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동아제약의 대표 브랜드 ‘박카스’는 2023년 60살이 된다. 환갑을 앞두고 있지만 다양한 변화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아가며 폭 넓은 연령대에서 사랑받고 있다. 박카스와 함께하는 ‘국토대장정’, 현 시대에 맞춰 재밌는 내용으로 꾸민 ‘29초 영화제’ 등은 젊은 사람들에게 박카스라는 제품을 각인시켰다.

박카스D와 박카스F. 사진=동아제약 제공
◇ 강신호 명예회장 기억 속 ‘술의 신’

‘박카스’ 명칭은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붙였다.

박카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으로 주당들을 지켜주고 풍년이 들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강 명예회장은 ‘간장을 보호한다’는 이미지의 단어를 생각하던 중 독일 유학 시절에 본 함부르크 시청의 지하 홀 입구에 서 있었던 술과 추수의 신상 박카스를 떠올렸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제약회사는 의약품 및 제품에 주로 회사명이나 성분명을 활용해 이름을 붙이는데 강 명예회장은 신화 속 신의 이름을 제품에 붙이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고 1961년 9월 박카스가 탄생했다.

◇ 긴 역사만큼 다사다난했던 박카스

사실 최초로 발매된 박카스는 지금과 같은 드링크 형태가 아닌 알약 형태의 제품이었다.

그러나 ‘박카스 정’ 발매 이듬해 봄으로 접어들면서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 제제((製劑) 기술이 미숙해 박카스의 외피를 형성하는 당의(糖衣)가 녹는 문제가 발생해 대량 반품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연구소의 긴급한 제품개선 노력으로 당의 문제는 곧 해결됐지만 이미 제품의 이지미가 손상된 뒤라 시장에서 호응도가 현격히 줄었다.

이에 동아제약은 전격적으로 박카스의 제형을 당시 소비자 호응도가 높은 20cc 앰플제로 변경해 ‘박카스 내복액’으로 1962년 8월에 발매했다.

청량감이 우수했던 박카스 내복액은 출발이 순조로웠지만 앰플 용기를 다루는 소비자들이 사용에 익숙하지 못해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났으며, 운반과정 중에 파손되는 제품도 상당했다.

동아제약은 즉시 제품 개선에 나섰고 1963년 8월 마침내 현재와 같은 드링크 형태의 ‘박카스D’를 발매했다.

‘박카스D’에는 지방간을 억제하는 이노시톨과 비타민 B6가 첨가됐고 타우린 등을 보강해 약효를 증진시켰다. 또한 사원들을 대상으로 시음한 결과를 종합해 맛을 결정하는 등 기존 제품에 비해 속효성과 청량감이 증대됐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박카스 앞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1976년 7월 정부가 오남용을 일으킬 수 있는 자양강장 드링크류의 일반 대중 광고를 금지한 것이다. 이후 1993년 광고가 재개되기 전까지 박카스는 출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마주하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 초 ‘박카스D’(드링크)는 ‘박카스F’(포르테)로 리뉴얼 됐고 2005년 3월 기존의 ‘박카스F’에서 타우린 성분을 두 배(2000mg)로 늘리며 14년 만에 ‘박카스D’(더블)로 업그레이드 됐다.

또한 동아제약은 2005년 8월에 여성과 젊은 소비자들을 위해 카페인 성분을 제외한 '박카스 디카페'를 출시하기도 했다.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판매되던 박카스는 2011년 7월 의약외품으로 전환됐고 이에 따라 달성공장에서 ‘박카스F’의 생산이 재개됐다.

박카스의 변천사. 사진=동아제약 제공
◇ 60여년 동안 5조원 어치 팔려

1961년 처음 출시된 박카스는 1963년 현재와 같은 드링크 형태로 바뀐 뒤 2019년까지 약 212억병, 금액으로는 5조원가량 팔렸다.

2015년에는 박카스 역사는 물론 대한민국 제약산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바로 국내 매출이 처음으로 연간 2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2000억원 매출은 제약회사가 국내에 판매하는 단일제품으로는 최초다.

2015년 박카스 국내 매출액은 2010억원으로 1961년 발매 후 최고 매출액이며 1994년 1000억원 달성 후 20년 만에 2000억원 고지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액은 2343억원으로 집계됐다.

◇ 숫자로 본 '박카스'

박카스는 강산이 5번 바뀌는 동안 소비자로부터 한결 같은 사랑을 받아왔다. 국내 제약업계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평가받는 박카스를 숫자로 들여다봤다.

△8=박카스 생일은 8월 8일이다. 박카스라는 이름은 1961년 처음 나왔지만 동아제약은 현재의 드링크 형태로 바뀐 1963년 8월 8일을 박카스 발매일로 공식 지정하고 이를 기념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2018년 8월 8일 박카스 발매 55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에서는 '박카스가 전달하는 느린 편지'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이 직접 손편지를 작성했는데 작성한 손편지는 박카스 발매 60주년이 되는 2023년 8월 8일에 전달 될 예정이다.

△40=1963년 박카스 한 병 가격은 40원으로 당시 짜장면 한 그릇 가격과 똑같았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30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싼 값이 아니었다. 그 사이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100배 넘게 뛰고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120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박카스(박카스D기준, 600원)는 15배 오르는 데 그쳤다.

△60=박카스는 2017년 누적 판매량 200억병을 돌파했다. 박카스 한 병의 길이는 12cm(박카스D 기준). 판매된 박카스 병을 옆으로 늘어놓으면 둘레 약 4만km에 달하는 지구를 60바퀴 돌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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