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모바일 앱 등 비대면(언택트)으로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고객이 갈수록 늘고 있어 입점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요. 여기에다 건물주가 1층에 은행보다 카페가 들어오면 밤까지 영업하는 만큼 운영시간이 더 길어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건물을 알리는 광고효과까지 있어 1층 은행 입점을 다소 줄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이 최근 기자와의 식사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 이같은 이유와 함께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은행 점포가 1층에서 2층 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는 가속화하고 있다.

통상 상가 1층은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임대료가 비싸다. 2층은 필요에 의해 찾아오는 고객을 대상으로 비교적 넓은 공간이 요구되는 경우에 적합하다. 2층에 점포를 낼 경우 1층과 비교하면 임대료가 최대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기도 한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실제로 최근 하나은행의 서울 응암동 지점은 2층으로, 종로금융센터는 11층으로 각각 이전했다. 이는 내점 고객 인식 변화와 비용 절감 등이 이유라는 게 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국민은행 광주 광산구 수완지점도 임대기간 만료 이후 1층에서 2층으로 이전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최근 3년(2017년~2020년 5월)간 13개 영업점이 2층 이상으로 옮겼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은행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드는 것도 앞으로 은행 점포의 자리이동에 속도를 더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기존에 상가 2·3층에 있던 업종이 1층에 입주하는 경우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병원·미용실 등이 그 예다.

병원은 종전 임대인들이 건물 이미지상 좋지 않다고 생각해 주로 고층에 입점하는 업종이지만 최근 서울 1층 상가에서 영업하고 있는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미용실도 마찬가지다. 종전에는 고층의 넓은 점포에서 여러명의 직원들을 둔 형태로 운영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규모와 직원을 줄여 1층에 입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1인 미용실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고객이 공장식 서비스보다 전담 서비스를 선호해서다.

이같은 이유를 높아지는 공실률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KB경영연구소가 부동산시장 동향을 분석한 ‘KB부동산시장 리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가시장 임대지표가 악화했다. 전국 상가의 공실률은 중대형상가 11.7%, 소규모상가 5.6%로 전 분기보다 각각 0.7%포인트, 0.1%포인트씩 높아졌다. 임대가격지수는 중대형상가는 1.5%, 소규모상가는 1.6% 각각 하락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침체와 온라인쇼핑으로의 소비 변화도 그 이유로 꼽힌다. 고객이 상점을 찾아가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업종이 상가의 주 임차수요로 남게 되면서 이들 업종의 임차시장 내 위상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상가 업종별 자리이동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사람들이 가급적 접촉을 하지 않는 비대면 생산·소비를 선호해서 언택트와 재택근무가 일반화되고, 이를 뒷받침할 자동화·무인화 등 디지털경제의 가속화가 진행되는 만큼 이에 따른 입점 트렌드의 변화 또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서다.

기업은 이윤 추구가 핵심 가치다. 임대인도 이윤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비용을 최소화하고 건물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정우 데일리한국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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