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교수 "입시 비리 등 신뢰도 떨어지자 부랴부랴 정시 40% 확대방안 발표"

고교 학점제-수능 절대평가 등 교육혁신 내세웠던 기존 정부방침과 달라 일관성 흔들려

'조국 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교육정책에 변화를 가해서 시기와 의도에 의구심 일기도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문가 칼럼=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백년대계라는 의미처럼 교육은 국가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한 나라의 근간을 형성할 정도로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100년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할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한국에서의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혼란만 야기시키는 이슈메이커처럼 각인돼왔다. 특히 교육정책 가운데서도 대입정책의 경우 항상 공정성 논란과 직결되어 왔기 때문에 모든 정권에 부담스러운 주요현안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급부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수 있는 블랙홀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대입정책이기 때문에 여러 불리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권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사실 교육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역시 그 시기와 의도가 다소 의아하며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고 본다. 소위 학종이라고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교과 영역을 대폭 축소하고 정시를 40%까지 확대해 대입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이번 정부가 주장해오던 교육정책의 방향과도 모순되기 때문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교내에서 발생하던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과 동아리 활동 등의 교과과정 이외의 내용을 입시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비교과 영역의 근본 취지인데 이를 완전히 부정하고 대입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결국 과거로 회귀해 입시 만능주의로 돌아가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특히 단순히 정시를 확대해 대입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일차원적인 접근방법이며, 너무나도 행정 편의주의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시험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것은 누구나도 생각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일개 학교나 학원이 아닌 교육부는 시험 이외에도 학생들의 다양한 장점을 키우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고민 없이 단순히 정시 확대로 공정성 논란을 헤쳐나가려 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더욱 실망스러운 대목은 이러한 입시정책의 변화가 조국 사태에서 비롯된 표창장 위조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만약 정권 초기부터 이러한 입시정책의 변화를 미리 준비해왔다면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생뿐 아니라 입시학원 등 교육계 관련 종사자들과 업계에도 이에 대비할 시간과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조국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방안으로 입시전형의 불공정성을 언급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시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과연 진정으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지 단순히 이슈를 이슈로 덮겠다는 정치공학적인 의도가 포함된 것인지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다.

이러한 의심이 합리적인 이유는 최근에 교육부가 발표한 정책과 이번 입시정책의 발표가 모순되는 점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그리고 국제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시켜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획일화된 교육과 고교평준화를 강제로 시킨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특히 자사고와 특목고에 재학 중인 학생과 학부모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말했다. 결국 이번 정시 확대 방안은 결국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일관성 없는 교육부의 발표와 태도는 교육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고교 학점제와 수능 절대평가등 한 쪽으로는 교육혁신을 내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교과 영역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를 인정하며 이를 축소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마치 커피숍에서 '차가운 핫초코'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이번 발표에 대한 다른 보완적인 대책 없이 정시 비중만 확대된다면 다시 교내에서는 시험 위주의 문제풀이만 이루어지게 되고 학생들 역시 수능만 바라보며 교내 수업보다 입시학원에 더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또 다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시를 축소하겠다는 대책을 낼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번 입시정책 발표로 인해 강남을 포함한 서울의 주요 학군의 부동산 값이 상승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은 항상 발 빠르게 정보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번 이슈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국토부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각 부처의 정책 혼선을 자초하고 상호 간의 정책효과를 상쇄시키는 일만 초래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교육정책은 다른 정책과 달리 중장기적인 계획에 기반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상황에 따라 입시정책을 바꾸거나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 검토와 협의없이 자체 검토만으로 새로운 정책을 공표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이번 입시정책의 변화는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육계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으며 더이상 이같은 무책임한 태도가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다. 교육당국에서 교육정책을 새로 수립하거나 기존 정책에 변화를 가할 때 반드시 새겨야 할 말이 있다. '정권은 짧지만 교육은 길다'는 평범한 진리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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