에 두고 바로 맞은편에 삼성물산이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 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위치해 있다. 개포공원 양 옆으로 우측엔 디에이치 아너힐즈, 좌측엔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바로 맞붙어 있는 입지다.

래미안 블레스티지와 디에이치 아너힐즈, 이들 두 단지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자사의 브랜드 파워를 총동원해 사실상 자존심을 내걸고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선보인 경쟁 단지인 셈이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 1호 단지 답게 기존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비해 한 차원 더 높은 스펙을 갖추고 있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엔 디에이치 전용 시그니쳐 향기를 적용시켜 특급호텔 느낌을 냈고, 아파트 실내 골프장 가운데 최장 수준인 비거리 15m 복층형 실내 골프장을 커뮤니티에 설치했다.

또한 강남 아파트 중에서 최초로 8m 높이의 실내 클라이밍 시설을 들였고, 단지 내에 벤치에선 잔잔한 음악이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음악벤치도 마련됐다.

‘디에이치 아너힐즈’ 단지 정문 문주에 새겨진 디에이치 브랜드 마크. 사진=현대건설 제공
이처럼 현대건설의 첫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 답게 ‘잔뜩 힘을 준’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바로 맞은 편의래미안 블레스티지와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84㎡ 기준 최고 실거래가가 28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래미안 블레스티지에 비해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최고가 28억3000만원까지 찍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통해 디에이치 브랜드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린 현대건설은 개포동 최대 규모 대단지 재건축 사업을 시작했다.

이 단지는 지난 7월 분양된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다. 개포주공1단지를 재건축 해 6702세대 규모로 새로 들어서는 이 아파트는 개포지구 최대 세대수를 자랑하는 대단지다.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동시공에 나선 현대건설은 개포동에서 가장 대규모의 단지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하면서 개포에서 디에이치 브랜드 알리기에 온힘을 다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 아파트는 여타 아파트에 비해 ‘하이엔드’ 브랜드라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디에이치라는 이름이 붙는 것 하나만으로도 집값 상승 등 경제적인 프리미엄이 존재하고, 대리석 마감재 등 건축 수준도 아예 달라 실제 실거주 환경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 월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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