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 미미…올 1~4월 판매량 전년비 8.7%↑

옥탄가 94 이상이 기준…노킹 현상 방지해 엔진 성능 높여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고급이라고 해서 많이 비쌀 줄 알았는데 예전만큼 비싼 편은 아니네요. 이번에 고급 휘발유로 바꿔 볼까 생각 중입니다." (서울 광진구 30대 초반 직장인 A씨)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고급 휘발유 판매량은 47만2000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43만4000배럴)에 비해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 수입차 판매가 늘고 코로나19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고유가 시절(2011~2014년)에 비해 20% 넘게 내리면서 고급 휘발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기준 고급 휘발유 가격은 보통 휘발유보다 리터당 260~320원가량 비싸게 책정돼 있습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살펴 보면 이달 둘째주 고급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00원입니다. 보통 휘발유(1305원)보다 295원 더 비쌉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각국의 이동제한 확산, 국내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로 소비 활동이 줄어들었는데요. 고급·보통 휘발유 가격도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습니다. 올 초 고급 휘발유와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각각 1800원대, 1500원대에서 최근 1600원대, 1300원대로 200원가량 저렴해졌습니다.

고급 휘발유와 보통 휘발유 간 가격 차이는 여전히 벌어져 있습니다. 다만 현재 고급 휘발유 가격을 과거와 비교해 보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크게 낮아진 편입니다.

고급 휘발유 가격은 2011년 리터당 2136원, 2012년 2233원, 2013년 2216원, 2014년 2162원 등을 기록하며 줄곧 2000원대 가격을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5년 1876원, 2016년 1757원, 2017년 1825원, 2018년 1877원, 2019년 1786원 등 과거에 비해 250원 넘게 내렸습니다.

가격 인하는 판매량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고급 휘발유 판매량은 2011~2014년 평균 72만1000배럴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2015년 77만9000배럴, 2016년 87만9000배럴, 2017년 95만4000배럴로 증가세가 이어졌습니다.

2018년에는 고급 휘발유 판매량이 처음으로 110만배럴을 기록하며 이른바 '100만배럴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작년 판매량은 135만4000배럴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1~4월 고급 휘발유 판매량은 47만2000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43만4000배럴)에 비해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보통 휘발유 판매량은 어떨까요. 고유가 시대가 저문 2015년 7579만배럴에서 2016년 7804만7000배럴, 2017년 7866만2000배럴, 2018년 7857만3000배럴, 2019년 8148만7000배럴로 고급 휘발유에 비해 월등히 판매량이 높습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영향으로 올 1~4월 보통 휘발유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2706만2000배럴)보다 11.4% 감소한 2396만6000배럴에 그쳤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보통 휘발유 소비는 줄어든 반면 고급 휘발유를 찾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늘어난 셈입니다. 이에 따라 고급 휘발유 시장 공략을 위한 정유사들의 마케팅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사진=신지하기자
고급 휘발유와 보통 휘발유를 구별짓는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색상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겠죠. 보통 휘발유는 노란색, 고급 휘발유는 초록색으로 주유 시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더 핵심적인 차별점은 바로 '옥탄가'입니다. 옥탄가는 엔진의 노킹 저항력을 나타내는 지수죠. 우리가 주유한 휘발유는 차량 내 가솔린 엔진에 들어가 압축 과정을 거쳐 점화 플러그가 불꽃을 일으키면 연소됩니다.

그런데 점화 플러그가 불꽃을 일으키기도 전에 휘발유가 비정상적으로 폭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상 점화 시기보다 더 빨리 점화되는 현상입니다. 그러면 폭발이 일어난 다음에도 스파크가 발생해 폭발이 한 번 더 일어나면서 일종의 충격파가 생깁니다. 이때 소음과 진동이 마치 '특특특특' 하는 쇳소리와 유사한 노크 소리처럼 들리는 노킹 현상이 나타납니다.

노킹 현상은 휘발유의 연소 효율을 낮추고 엔진의 내구성을 낮추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옥탄가가 높은 휘발유는 비정상적으로 빠른 점화 시기를 늦출 수 있어 타이밍에 알맞게 정확히 폭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옥탄가를 기준으로 '91 이상 94 미만'은 보통 휘발유, '94 이상'은 고급 휘발유로 구분짓습니다. 이 외에도 고급 휘발유에는 마찰 저감제나 세정제 등 첨가제가 들어가 엔진의 성능을 높여준다고 합니다.

고급 휘발유와 보통 휘발유 둘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자신이 보유한 차량의 '엔진 성능'에 따라 고급 또는 보통 휘발유를 주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합니다.

스포츠카나 고출력 엔진이 탑재된 차량의 경우, 고급 휘발유를 주유해야 본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옥탄가 함류량이 높은 고급 휘발유는 가솔린이 연소할 때 비정상적인 폭발을 최소화시킵니다. 휘발유 옥탄가가 높다면 엔진 압축비와 출력도 좋게 나올 수밖에 없는 셈이죠. 그래서 압축비가 높은 엔진을 갖춘 차량을 구입했다면 고급 휘발유를 고르는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일반 차량에 고급 휘발유를 넣어도 괜찮다고 합니다. 다만 운전자의 평소 주행 습관이 속도를 높여 달리지 않고 운전 자체도 잘 하지 않는 편이라면 굳이 고급 휘발유를 주유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또 언덕이나 오르막길을 운전할 때 차량에서 노킹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차량 엔진이 출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겄이나 다름 없어서 보통 휘발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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