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제공
[편집자주]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며 해외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는 대체로 잘 사는 편이다. 선진국은 오랜 전통의 기업들과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이 명맥을 이어가며 경제성장과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세계시장에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비전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매출액이 많은 기업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자동차에서 삶의 동반자로”

기아자동차는 최근 최상의 이동성을 구현해 삶을 더욱 편리하고 즐겁게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이동을 위한 수단에서 삶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의 새로운 가치를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기아차는 같은 계열사인 현대차보다도 먼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자동차를 만든 회사다. 실제 한국 산업화 속에서 기아차는 도전과 좌절, 극복의 연속이었다. 1980~1990년대까지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끌었던 기아차는 1997년 외환위기로 부도가 나면서 추락하기도 했지만, 현대차를 만나 재도약에 성공했다.

'최초' 또 '최초' 국내 車업계 역사와 함께 한 기아차

기아차는 1944년 12월 고 김철호 회장의 ‘경성정공’으로 최초 설립됐다. 경성정공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삼천리자전거의 원조 ‘3000리호‘ 자전거를 만들며 한국 산업사에 이름을 처음 올렸다.

기아라는 사명은 1952년 기아산업으로 바꾸면서 등장했다. 기아차는 1962년 국내 자동차 회사 최초로 삼륜 화물차 ‘K-360’ 만들었다. 일본의 마쯔다와 기술을 제휴해 생산한 모델이지만, 한국 기업이 최초로 자동차를 만든 순간이었다.

기아차는 1973년 경기 시흥 소하리에 국내 최초의 종합 자동차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자동차 생산에 들어갔다. 같은해 국내 최초로 가솔린 엔진을 만들었으며, 이듬해인 1974년엔 ‘브리사’라는 국산차를 생산하게 된다.

기아차는 1976년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군수용 자동차 생산에도 진출하고, 국내 최초로 디젤엔진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후 아직까지도 국민들에게 친숙한 1981년 미니버스 ‘봉고’와 1986년 소형차 ‘프라이드’를 출시하며 국내차 산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위기는 순식간에 다가왔다. 경영악화를 장기간 분식회계로 숨겨오던 기아차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그해 10월22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1998년 7월 기아차 채권단은 국제입찰 방식으로 기아차 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현대차는 1998년 12월1일 기아차를 인수했다. 이는 곧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차남인 정몽구 회장은 1999년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 겸 현대차그룹 회장을 맡은 뒤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기아차는 품질경영과 현장경영 철학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정 회장의 인공호흡으로 합병 14개월 후인 2000년 2월 최단시일 내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했다. 정 회장은 당시 기아차와 현대차 두 기업의 통합 시너지 전략으로 ‘플랫폼 공유’를 택했다. 기아차의 중형차와 준중형차 플랫폼을 없애고, 현대차의 뼈대를 이용해 차량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고의 품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라는 정 회장의 철학 속에 기아차는 품질에 특히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기아차의 신차 품질은 2001년부터 급속도로 개선되기 시작했으며, 미국 시장에서 2007년 럭셔리를 제외한 일반브랜드 중 6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와 결합해 효율성과 품질을 극대화시킨 기아차는 해외로 점차 영역을 넓혀나갔다. 기아차는 글로벌 주요 지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전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기록했고, 2010년부터 현대차와 함께 ‘글로벌 TOP5 기업’로 평가받게 됐다.

지난해 기아차는 연간 277만2076대를 판매, 매출 58조1460억원, 영업이익 2조9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약 720만대를 판매, 폭스바겐, 토요타, 르노-닛산, GM에 이어 5위에 등극했다.

피터슈라이어와 기아차 K7. 사진=기아차 제공
피터슈라이어 영입하며 신차디자인 호평 이어져

기아차의 북미 전용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는 지난 8일(현지시간) ‘2020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최고의 영예인 ‘세계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이 상을 수상한 모델은 국산차 가운데 텔루라이드가 처음이다. 또한 전기차인 ‘쏘울EV’는 미니와 폭스바겐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의 자동차 회사를 누르고 ‘세계 도심형 차’에 선정됐다.

특히 텔루라이드는 기아차가 한국 최초의 삼륜 화물차 ‘K-360’를 만들 당시 기술을 배웠던 마쯔다 모델들을 제치고 수상했다.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고개를 숙였던 일본자동차를 50여년 만에 세계시장에서 누른 것이다.

기아차의 국내 대표 모델은 ‘K시리즈’다. 이미 10주년을 넘은 K시리즈는 준중형 세단인 K3부터 중형세단 K5, 준대형세단 K7, 대형세단 K9까지 모든 세그먼트를 갖춘 명실상부한 국산 대표차종이다.

K시리즈는 지난 10년간 550만대가 팔리며 기아차의 효자 노릇을 했다. K시리즈는 2009년 11월 K7 출시로 시작됐다. 이후 2010년 K5, 2012년 K3와 K9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완성했다. K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이다.

2000년대 중반 기아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로체가 흥행에 실패하자, 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기아차의 미래를 디자인에 걸었다. 이에 2006년 피터슈라이어 디자이너를 기아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영입했다.

독일 아우디폭스바겐에서 오랜기간 디자인을 담당한 피터슈라이어는 이미 유럽의 3대 자동차 디자이너라고 손꼽히는 인재였다. 현재 아우디의 디자인 정체성이 피터 슈라이어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에 눈을 뜬 기아차는 출시 차종마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2011년에는 K5가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 어워드에서 한국차 브랜드 최초로 자동차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후로도 10년간 K시리즈는 15건 이상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디자인과 품질 등 기본기를 갖춘 기아차에 국민들은 구매로 화답을 했다. 준중형 SUV인 셀토스는 최근 몰아친 SUV 열풍속에서 이 차급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셀토스 누적 판매는 지난해 7월 첫 출시이후 올 3월까지 4만4413대를 기록, 소형 SUV로는 역사상 최단기간 4만대를 돌파했다. 또 소형SUV 최초로 월 6000대가 넘게 판매되며, 국내 동일차급 시장규모도 월 1만9000대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부동의 ‘아빠차’로 불리는 카니발도 하반기에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기아차는 신형 카니발(KA4)의 양산시점을 7월 중순으로 잡고 인증 및 생산일정을 조율중이다.

소형 SUV '셀토스'. 사진=박준영 기자
활발한 인재영입으로 글로벌 시장공략, 미래차 개발에 29조원 투자

기아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과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기아차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송호성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추대했다. 송호성 신임 기아차 사장은 수출기획실장, 유럽총괄법인장, 글로벌사업관리 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완성차와 글로벌 사업운영면에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송 사장은 “전기차부문에서 퍼스트 무버(시장개척자) 입지를 공고하게 구축할 것”이라며 “5000여 개에 이르는 글로벌 딜러망을 적극 활용하고 우수한 제조 능력을 통해 최적의 모빌리티 운영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아차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NIO)`의 수석 실내디자인총괄 출신인 요한 페이즌(Jochen Paesen) 상무를 기아차 실내디자인 실장에 임명했다. 요한 페이즌 실장은 기아디자인센터장 카림 하비브 전무와 함께 기아차가 개발하는 모든 차종의 실내디자인 방향성 및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그동안 페이즌 상무는 독일의 폭스바겐과 BMW 등에서 다양한 실내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기아차는 유럽시장에서도 붐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유럽 시장은 전동화, 모빌리티 서비스, 커넥티드 등 차세대 미래차 기술을 대중화하려는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최근 신임 유럽권역본부장에 정원정 전 기아차 유럽지원실장을 임명했다. 정 본부장은 1992년 현대차그룹에 입사했고, 1999년부터 기아차유럽총괄법인(부장), 기아차 서구팀장(부장), 기아차 러시아판매법인장(이사), 기아차 러시아권역본부장, 기아차 유럽지원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기아차 플랜S. 이미지=기아차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 등 세 회사를 통해 각각의 전문 분야를 나눈 미래전략을 발표했다.

기아차는 PBV(목적기반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맞춤형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현대차는 개인용 비행체인 PAV를 중심으로 한 UAM 즉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를, 모비스는 이 두 분야의 바탕이 되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각각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미래 모빌리티라는 한 방향에 집중함으로써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미래차 개발에 6년간 29조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적 전략 ‘플랜S’를 발표했다. 이 전략은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와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 등 ‘투 트랙’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총 11종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추고, 전기차 글로벌 점유율 6.6%, 친환경차 판매 비중 25%를 각각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2026년 전기차 50만대를 포함해 친환경차 판매 규모가 1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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