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6월 넷째주 배럴당 0.1달러를 기록, 전주와 동일한 수치를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정유업계는 올 들어 첫 성적표부터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가 1분기에만 총 4조3775억원의 손실을 낸 것입니다. 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실적이라는 2014년 4분기(1조2000억원대)의 적자 규모와 비교해도 3배 이상 커졌습니다.

이 같은 대규모 적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둔화 등 악재가 겹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세로 접어들기 시작한 5월부터는 정유사의 실적 악화 요인 중 하나인 국제유가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초 배럴당 60달러대를 웃돌던 국제유가는 지난 4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들이 가까스로 감산 합의를 도출하며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40달러대까지 도달했습니다. 이에 정유사들은 1분기 '국제유가 폭락→재고평가 손실'에서 2분기에는 '국제유가 상승→재고평가 이익' 전환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고 합니다.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째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제마진은 재고평가손익과 함께 정유사의 수익성을 파악하는 핵심 지표로,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구매비용과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을 나타냅니다.

배럴당 4~5달러 이상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고 하는데, 문제는 석유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최근 석달여 만에 마이너스 행진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0달러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6월 넷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0.1달러를 기록, 전주와 동일한 수치를 나타냈습니다. 지난 3월 셋째주 배럴당 -1.9달러를 기록한 정제마진은 5월 첫째주 -3.3달러까지 악화됐습니다.

이후 마이너스 흐름을 지속하다가 6월 셋째주 들어서야 0.1달러로 집계,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5달러로 가정한다면 지난해 10월 셋째주(배럴당 2.8달러) 이후 37주째 팔면 팔수록 손실을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국경 봉쇄 등 이동제한 조치를 시행, 전 세계 석유제품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정제마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석유제품인 휘발유가 원재료인 두바이유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는 '가격 역전'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1.9달러였던 3월 셋째주, 두바이유 가격은 평균 29.1달러였으나 국제 휘발유 가격은 그보다 낮은 27.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3.3달러까지 악화된 5월 첫째주에도 역마진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 기간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25.7달러에 거래됐으나 국제 휘발유 가격은 24.6달러에 팔렸습니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이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조십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 등 수요 회복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지만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경제활동 재개를 서두르는 상황과 국제유가 오름세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부터는 정제마진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얘깁니다.

☞[Energy요모조모]는 석유와 전력 등 어렵게만 느껴지는 에너지 전반의 내용들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한 코너입니다. 에너지 산업의 트렌드 변화와 전망을 다룹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