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분열로 여당 텃밭 균열…‘30여년 지역구’ 문 의장 지지 표심 향방이 관건

왼쪽부터 오영환 후보, 강세창 후보, 문석균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경기 의정부갑에선 이례적으로 무소속 후보자가 주요 스포트라이트 대상이다. 현직 국회의장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이 선거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의정부갑은 보수 진영의 불모지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6선을 지내며 여느 선거구보다 탄탄한 진보 지지층을 다졌다. 지난 1992년 제14대 총선부터 30년 가까이 지역을 맡아 조직을 관리하고 기초 의원 공천에도 관여해 왔다. 문 의장의 의중이 미치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다.

그런 까닭에 문 의장이 불출마를 결정한 뒤엔 그의 아들인 문석균 후보가 지역구를 이어받겠다고 나선 것이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문 후보는 정치권에서 벌어진 ‘세습논란’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까지 해가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진보의 분열로 여당 텃밭에 균열이 생겼다.

문 의장도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못할 뻔 했다. 문 의장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등과 함께 처음에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 대표는 무소속 출마하는 길을 택했고, 유 총장은 그대로 받아들였다. 문 의장은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에서 성공해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돼 국회의장까지 됐다.

문 후보 캠프에는 생사(生死)를 같이 하겠다며 민주당 의정부갑 지역의 당직자 400여명과 현직 시의원들, 시청 퇴직 공무원들까지 대거 동반 탈당해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정작 여당 공천장을 받은 오영환 후보가 진보 표밭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오 후보의 입에서 “외롭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래통합당에선 강세창 후보가 선거구 탈환의 기수로 나섰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문 후보를 포함, 여권성향 후보 2명에 야권 후보 1명의 구도다. 이대로 선거 끝까지 간다면 여권 지지자들의 표는 분산될 수밖에 없다.

강 후보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문 의장이 득표한 43%에 불과 5%포인트만 뒤진 38%를 얻으며 선전했다. 또 강 후보는 재선 의정부시의원에 의정부시장 선거 경험도 있는 등 지난 15여년간 바닥민심을 나름대로 잘 다져 놨다.

결국 오 후보와 문 후보가 선거 끝까지 연대 없이 여권의 지지 세력을 나눠 갖는다면 강 후보가 금배지를 달 가능성도 있다. 문 의장 지지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최대 관건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경기 의정부갑 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유권자 517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28~29일 조사한 결과 오영환 후보 42.6%, 강세창 후보 31.7%, 문석균 후보 11.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3%p / 응답률 6.0%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의정부의 안전과 미래를 담대하게 이뤄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와신상담해온 연륜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의정부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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