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의 주 내용은 "홈플러스가 성포동 안산점 폐점 후 주상복합 신축을 추진하면 주민도 불편하고 600여명의 고용에 대한 대책도 없어서 곤란하다"는 톤이다. 폐점은 안된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주민불편과 고용유지 등을 이유로 지난 몇 년간 의무휴업과 출점규제 등에 대한 완화를 목이 쉬게 외쳤던 홈플러스 요구를 외면해왔다. "더 이상은 힘들어서 안 되겠다. 문을 닫아야겠다"는 홈플러스에, 이번에는 같은 이유로 폐점을 저지하고 나섰다.

이는 비단 홈플러스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 때 ‘유통 공룡’이라 불리며 국내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골목상권 침해의 공적으로 꼽혔던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히며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잘나가던 2011년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정점이었던 2013년과 비교해 5분의 1토막이 났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 7조원을 넘겼으며, 이베이코리아도 지난해 수수료 기준 매출만 1조954억원에 이른다. 국내 유통 시장 주도권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가지고 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대형마트도 늦었지만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밤 12시가 넘으면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도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는 심야 영업 제한과 주말 의무휴업 규제가 온라인에도 그대로 적용돼 요즘 유행하는 새벽배송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악재에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나눠줬지만, 이들 업체들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이제는 성장은 사치고, 존립 자체를 고민하는 상황에 놓였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롯데마트는 VIC킨텍스점과 천안·의정부점 등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에 122개점 중 13개점을 폐점키로 했다. 이마트도 사업성이 없는 전문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유통발 실업 쓰나미 경고음이 전국에서 울리고 있다.

국내 유통산업 종사자수는 총 325만명(대한상공회의소·2018년 말 기준)으로 전체 산업 종사자수(2223만명)의 14.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상당하다. 제조업(410만명)에 이어 2위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형마트 규제는 강화될 움직임이다. 21대 국회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총선 주요 공약으로 유통업계 규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표적인 공약이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삼은 ‘복합쇼핑몰 규제’다. 규제안의 주요 내용은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와 같게 의무휴업을 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연구용역 보고서까지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의 매월 두 차례 일요일 의무휴업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에 큰 효과가 없는 것은 이미 판명 난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구매를 포기하거나, 온라인 유통과 개인 대형슈퍼(식자재마트) 등을 이용한다.

취지는 유명무실해졌고, 소비자는 달라졌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같은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그로기에 몰린 대형마트 입장에서 더 이상의 규제는 고사의 길뿐이다.

118년 역사를 지닌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JC페니는 지난달 파산 신청을 하고, 직원 8만5000명을 해고했다. JC페니는 1902년 설립 후 한 때 매장이 2000여곳에 달하며 미국 내 ‘유통 공룡’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아마존의 급부상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극도의 경영난을 겪었다.

최근 경기침체의 근본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추락이다. 침체된 소비 진작 및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의무휴업과 의무휴업일 온라인 판매금지 규제 등을 폐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얼마가지 못해 국내 대형마트들도 JC페니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거대 여당은 명심해야 한다.

실업자가 늘어날수록 정부와 여당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은미 데일리한국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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