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건설사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압박과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 산유국의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건설업계를 둘러싼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대표적인 건설사들은 기존 해왔던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항공부터 석유화학까지 신(新)성장 동력 확보에도 전력을 기울이는 등 ‘변신’도 꾀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주요 건설사들의 뉴 비전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실적이 좋은 건설사들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대림산업이 건설과 석유화학 ‘두 날개’로 비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등 국내 정비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한편, 미국의 의료용 소재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석유화학·에너지 분야 글로벌 디벨로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이 회사의 독립성·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사내이사 자리에 물러나는 등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브라질 카리플렉스 공장.
◇대림산업, 석유회사·에너지 분야 확장 ‘속도’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미국 ‘크레이튼’(Kraton)의 ‘카리플렉스’(CariflexTM) 사업부 인수 작업을 완료하고 의료용 소재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리플렉스는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생산하는데, 이들 제품은 수술용 장갑, 주사용기 고무마개 등 의료용 소재로 사용된다.

대림산업은 이번 인수를 위해 약 6200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영업이익(1조1301억원)의 55%에 해당하는 액수다. 대림산업은 이번 인수로 카리플렉스의 브라질 생산 공장을 비롯해 네덜란드 연구·개발(R&D) 센터를 포함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 독일, 벨기에, 일본, 싱가포르 등의 글로벌 판매 조직 및 인력, 영업권도 갖추게 됐다.

천연고무로 제작된 수술용 장갑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알레르기를 유발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으나, 합성고무로 만든 수술용 장갑은 이런 위험이 없어 각광받고 있다. 합성고무의 안정성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도 합성고무 사용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대림산업은 기대하고 있다.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시장은 매년 8% 수준의 성장이 전망되고 있는데, 카리플렉스 사업부가 생산하는 제품은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속 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의료용 소재 시장의 ‘강자’를 인수한 만큼, 관련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대림산업은 의료용 소재 국산화를 통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의료용 소재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이를 위해 대림산업은 의료용 소재 기술 개발을 통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국내에 생산 공장 투자도 검토 중이다.

대림산업은 이번 카리플렉스 사업부 인수를 시작으로 석유화학과 에너지 분야로의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존 건설 사업에서의 강점은 유지하면서, 석유화학 등 신성장 동력을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석유화학·에너지 디벨로퍼 사업 육성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림산업이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한 ‘고기능 부타디엔 고무 생산’ 원천 기술은 기획재정부가 올해 2월 선정한 신성장·원천 기술 가운데 하나로, 활용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림산업은 메탈로센 촉매 등 독자 개발한 기술과 카리플렉스의 음이온 촉매 기반의 합성고무 생산 기술을 융합해 의료기기, 우주·항공, 기능성 타이어 등 첨단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아크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아크로’ 브랜드로 정비사업 공략

대림산업은 ‘아크로’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정비사업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림산업이 입찰에 뛰어든 정비 사업은 한남3구역과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 등이다. 대림산업은 ‘준법 수주’와 아크로 브랜드의 경쟁력을 통해 이들 정비사업을 수주한다는 포부다.

대림산업은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워 5년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했지만, 래미안 공백기에 구축해온 아크로의 브랜드 경쟁력이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5년간 재개발 시장에서 주춤한 사이 ‘아크로 리버파크’, ‘아크로 리버뷰’,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굵직한 재개발 현장을 연이어 흥행시켜 하이엔드 주거 시장의 브랜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림산업의 서울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가 국내 최초로 3.3㎡당 1억원을 돌파하는 등 아크로 브랜드는 최고 매매가, 최고 상승가, 최고 분양가 등 시세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아크로 브랜드는 국내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최초로 독일 ‘iF(International Forum)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분 브랜딩 본상도 받았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전문성·독립성 강화로 주주가치 극대화

대림산업은 건설, 석유화학 등의 사업뿐만 아니라 회사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 등 전문 경영인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회사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춰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대림산업은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열어 이사회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하고, 이와 관련해 이해욱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그룹 회장으로서 그룹의 비전인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한 역할에 집중한다.

이해욱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하자 대림산업 지주회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 측은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KCGI 측은 “이해욱 회장이 2020년 주주총회에서 이사 연임을 포기하고, 전문 경영진 제도를 강화하기로 한 대림그룹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대림코퍼레이션에 투자를 결정한 이후, 대림그룹이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소통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또한 대림산업은 이사회 내에 설치된 내부거래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구성원 전원을 사내이사로 한정했다. 기존 내부거래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 사내이사 1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됐으나, 사내이사 1명을 제외한 3명의 사외이사로만 내부거래위원회를 꾸려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대림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 공헌 프로그램인 ‘5대 나눔’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한다. 대림문화재단 및 수암장학재단을 통한 예술과 문화, 학술 및 장학 지원도 확대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