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복귀'도

[편집자주] 국내 건설사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압박과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 산유국의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대표 건설사들은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항공부터 석유화학까지 신(新)성장 동력 확보에도 전력을 기울이는 등 ‘변신’도 꾀하고 있다. 이에 데일리한국은 국내 시공능력평가 실적이 좋은 건설사들의 뉴 비전을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시리즈로 연재한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물산 제공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2020년을 새로운 10년을 약속해야 하는 시기로 보고, 그동안 쌓아온 역량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동남아시아, 중동 등 주력시장에서의 수주 확대를 기본으로 하면서 인접국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빌딩이나 도로, 철도, 복합화력발전 등 주력상품에 수주 역량을 집중하면서 LNG탱크, 태양광발전 상품에서도 성과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19일 “지난해 베트남 LNG 터미널 공사를 수주하며 현지 플랜트 사업에 첫 진출했고, 방글라데시에서는 같은 해 복합화력발전소와 공항공사 프로젝트를 따내며 해당 공종분야에 처음 물꼬를 텄다”며 “LNG탱크와 태양광발전 분야의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올해에는 이익 중심의 사업 추진으로 내실 강화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건설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외형 확장보다는 실익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호 사장 “올해 10년 성장 약속하는 시기”

지난해 삼성물산은 10조700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어려운 국내외 수주환경 속에서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켜 나가고 있다. 주력시장 뿐 아니라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인접국가로까지 수주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올해 수주목표를 11조1000억원으로 잡은 삼성물산은 질 좋은 수주를 통해 안정적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기반 마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2020년을 새로운 10년 성장을 약속하는 시기로 정하고, 모든 가치와 업무를 프로젝트 중심으로 수행해 ‘이익 성장(Profitable Growth)의 기반’을 다지자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해외부문 강화와 함께, 국내시장에는 5년만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강하고 화려한 출사표’도 던졌다. 여전히 선호도가 높은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우면서, 올해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서울 상일동 삼성물산 사옥. 사진=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래미안’ 앞세워 정비사업 잡는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참여해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돌입했다. 재건축 입찰에 뛰어든 것은 2015년 서울 서초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 이후 약 5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신반포15차 신규 단지명을 ‘래미안 원 펜타스’로 제안했다. 시공사로 선정되면 착공과 동시에 선 분양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한 상태다.

건설업계는 삼성물산의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래미안 원베일리’ 등이 반포 일대에 구축된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신반포15차 수주에서도 래미안 브랜드의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경쟁사들을 긴장시켰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은 올해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힐 만큼 대규모 사업이다. 조합 측이 제시한 예정 공시비용은 8087억원에 달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3주구 재건축 사업 참여를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래미안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고, ‘클린 입찰’이 가능한 사업장일 경우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비사업 ‘왕의 귀환’에 건설업계 ‘긴장’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운 삼성물산이 정비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정비 사업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랜드 선호도를 중시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 특성을 감안하면 래미안의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이 정비 사업 수주 경쟁에 참전하면서 정비 사업 입찰을 둘러싼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브랜드 선호도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삼성물산이 정비 사업 분야에서 약 5년간의 공백은 있었지만, 래미안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나 선호도는 여전한 상황이라 정비 사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삼성물산이 반포 재개발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은 수익률보다는 래미안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며 “삼성물산의 래미안 브랜드 선호도가 여전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에서의 삼성물산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물산이 정비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건설사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 브랜드 선호도가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인 수준”이라며 “삼성물산의 래미안 브랜드 선호도를 감안하면, 올해 주요 정비 사업은 삼성물산과 주요 건설사 몇 곳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책임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완공 이후 하자 발생 정도나 하자 보수 등에 대한 평도 상당히 좋아, 정비 사업 수주를 따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잠정)은 11조 6520억원, 영업이익은 540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50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 5000억원을 넘어서며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수익성 중심의 경영전략을 기본으로 프로젝트 체질개선과 경쟁력강화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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