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고향에 출사표 던진 노무현 사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전이라는 시각도

곽상언(왼쪽) 후보와 박덕흠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一家)의 ‘험지 도장깨기’ 도전은 계속된다. 패배할 줄 알면서도 서울 종로에서 부산으로 내려갔던 노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 정신을 물려받은 후계자가 보수의 상징이 있는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 고향에서 국회 입성을 노린다. 친노(친노무현)를 바라보는 보수 민심의 가늠자다.

충북 동남4군(보은·옥천·영동·괴산) 선거구에는 육 여사의 고향인 옥천이 포함돼 있다. 육 여사의 생가도 있다. 육 여사 남편인 박 전 대통령의 후광효과도 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사람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정치적 고향으로도 불린다. 1948년 제헌국회 이래 이곳의 금배지는 대부분 보수 진영의 몫이었다.

다만 ‘보수의 텃밭’이라는 평가보다는 ‘진보의 험지’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옥천 출신인 이용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상임고문은 9·10·12·17·18대 총선에서 5선을 지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충북의 다른 군지역보다는 정당이 아닌 인물 위주의 선거결과가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최근 두 차례 총선에서는 보수 정당이 지역구를 차지했다. 19~20대 재선을 한 박덕흠 미래통합당 후보는 이용희 상임고문의 아들인 이재한 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연거푸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누르고 금배지를 달았다.

21대 총선을 앞둔 초반 여론조사에서도 박덕흠 후보는 강세를 보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KBS·한국일보 의뢰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지난 3월 12~14일 조사한 결과 박 후보는 43.3%로,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29.4%)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곽 후보가 지지율을 조금씩 따라 잡는 것으로 나타나 박 후보가 안심할 순 없다. 곽 후보는 선거를 불과 3개월 정도 앞두고 지역에 내려왔지만, 노 전 대통령의 후광효과로 인지도를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곽 후보는 이 곳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부친의 고향이 영동이다.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세종시를 통해 일정부분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옥천에서 그의 사위인 곽 후보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옥천은 충북의 다른 군지역보다는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이 상임고문의 여전한 지역구 영향력으로 곽 후보가 덕을 본다는 얘기도 있다.

곽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에도 스스로 밝혔듯이 장인의 뒤를 이어 험지를 뚫겠다는 정신으로 무장했다. 그러나 선거 운동 과정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 않다. 보수 정당이 최근 두 차례 선거 승리한 지역에서 진영 대결 구도는 불리하다는 판단이다. 대신 곽 후보는 농축산 정책과 고령친화도시 수립을 1, 2호 공약으로 내거는 등 일꾼 이미지를 구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그가 당선되면 정치적 파급력은 ‘노무현 사위’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신인이 약세 지역에서 1석을 늘리면 초선으로서 당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은 그 무게감을 비례해 늘어난다.

박 후보로서는 8년 동안 지역에서 쌓아온 탄탄한 조직력과 인지도를 전국적인 관심으로 끌어낼 좋은 무대가 마련됐다.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중앙 정치무대에 이름을 알릴 좋은 기회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를 꺾게 되면 중량감 높은 정치인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마침 선수(選數)도 중진을 가리키는 3선 고지에 오른다. 상임위위원장을 맡을 수 있는 선수다. 당에서는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도 노려볼 수 있다. 박 후보는 정계 입문 때에는 친박(친박근혜) 성향이었다.

그동안 있었던 이 지역 국회의원 선거가 이번 만큼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은 적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전 성격도 있는 이번 대결의 승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곽 후보 캠프 관계자는 “노무현 사위가 아닌 국회의원 곽상언으로 매듭 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외지인이 갑자기 와서 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변은 없다”고 승리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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