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명박 대리전'의 승자는?

이광재(왼쪽) 민주당 후보와 박정하 통합당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강원 원주갑 선거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리전이다. ‘노무현의 오른팔’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이명박의 입’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의 ‘빅뱅’이다. 강원도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가 이처럼 핫한 적이 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강원도에서 공식 정계 복귀전을 치른다. 2011년 강원도지사 재임 시절,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피선거권 박탈과 함께 지사직을 상실한 지 9년 만이다. 문재인정부는 2019년 12월 이 후보의 공직선거 출마 자격을 회복시켰다.

이 후보는 강원도 외에 다른 출마 선택지가 없었다. 그를 국정상황실장으로 임명하며 노무현정부의 핵심으로 만들어준 이는 노 전 대통령이지만, 유력 정치인으로 발돋움시킨 건 강원도민들이다. 이 후보는 강원도에서 재선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냈다. 강원도가 전통적으로 보수 색채가 강하다는 점에서 진보의 길을 걸어온 이 후보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다.

민주당에서 강원권역 선대위원장으로 이 후보를 임명한 것은 ‘이광재 바람’으로 보수 텃밭인 강원도 민심을 흔들어보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후보가 21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다면, 강원도를 상징하는 정치 거물로 대권 후보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박정하 미래통합당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유승민 의원 등 보수 진영 거물들의 ‘입’으로 활동해 왔다. 특히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에 입성해 대변인을 지내며 마지막까지 이 전 대통령 곁을 지켰다. 원내에 이재오가 있었다면 원외에는 박정하가 있었다. 친이계(친이명박계)의 핵심이다.

박 후보는 2014년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러브콜을 받아 정무부지사로 임명됐고, 2017년에는 유승민 대선 후보의 대변인을 역임하기도 했다. 중앙과 지역을 아우른 정치·행정 경험을 높게 평가받아 ‘이광재 맞수’ 적임자로 공천장을 따냈다.

통합당은 강원도에서 권성동·김기선 등 다선의 현역 의원들을 줄줄이 낙천시켰다. 강원 지역을 대표할 만한 새로운 인물이 보수 텃밭에서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박 후보가 여권의 거물인 이 후보를 물리치면 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하면 이 전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친이계의 부활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진보 정권과 보수 정권을 상징하는 인물들 간의 혈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20대 총선에서 134표차로 근소하게 낙선했던 무소속 권성중 후보의 경쟁력이 변수다. 권 후보가 어느 표를 더 잠식하느냐에 따라 이 후보와 박 후보의 명암은 엇갈릴 전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가 G1 의뢰로 강원도 원주갑 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지난 3월 28~29일 조사한 결과 이광재 후보 48.1%, 박정하 후보 27.6%, 권성중 후보 9.7% 지지율을 기록했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 / 응답률 12.3%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상으로는 이 후보의 우세이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광재 후보 캠프 관계자는 “원주갑 승리로 강원도 민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박정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전통적인 구도심 지역의 보수 민심은 이번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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