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잡는다고 여기를 옥죄면 저기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동안 전국 곳곳의 집값이 많이 올랐죠. 여기에 더해 정부가 23번째로 내놓은 ‘8·4 부동산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공공재건축의 경우 용적률을 500%까지 적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 배치가 더 빽빽해져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죠. 게다가 규제 완화에 따른 추가 수익의 90% 이상을 환수하기로 한 만큼 이익도 크지 않아 보이는데 참여할 단지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건설사의 한 임원이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한 말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대책이 번번이 실패해 되레 집값과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2017년 5월~2020년 5월) 52% 올랐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정부는 지난 2일 부동산시장 과열이 잡히지 않자 관리·감독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불법행위 등을 포착·적발해 신속히 단속·처벌하는 상시 정부 조직을 만든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리·감독기구 신설도 부동산시장 안정에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동산 거래의 특성상 불법과 합법,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모호하다. 투자한 집값이 많이 올랐거나 집을 몇 채 샀다고 해서 투기나 불법으로 몰 수는 없다.

상황이 이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8·4 부동산대책 발표 일주일째인 지난달 10일 ‘집값 진정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앞으로 집값은 안정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8·4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예단하긴 어렵지만 집값, 특히 서울 집값 안정은 당분간 아닐 것 같다.

우선 저금리의 장기화가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금리로 부동산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집값은 오르는 게 순리다. 통상 돈이 많이 풀리면 자산가격은 올라가게 돼 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내외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금리 인상 시기는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돼 저금리 기조는 상당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한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공급하기로 한 3기 신도시는 대부분 경기도에 있고 일러도 2025년은 돼야 입주가 가능하다. 서울에 공급할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이와 함께 집값에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하는데 수요자가 앞으로 어느 정도 신뢰할 지 두고 볼 일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앞선 정책을 뒤집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2017년 12·13 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임대소득세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정책이 다주택자의 ‘투기 꽃길’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일부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하며 3년도 안 돼 입장을 바꿨다. '투기 꽃길'로 악용될 것이라는 걸 몰랐던 정책관계자들의 책임이 크다. 물론 당시 제대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던 언론의 책임도 작지않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일관되고 간결한 메시지를 내야한다. 그래야 신뢰를 회복해 30대의 패닉바잉(공포매수)의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다. 또한 집값 안정을 위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23번이나 부지런히 쏟아냈으나, 효과는 없고 집값만 부풀렸다. 가장 바람직한 상사 유형으로는 '똑게(똑똑한데 게으른)'가 꼽힌다. '멍부(멍청한데 부지런한)'는 최악의 상사 유형이라고 한다. '똑부(똑똑한데 부지런한)', '멍게(멍청한데 게으른)' 유형도 물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책임자들은 어떤 유형일까?

이정우 데일리한국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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