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구축에도 지하주차장·필로티 설계 완비한 '선도적 스펙'

거래허가제 묶인 삼성·청담·대치·잠실 인접…대치동 대체수요 몰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정문인 문주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편집자주] 대한민국 가구 중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중에서도 신축과 대단지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축 아파트는 주차 편의성 등에서 단독주택이나 빌라, 오피스텔 및 구축 아파트보다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단지 규모까지 갖추면 커뮤니티 시설의 활성화로 단지 안에서 대부분의 일상생활 향유가 가능해진다. 이렇다 보니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집값 상승률도 더 높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부동산 시장을 리딩하는 주요 아파트 현장을 심층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대상 아파트는 국민은행이 매년 연말 선정하는 시가총액 상위 50위 단지인 ‘KB 선도 아파트 50’에 속하는 단지들이다(※시가총액=모든 세대의 집값 총합, 시가총액이 더 높은 곳의 개별 아파트가 고가 아파트라는 것은 아님, 대단지 아파트는 개별 아파트가격은 높지않아도, 시가총액은 높을 수 있음).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도곡렉슬은 도곡 주공 1차를 재건축해 2006년 완공된 단지로, 강남 재건축 전성시대의 신호탄을 알린 아파트다.

이후 도곡주공 아파트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큰 반포주공 아파트가 2008년 반포자이와 2009년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로 나란히 재건축 되기 전까지 강남 재건축 대단지 아파트를 대표하는 단지였다.

2000년대초까지만 해도 강남 대단지 아파트 상당수가 1970~1980년대에 지어진 구축이었던 상황에서 도곡렉슬이 3000세대 규모의 대규모 새 아파트로 분양을 시작한 2003년, 부동산 시장은 들썩였다.

도곡렉슬 142㎡(43평형)의 청약 경쟁률은 당시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최고치인 4795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강남 새 아파트에 대한 대기 수요가 이 단지에 집중됐다.

이제 연식 15년차에 접어든 도곡렉슬은 어느덧 구축 아파트에 속하게 됐지만 여전히 강남 아파트를 상징하는 단지로써 부동산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도곡렉슬 단지 내 수경 시설에서 어린이들이 물장난을 하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 지하 주차장·커뮤니티 시설 등 현재 신축 아파트의 시초는 도곡렉슬

3002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인 도곡렉슬인 GS건설과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 3개 대형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통해 재건축했다.

도곡렉슬이 재건축을 시작한 2003년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 경쟁은 지금처럼 심화되기 전이었다.

GS건설의 ‘자이’는 2002년 9월에 처음 론칭돼 이제 막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있던 시기였고,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와 쌍용건설의 브랜드인 ‘쌍용예가’는 모두 2006년 탄생한 브랜드로 도곡렉슬 분양 당시엔 존재하지도 않던 아파트 브랜드였다.

2000년대 초반 현대건설은 자사 아파트 네이밍에 ‘현대홈타운’, 쌍용건설은 ‘스윗닷홈’ 아파트를 단지명으로 사용하던 시기로, 사실상 브랜드가 아닌 단순히 아파트 단지명 앞에 붙이는 이름에 그치는 정도였다.

따라서 GS건설과 현대건설, 쌍용건설 3개사 컨소시엄으로 시공하는 단지명을 현재와 같이 각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명을 결합한다는 개념조차 없던 시기였다.

이에 도곡렉슬이라는 단지명도 지역을 상징하는 도곡과 ‘왕의 성’을 의미하는 단어인 ‘렉슬(왕:렉스-Rex)+(성:캐슬-Castle)’을 결합해 탄생됐다.

도곡렉슬 단지 내 중앙광장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도곡렉슬은 현재 신축 아파트의 얼개를 이루고 있는 지하주차장, 커뮤니티 시설, 필로티 설계, 대형 문주, 단지 내 수경 시설 조경 등이 최초로 적용된 단지다.

1970~1980년대에 지어진 1세대 구축 아파트들은 주차장이 지상에만 설치됐다. 입주 초기만 해도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문제는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 경제 성장과 함께 각 가정의 승용차 보유가 크게 늘면서 부족한 주차 공간 문제는 모든 대형 아파트 단지의 가장 큰 불편으로 작용했다.

특히 아침 출근 시간과 저녁 퇴근 시간 이후 차량의 출차와 주차를 둘러싸고 ‘차 빼’로 대표되는 단지 내 주민들 간 불화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도곡렉슬은 모든 차량을 지하 주차장에 넣고, 단지 지상은 차 없는 공간으로 구현해 대단지 아파트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또한 헬스장과 독서실 등 주민들의 편의시설인 커뮤니티와 연못 등 단지 내 수경 시설, 아파트 단지의 정문이자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문주, 저층 세대를 지상으로부터 분리하는 필로티 설계 등이 적용됐다.

지금은 신축 아파트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개념들이 선도적으로 적용된 단지가 바로 도곡렉슬이다.

필로티 설계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돋보이는 도곡렉슬 동 출입구 전경. 사진=임진영 기자
◇ 대치동 학원가 인접…역세권과 백세권, 병세권 입지

도곡렉슬은 단지 북동쪽으로 분당선 한티역을 끼고 있다. 단지 대각선으로는 강남 롯데백화점이 위치해 있고, 단지 바로 동쪽 길 건너 편에 강남 세브란스 병원이 자리잡고 있다.

역세권과 백세권, 병세권을 모두 만족하는 트리플 입지인 셈이다. 무엇보다 최근 도곡렉슬은 대치동 수요를 대체하는 아파트로 다시 한번 각광을 받고 있다.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이 삼성동과 청담동, 잠실동과 함께 지난 6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으로 묶여 부동산 거래 규제를 받게 됐다. 이들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매매 거래 역시 관활구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도록 까다로운 장벽이 쳐졌다.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도곡렉슬은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에서 제외돼 기존과 같이 매매 거래가 자유로운데다 대치 학원가와는 한 블록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도곡렉슬에서 대치동 학원가까지 도보로는 15~20분, 차량으로는 5~10분만에 닿을 수 있다.

대치 학원가 일대 접근성은 대치동 내에 위치한 대표 대단지인 ‘래미안 대치 팰리스’나 ‘대치 은마’ 등이 월등하지만 대치동 아파트 거래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제로썬 도곡렉슬만한 선택이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실시된 6월 23일 바로 전날 도곡렉슬 85㎡(33평)은 22억5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그러나 가장 최근 도곡렉슬 85㎡ 실거래가는 8월 15일의 27억5000만원이다.

불과 두 달 만에 5억원이 껑충 뛴 셈으로, 대치동 바로 옆에 위치해 거래허가제의 규제를 받지 않는 도곡렉슬로 대치동 대체 수요가 몰려 시세가 크게 뛰었다.

도곡렉슬 단지 내에 설치된 연못과 분수 시설 풍경. 사진=임진영 기자
◇ "추석 앞두고 관망세…최근 다주택자 매물 다수 나와”

도곡렉슬 인근 M 공인중개사 대표는 “대치동이 거래허가제로 사실상 아파트 매매가 묶이면서 대치 학원가를 수월하게 이용하기 위한 아파트를 찾는 대체 수요가 도곡렉슬로 크게 몰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6월말 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2학기가 시작되기 이전 7~8월에 미리 선행 학습을 위해 대치동 인근 도곡렉슬로 이사를 마치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집주인들도 호가를 높여 불렀지만 오른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도곡렉슬의 한계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도곡렉슬 내 가장 작은 평형인 60㎡(26평)의 경우 방 2개, 화장실 1개 설계로 지어져 상대적으로 생활의 불편함이 크다는 지적이다.

2010년대 이후 완공된 3세대 신축 아파트는 20평대도 방 3개, 화장실 2개로 설계돼 3인 가족은 물론이고, 최대 4인 가족까지도 거주하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방 2개, 화장실 1개 설계인 도곡렉슬 20평대는 3인 가족만 돼도 생활상에 불편함이 크다고 한다.

도곡렉슬 인근 G 공인중개사 대표는 “단지 내 주위 인프라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2006년 연식의 한계상 20평대는 방 2개, 화장실 1개가 전부라 3~4인 가족이 살기에도 애로사항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도곡렉슬은 20평대도 최근 실거래가가 18억4000만원(8월 15일 계약)에 현재 매물 호가는 19억~20억원에 달하는데 20억원 돈을 주고 방 두 개, 화장실 한 개 짜리 집에 사는 건 솔직히 가성비가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도곡렉슬은 2006년 입주를 시작해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15년차 연식이 드러나는 식물 덩쿨이 도곡렉슬 아파트 외벽을 감싸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또한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로 인해 강남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가 크게 늘면서 도곡렉슬 매물도 최근 상당수가 매물로 나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곡렉슬 인근 E 공인중개사 대표는 “보유세 증가로 인해 다주택자들이 도곡렉슬을 정리하고 보다 신축 강남 아파트로 이동하기 위해 보유 물건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상당수 매물이 나왔다”며 “호가도 최근 실거래가와 비슷하거나 1억 이내 차이로 매수자 입장에선 좋은 기회의 장이 열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재 추석을 앞두고 이들 강남 다주택자 매물을 상대로 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추석 이후 이동량이 증가하거나 날씨가 추워지는 등의 계절적, 시기적 요인으로 인해 코로나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도곡렉슬 시세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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