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추미애 낳은 '민주당 텃밭'…부동층이 승패 좌우할 듯

4·15 총선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고민정 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통합당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서울 광진을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1996년 성동구에서 분리된 뒤 보수당이 승리를 거둔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5·16·18·19·20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맹주’로 군림했다. 유일하게 낙선했던 17대 총선에서도 당선자는 민주당 계열인 열린우리당에서 나왔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려던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불었다. 그 덕을 열린우리당 출신들이 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었다. 그때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민주당에 남았다.

24년 동안 보수에 냉랭했던 광진을의 표심을 흔들기 위해 미래통합당은 ‘야권의 잠룡’으로 불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일찌감치 내세웠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최연소이자 최초의 연임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데다 지난해부터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전통시장 등을 돌며 표밭을 공략한 만큼 그 어떤 후보와 대결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민주당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광진을에 전략공천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 전 대변인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합류, 이후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오 전 시장에 견줄 수 있는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는 데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과 국정 기조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고려했을 때 '해 볼 만한 대결'이라는 평가였다.

애초 정치적 중량감에서 고 전 대변인이 뒤처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오 전 시장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가 기우는 듯했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2일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오 전 시장이 38.5%를 기록하며 고 전 대변인(35.9%)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서울 광진을 거주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응답률 13.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또한 뉴스핌이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3일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는 48.2%로, 고 전 대변인(38.6%)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 (서울 광진을 거주 18세 이상 남녀 1001명 대상, 응답률 3.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분위기는 고 전 대변인이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바뀌었다. 고 전 대변인은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10~11일 벌인 여론조사에서 44.5%를 기록하며 오 전 시장(36.8%)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서울 광진을 거주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응답률 10.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고 전 대변인은 이후 지난 8일까지 발표된 10차례의 여론조사에서도 오 전 시장을 제쳤다. 가장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는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 의뢰로 지난 6~7일 벌인 것이다. 이 조사에서 고 전 대변인은 50.9%, 오 전 시장은 10.8%포인트 뒤처진 40.1%를 기록했다.

민심이 ‘인물론’에 호응했다고 반색했던 오 전 시장 측은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선두를 달리는 고 전 대변인도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 정국 속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인물보다는 정당이 후보 선택의 잣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정치신인인 고 전 대변인이 오 전 시장을 꺾고 당선되면 정치적 입지와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반면 2011년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한 뒤 9년의 공백기를 거쳐 정치권으로 돌아온 오 전 시장이 당선되면 다시 한 번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물론, 변수는 있다. 중도층의 표심이다. 정치권에서는 10년 가까이 공터로 남아있는 구의동 옛 동부법조타운, KT 부지 개발 등의 현안을 잘 풀어내는 후보가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각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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