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내로남불'은 1990년대 정치권에서 유래된 용어다. 자신과 타인을 다른 기준으로 단정하는 이중 잣대를 가진 ‘철면피’ 같은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7월22일 일본 법원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지주사 임원직을 박탈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많다.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소송한 명분은 '준법 경영'이다. 그는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직무와 관련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이라며 준법경영상 허용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신 전 부회장은 어떤 사람일까.

신 전 부회장은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풀리카(POOLIKA)' 추진했다가 심각한 불법 경영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풀리카는 타사 소매점포에 상품 진열 상황을 일명 ‘도촬(도둑 촬영)’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사업이다.

이 풀리카 사건으로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해임됐다. 일본 법원도 "경영자로서의 적격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며 "준법의식이 현저히 결여됐다"고 판결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2015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진행된 '프로젝트L'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L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국적 논란 프레임 만들기, 검찰 자료 제공 등을 통한 신 회장 구속 등을 담고 있다.

프로젝트L 때문에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은 30년 가량 이어온 특허를 반납했고,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생계를 위협받았다. 프로젝트L을 함께 기획한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는 '100억대 자문료'를 두고 여전히 소송 중이다.

특히 프로젝트L를 통해 추진된 ‘국적 논란 이슈'는 롯데의 꼬리표로 남아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계열사 전체가 타격받고 있다.

이번 소송도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6번이나 제출한 이사 해임안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본 법원으로까지 끌고 간 것으로 보일 뿐이다.

또 다시 불거진 신 전 부회장의 소송에 대해 사람들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 쯤으로 치부할 지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롯데의 3만6897명 임직원들은 2015년부터 그룹 전체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의 '내로남불' 준법 경영 외침에 할 말을 잃고있다.

“군자는 자신을 돌아보고 소인은 남의 탓을 한다”고 했던 공자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남에게 충고하는 일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스스로를 아는 일”이라고 한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의 말을 신 전 부회장이 귀 기울였으면 한다.

신 전 부회장도 이젠 지난 것은 잊고, 깨끗하게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정은미 데일리한국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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