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영 항공대 교수 “한진 지분 사들여 가치 높인다음 비싼 값에 다시 팔아 수익 챙길 것"

황윤식 세종대 교수 "대기업 지배구조에 관심 가진 금융자본, 강성부 대표가 결국엔 전문경영자 자리에 앉을수도"

강성부 대표 "KCGI 투자철학은 먹튀가 아니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요즘 한진가 경영권을 두고 조현아 전 부사장 측 주주연합과 조원태 회장 측 주주들이 치열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 전 부사장 측 우호 대주주인 KCGI라는 사모펀드의 움직임이 연일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KCGI는 17% 이상의 지분을 획득, 조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13.30%)과 함께 3자 주주연합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CGI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강성부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2018년 11월 특수목적 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9%를 매입, 한진그룹 경영에 본격 개입하기 시작했다.

강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분 매입과 동시에 한진가 지배구조 개선과 부채비율 축소,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등을 요구했다. 이후 4개의 경영참여형 펀드(PEF)를 추가로 만들고 최근 1년새 지분율을 17.83%까지 끌어올렸다.

강 대표는 신한금융투자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통해 당시엔 생소했던 ‘지배구조’라는 개념을 내세우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LK투자파트너스 시절 요진건설산업과 현대시멘트, 대원 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진가 경영권을 정조준하면서 국내 행동주의 펀드로는 첫 대기업 공격으로 주목받는 강 대표의 KCGI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2일 "KCGI는 사모펀드라는 간판을 내걸고,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후 되팔아 운영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라며 "단기간 매매차익을 얻는다는 목적에선 헤지펀드와 다를 바가 없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현대차를 공격했던 엘리엇이나 SK그룹을 공략했던 소버린을 거론하며 “KCGI도 한진그룹의 지분을 사들여 가치를 높인 다음 비싼 값에 다시 팔아 수익을 얻는 게 주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황윤식 세종대 교수는 KCGI에 대해 "단순 '먹튀 자본'이라기보다는 국내선 처음으로 대기업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진 금융자본으로 보인다"며 "강성부 대표도 투기자본으로서 산출하는 단출 계산식을 넘어 대한민국 항공업의 얼굴이라는 '대한항공 전문경영자' 자리에 앉을 욕망이 있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 속에서 KCGI는 단지 지분이 많은 주주라기보다는 강성부라는 인물을 평가해봐야 한다”며 "KCGI의 최근 움직임은 현재 국내 최초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시도로 봐야하고, KCGI를 '금융'이 아닌 '리더의 유형'으로 보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KCGI가 엘리엇, 론스타 등과는 차원이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형 투기자본으로 새로운 지평을 여는 행동주의 펀드를 보여주고 있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이라는 리스크까지 안으면서 적극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하고자 하는 현 상황을 보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흔들어 원하는 대리인을 세우고, 중장기적으로는 강 대표가 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KCGI 측 관계자는 "지난달 강성부 대표가 기자간담회까지 열어서 공식적으로 먹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장들은 그들의 주장일 뿐이고, 강 대표는 그건 오해고 아니라고 한게 팩트"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이달 주주총회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0일 강성부 KCGI 대표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CGI에 대해 `엘리엇과 같다. 먹튀 자본이다. 배후세력이 있다`고 말하지만 KCGI의 투자가치철학은 먹튀가 아니고 회사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KCGI는 지난달 한진그룹의 대한항공·한진·한국공항 노동조합이 공동입장문을 통해 “투기 펀드에 몰려든 돈을 불려 가진 자들의 배를 불리고자 혈안이 된 KCGI의 한진그룹 공중 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하자, 노조에 오해를 풀자고 회동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한진빌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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