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베트남·일본에서 ‘강점 발휘’…미국·홍콩 시장 ‘손실’

우리은행은 미국 시장 ‘선점효과’로 ‘호조’…홍콩에서도 이익내 신한은행과는 대조적

신한은행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 현지 창구에서 금융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지난해 신한은행은 해외에서 190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냈다. 국내은행중 가장 많았다. 지방은행 가운데선 전북은행이 캄보디아에서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해외서 순익 140억원 이상을 올리며 실적이 가장 좋았다.

주요 은행들의 해외진출 전략과 해외진출 시점에 따라 실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특정국가에 진출한 지 오래됐으면 기반이 갖춰지면서 실적이 좋고, 진출한 지 얼마되지 않았으면 아무래도 초기이다 보면, 이익이 많지않거나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국내은행 해외 실적 1위는 신한…베트남·일본서 ‘강점 발휘’…미국·홍콩 시장선 ‘손실’

30일 각 은행별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해외에 법인을 설치하고 영업 중인 은행은 신한·우리·하나·기업·전북·국민·대구·농협은행 등 총 8곳(해외 법인 순이익 상위 순, 이하 지난해 1~9월 기준)이다.

이들 은행 중에서 지난해 해외서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곳은 신한은행으로 순이익이 1892억9300만원이나 됐다. 이어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904억47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해외 실적이 두 번째로 높았다. 다음으로는 하나은행이 871억1000만원의 순이익을 해외서 거뒀다.

'해외실적 빅3' 밖의 해외 실적 규모는 떨어졌다. 네 번째로 높은 해외 실적을 올린 은행은 기업은행으로 지난해 146억44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5위는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으로 지난해 해외에서 140억5700만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30억15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경쟁은행들인 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에 비해 해외 실적이 낮았다. 주요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의 해외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다른 경쟁은행보다 늦게 해외에 진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음으로 해외 실적 7위 은행은 대구은행으로 지난해 79억6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해외서 1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8개 은행중에서는 실적이 가장 낮았다.

해외실적 1위인 신한은행의 진출 국가별 실적은 베트남이 943억49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일본에서 539억8700만원의 순이익을 냈고, 중국에서도 266억59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캐나다에선 17억6300만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고, 독일에서도 순이익이 5억5100만원 정도였다. 특히 미국에선 14억7700만원의 손실을 입었고, 홍콩에서도 5억21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홍콩 법인이 폐업 과정에 들어가면서 청산 비용이 발생해 손실에 포함됐고, 미국 시장은 투자 비용이 더 투입되면서 손실이 난 측면이 있다”며 “당행이 주로 다루는 원화가 기축 통화가 아닌 관계로 홍콩과 미국 시장에서 자리 잡는데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베트남과 일본은 오랜 기간 신한은행이 시장 개척에 공 들여온 온 결과로, 현지화 과정이 완료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실적이 두 번째로 높은 우리은행은 신한은행과 정반대로 미국에서 지난해 158억1500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가장 높은 해외 실적을 올린 인도네시아(348억2400만원) 다음으로 많은 순이익을 미국에서 냈다.

신한은행 일본 현지 법인 SBJ은행 지점 전경. 사진=신한은행 제공
또 우리은행은 홍콩에서도 63억75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우리은행이 해외 시장에서 지난해 손실을 기록한 곳은 독일 단 한 곳으로, 현지에서 22억65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 해외실적 2위 우리은행, 미국 시장서 ‘선점효과’로 실적 ‘호조’…해외실적 1위 신한과 반대 양상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독일 사무소가 법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설립 비용이 발생했고, 이것이 회계 상에 손실로 계상됐다”며 “또한 독일 법인이 독립채산제로 가는 과정에서 별도의 시스템 구축 비용과 같은 1회성 비용이 추가로 들면서 손실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빠른 1984년에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일찍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터전을 다져왔다”며 “진출 초기엔 주로 미국 내 거주 한인·현지기업들이 영업 대상이었다면 현재는 현지인과 현지기업들로 고객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현지 소다라은행을 인수했는데, 소다라은행 자체가 인니 현지에서 지점이나 리테일 측면에 있어서 어느 정도 구축이 돼 있었다”며 “이 소다라은행을 우리은행이 인수하면서 상품관리, 리스크관리, 영업노하우 등이 공유되고 시너지효과가 발생해 수익이 꾸준히 상승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실적 3위 하나은행은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은 309억1400만원의 실적을 거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328억13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캐나다에선 70억2200만원, 독일에서 40억2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홍콩에서는 43억5600만원, 미국에서는 37억90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특정 나라에 쏠리는 현상은 덜한 편이다.

하나은행이 적자를 본 국가는 멕시코 한 곳으로 지난해 10억64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2017년 3월에 멕시코시티에 진출한 이래 지난해 3월 현지 멕시코 감독기관으로부터 영업 개시 승인을 받은 만큼, 멕시코 현지 시장에서 아직 안정적인 수익이 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큰 대외 변수가 발생해 중국 시장에서 실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 시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하나은행이 다져온 영업 이력을 통해 현지화가 잘 돼 있다 보니, 이를 극복하고 우수한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미국 현지 법인 우리아메리카은행 지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제공
다음으로 기업은행은 중국에서 197억5800만원, 미얀마에서 1억5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반면, 인도네시아에선 52억1900만원의 손실을 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이 지난해 출범한 관계로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초기 비용이 발생해 손실로 계상됐다”며 “인도네시아 현지 사정도 고려해야 하고 순익이 나려면 당분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면, 중국 시장의 경우 기업은행이 타행보다 비교적 빠른 20년 전에 진출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특히 기업금융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중국 현지 영업 활성화에 따른 대출 증가로 이자이익 증대가 호실적을 뒷받침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은행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140억5700만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이어 국민은행은 중국에서 98억300만원, 캄보디아에서 29억7600만원, 영국에서 3억1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에 반해 미얀마 시장에선 65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구은행은 캄보디아 79억91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둔데 반해 미얀마에선 8500만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마지막으로 농협은행은 캄보디아에서 14억2000만원, 미얀마에서 2억8000만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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