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대통령과 검찰간 대결 판가름할 변수 데이터로 짚어보니"

'대통령 지지율' '경제정책 관련 중도층의 평가' '대북정책' '조국장관 평가'가 변수

중도층의 선택이 관건…수백만 광장이 '아고라'가 될지 '아수라장'이 될지 갈림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대한민국이 두 동강 나버렸다.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국민 여론이 반으로 쪼개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광화문으로, 서초동으로 몰려든 군중 집회에 대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 표출’이라며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특정 사안에 대해 국민들이 갖는 그저 다양한 의견이라면 고민없이 긍정적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조국 장관이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현재 국면은 절대로 마음 편한 상황이 아니다.

조국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국민 여론은 홍해 바다 갈라지듯 두 개의 서로 다른 민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국정감사와 각종 주요 현안을 집어 삼키고 있어 ‘조국 블랙홀’로 불릴 정도다. 각종 경제 현안은 차치하고 당장 눈 앞에 있는 국회 국정감사와 대정부질의 마저 앞에 ‘조국’ 수식어를 달아야 얘기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쯤 되면 조국 장관 사태를 낭만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국민 여론이 양 갈래로 찢어진데다 쉽게 봉합될 기미조사 엿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악화되는 상황은 대통령 지지층과 반대층이 검찰을 사이에 두고 즉 검찰을 기준으로 대립하는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슈 초반만 해도 여론의 기준은 조국 장관 개인에 대한 적격과 부적격 여부를 문제 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국 장관에 대한 호불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과 부정으로 갈려서 표출되는 양상으로 변모했다. 이는 조국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일체화되는 현상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조국 수호’와 ‘대통령 지지층’은 ‘검찰 개혁’ 세력으로 즉 ‘서초동 촛불집회’ 세력으로 정의되고 있다. 반대로 ‘조국 파면’과 ‘대통령 반대층’은 ‘정치 검찰’에 부화뇌동하는 적폐 세력으로 간주되는 양상이다.

결과적으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자 현 법무장관을 밀어주고 있는 대통령과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하지 않는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 사이의 대결로 번지게 됐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으로 비난받는 대상인 동시에 늘 개혁의 대상이기도 했다. 검찰이 그동안 권력기관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 검찰을 개혁하는 것은 문 대통령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이 앞 다퉈 내걸었던 공약이자 개혁 약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검찰 개혁의 신호탄을 올렸다. 여기에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은 검찰 개혁에 대한 일종의 ‘쐐기’였다. 그런데 조국 장관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초 계획이 완전히 꼬여버리고 말았다.

‘개혁을 하려는 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장관이 이에 저항하는 ‘개혁을 막으려는 자’인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조직과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탓이다. 마치 진영간 이념전쟁으로 프레임이 바뀌었다. 이념으로 양분된 현 시점에서 결정적인 평가자는 앞으로 '중도층'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느 한쪽의 이해 관계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기 때문이다. 중도층이 평가하는 대통령 지지율, 중도층이 평가하는 경제 정책, 중도층이 점수를 매긴 대북 정책 그리고 중도층의 조국 장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이유다.

대통령과 검찰 승부의 첫 번째 관문은 '대통령 지지율'이다. 역대 대부분의 대통령은 개혁 시도 시점을 임기 초반으로 잡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 때라 국정 추진 동력이 살아있는데다 현실적인 대통령의 권력에 누수가 없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개혁 시기를 미루다가 결국 예정된 개혁을 하지 못하고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했지만 임기 1년도 채 되지 않아 탄핵에 봉착하며 개혁 시점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임기 초반 ‘검사와의 대화’는 검찰 개혁의 불씨를 살리기는커녕 지지율 하락의 빌미가 되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던 노무현 정부는 탄핵 후폭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지만 한번 밀린 검찰 개혁 일정은 되돌리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군사 독재 정권을 거쳐 김영삼 대통령의 재임시에 비대해진 검찰조직의 개혁을 계획했지만 임기 2년차에 찾아온 옷로비 사건으로 검찰 개혁의 첫단추 조차 채우기 못하고 후퇴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검찰 개혁은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과 치밀한 계획이 아니면 조직적 저항이나 정치권의 이해득실로 제때 제대로된 성과를 올리기 어려운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최적기를 놓친 감이 없지 않다.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적폐 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충만했던 임기 1년차를 전후한 시점이었더라면 이 정도 갈등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검찰 개혁 과제를 놓고 항간엔 ‘검찰의 시간’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실상은 ‘지지율의 시간’이다.

검찰 개혁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대통령 지지율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검찰이 내세우는 명분을 당해내기 힘들다. 자칫하면 검찰에 대한 개혁이 정치적 개입이나 영향으로 비치기 십상인 까닭이다. 문제는 대통령 지지율 특히 진영 싸움이 된 마당이라 중도층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졌다. 중도층에서 밀리면 검찰 개혁 싸움에서 밀릴수 밖에 없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실시한 조사(전국 약 1000여명조사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약15~25%내외 성연령지역가중치 각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일을 잘하는지 잘 못하는지’ 물어보았다. 임기 시작하자마자 실시된 조사(2017년 5월 30일~6월 1일)에서 대통령의 중도층 지지율은 긍정 87%, 부정 5%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지지층에서 대통령을 지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중도층에서 압도적으로 대통령을 지지하는 결과였다. 중도층에서 이 정도 지지율이면 어떤 공약 과제이든 추진 동력을 얻게 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 국정 운영 동력을 대부분 북한 이슈에 쏟아 부었다.

안보가 한국 정치에서 보수층 손아귀에서 떠나는 순간이었다. 높은 지지율은 임기 1년차까지 이어졌다. 판문점 선언 직후인 지난 2018년 5월 2~3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중도층에서 무려 81%나 되었다. 진보층이 아니라 중도층이다.

진보층은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기 때문에 임기 1년 무렵에 높은 지지를 기대하게 되는 계층이다. 그렇지만 중도층에서 높은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사례에서 조차 찾아보기 힘든 고공행진이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계곡은 깊다고 했는가. 임기 만 2년차 시점에 실시된 조사(2019년 4월30일, 5월 2일)에서 중도층 표심은 급변했다. 부정 평가는 49%로 절반에 육박했고 긍정은 2년 만에 87%에서 44%로 반 토막이 나버렸다. 가장 최근인 10월 1~2일 조사에서 중도층의 부정 평가는 53%로 절반을 넘었다.

검찰은 개혁의 주체이자 개혁의 대상이다. 대통령의 공약 과제인 검찰 개혁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진영 대결 구도 속에서 중도층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 지지율 추세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도층 민심을 복원하지 못하면 검찰 개혁에 대한 동력을 이어가기가 어려워진다. 개혁에 대한 대통령과 검찰 대결 구조라면 지지율 하락 추세는 대통령의 전투력이 약해지는 대목이다.

대통령과 검찰 대결에서 두 번째 승부처는 경제 정책에 대한 중도층의 평가다. 조국 장관에 대해 호불호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론으로 수렴되고 있다. 한 명의 장관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임기 반환점을 돌기 직전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전환되어 버렸다.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가 진영 대결 구도를 극명하게 보이고 있다면 중도층의 평가는 이념적 편 가르기에만 가 있지 않다.

대통령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경계선을 결정하는데 중도층 역할이 더 두드러진다. 중도층의 점수가 후하면 대통령의 긍정 평가는 올라가고 호된 평가를 내리면 지지율 그래프는 아래로 향한다. 보수와 진보의 한 치 양보없는 대결 구도속에서 중도층의 부가가치가 더욱 두드러진다. 중도층이 대통령을 평가하는 우선 순위는 검찰 개혁이 아니다.

진짜 기본은 경제 정책이다. 경제 정책이 이러 저리 엉망이 된 상태에서 검찰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더라도 중도층의 시각에서 보기엔 주객전도의 모습으로 비쳐지기 쉽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경제의 체질 변화를 외쳐왔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평가는 둘째치고 중도층의 평가는 냉혹하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실시한 조사(전국 약 1000여명조사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약15~25%내외 성연령지역가중치 각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중도층이 대통령 경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문 대통령 취임 후 100일 정도 되는 시점인 지난 2017년 8월 16~17일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 50%, 부정 17%였다. 본격적으로 정책이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중도층의 경제 정책 기대감은 절반정도로 나타났다. 그런데 임기 1년여 되는 시점(2018년 5월 2~3일)의 중도층 평가 결과는 긍정 42%, 부정 31%로 급격히 차이가 줄어들었다.

임기 2년여 시점인 지난해 4월 30일과 5월 2일 양일간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 정책을 잘 못하고 있다는 중도층의 부정 평가는 65%로 급상승했다. 최근 조사까지 중도층 평가에 큰 변화가 없다. 중도층 10명 중 6명 이상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고개를 젓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이자 뿌리가 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중도층의 시각은 더욱 냉랭하다. 한국리서치가 경향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월 29일~10월 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1.9%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지금대로 계속 지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고작 17.8%에 그쳤다. 10명 중 7명 이상은 ‘일부 수정’을 하거나 ‘전면 수정’을 하라는 주문이다. 중도층의 평가는 더 혹독하다. 중도층 10명 중 8명 가까이는 어떤 식으로든 수정하라는 의견이다.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나 자영업층 그리고 가정주부층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수준이다.

성과가 예정대로 나오지 않는 탓인지 아니면 정책은 괜찮은데 대국민 소통을 못한 탓인지 부정적 시각이 대세다. 먹고 사는 문제는 국가 지도자의 최우선 과제다. 경제 정책에서 좌초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검찰 개혁의 동력을 살리는데 적잖은 걸림돌이 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3가지 변수는 경제, 북한, 공약이다. 가장 우선적인 경제 정책에서 좌충우돌하는 식이라면 극도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검찰 개혁에서 대통령이 승기를 잡기는 어렵다. 경제 정책에 대한 중도층의 평가를 어떻게 반전시킬지 여부가 대통령과 검찰의 대결 국면에서 중요해지는 이유다.

대통령과 검찰의 첨예한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현 시점에서 세 번째 승부가 갈리는 지점은 대북정책이다. 임기 초반부터 시작해 문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인 정책이 대북 이슈다. 전 국가적인 자원이 동원되고 국민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얻는데 성공한 정책이기도 했다. 흔히 대북 이슈나 안보 문제는 보수가 주도권을 가져가는 관성이 있었다.

북한과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이고 바로 이 이념의 차이를 기준으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경향이 존재했던 까닭이다. 진보 대통령으로 분류되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에 북한과 더욱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던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엔 주로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적폐 청산 국정 운영 성격이 강했다면 임기 2년차 평창 올림픽을 기점으로 국면 전환이 있었다.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은 평창을 세계 평화의 제전으로 만들었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한가였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실시한 조사(전국 약 1000여명조사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약15~25%내외 성연령지역가중치 각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중도층의 대통령 북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취임 직후 약 100일 된 시점의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 56%, 부정 24%였다.

나쁜 수준의 기대감은 아니지만 남북 교류가 본격화되기전만하더라도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폭발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평창 올림픽 이후 임기 약 1년여 시점의 평가는 가히 연예인급이었다. 중도층 10명 중 8명 이상은 문 대통령 대북 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극찬을 쏟아냈다.

부정적 인식은 8%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월말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회담이후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유효 기간을 다한 모습이다. 임기 2년 시점의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간판 정책인 대북 정책에 대한 중도층의 평가는 ‘잘 못하고 있다’가 52%로 절반을 웃돌았다.

더 이상 전략적 고득점 정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했지만 미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가 중심이 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현격히 줄어든 모양새다.

특히 국민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면서 북한에 대한 신뢰마저 추락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한국리서치가 경향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월 29일~10월 1일 실시한 조사에서 ‘북한이 합의한 비핵화 정책을 이행할지 여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는 확신적인 의견은 10%에 그쳤다. 10명 중 1명이다. 중도층에서 ‘비핵화’에 대한 확신은 더욱 줄어들었고 10명 중 9명 이상은 ‘비핵화하지 않거나 미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응답이었다. 무당층, 자영업층, 가정주부층의 ‘북한의 비핵화 합의 이행’에 대한 신뢰 역시 낮은 수준이다.

임기 2년여 동안 문 대통령과 현 정부가 가장 정성을 쏟은 정책은 대북 이슈였다. 그러나 임기 절반 시점에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물론 북한과 미국이라는 변화무쌍한 변수를 모두 고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도층에서 거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가지 못하는 지점은 가장 중요한 검찰 개혁 승부처에서 대통령의 경쟁력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 저어라’는 격언처럼 임기 1년 여 시점에 대통령 지지율과 핵심 정책 변수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세대, 이념, 지역을 초월해 매우 호의적일 때 검찰 개혁을 추진했어야만 했다. 떠나 보내버린 중도층의 대북 평가 점수가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문 대통령이 검찰과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는 국면에서 향후 진검승부의 결과가 갈리는 네번째 기준은 조국 장관에 대한 평가다. 가장 객관적인 판단 기준은 가장 공정한 검찰의 수사 결과로 판가름나야 한다는 점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 조국 장관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고, 무고한 사람에 대해 검찰이 무리한 정치적 수사를 강행했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현재의 여론은 조국 장관,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검찰 개혁에 대한 지지층의 인식이 하나로 묶여 있는 국면이다. 즉 조국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이고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 공동체는 검찰 개혁으로 귀결된다. 이 구조에서 한 뼘이라도 멀어지면 반 조국, 반 문재인, 반 검찰 개혁으로 이분화된다. 그렇기에 유례없는 진영 대결 구도 속에서 중도층의 역할은 한층 더 커진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9월 17~1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 응답률1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조국 전 민정 수석이 법무부장관으로 적절한지 아니면 적절하지 않은지’를 물어보았다. 전체 결과로 절반이 넘은 54%가 부적절한 것으로 보았다.

진영 대결 구도 속에서 중도층의 판단은 어땠을까. 중도층 역시 전체 응답과 다르지 않았다. 54%는 조국 장관에 대해 부적절 의견을 내놓았다.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조국 장관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데 대해 부적절 의견이 적절보다 4배 가량 더 많았다.

조국 장관의 개혁성과 대통령과의 호흡은 재차 강조하지 않아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명되고 난후 불거진 가족들의 의혹이 발목을 잡고 있다. 가뜩이나 공직자 인사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아온 문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족들의 풀리지 않는 각종 의혹과 조국 장관의 검찰 개혁 의지를 임명 당시에 분리했더라면 민심은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SNS를 통해 본인의 개혁성을 강조해왔던 조 장관이기 때문에 가족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자충수가 되어버렸다. 기대감이 높았던 국민들인만큼 성찰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 후에 검찰 개혁을 위한 장관직 수행의 단계로 넘어갔다면 상처입은 중도층의 심기가 다소라도 풀리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유례없는 광화문과 서초동의 수백만 집회 갈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지 모르겠다.

한국리서치가 경향신문의 의뢰를 받아 9월 29일~10월 1일 실시한 조사에서 ‘조국 장관의 가족 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적절하다는 의견은 49.6%,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6.7%로 나타났다. 조국 장관에 대한 여론이 반반으로 나누어진 결과다. 양쪽 진영 대결 구도 속에서 중도층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중도층은 절반이 넘는 54%가 ‘조국 장관 가족 수사’에 대해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문 대통령은 다양한 의견을 ‘광장’에서 표출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현했지만 반쪽으로 나누어진 ‘광장’의 민심은 감사를 음미할 만큼 여유로울 리 만무하다. 검찰의 수사 칼 끝은 조국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조국 장관인 동생을 향하고 있다. 검찰의 지나친 수사로 보는지 적절한 수사로 볼지는 국민 각자의 몫이다. 조국 장관 부인의 신변 처리에 따라 조국 장관의 사퇴를 묻는 조사 결과까지 등장했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했던 조사에서 ‘(조국 장관의) 부인이 구속되는 경우 조국 법무부장관은 장관직을 사퇴해야 하는지 아니면 사퇴할 필요가 없는지’를 물어보았다. 절반이 조금 넘는 52.6%는 ‘부인이 구속되는 경우 조국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왔다. 그러나 42.6%는 ‘부인이 구속되더라도 조국 장관이 사퇴할 필요는 없다’는 결과다. 조국 장관의 거취는 더 이상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정권의 운명과 지지층의 집회와 연동된 성격이다. 전체 결과와 다소 다르게 중도층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보다 약 20%포인트 더 많았다.

조국 장관이 신속하게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발빠른 개혁 행보를 하는 만큼 임명의 명분을 가지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조사의 공정성과 검찰 개혁의 객관성을 보장해야 한다. 자칫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개입 또는 영향으로 인식되는 경우 중도층 민심은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말과 2017년 초 광화문 광장을 뒤덮었던 촛불집회는 명분이 있었고 의미도 있었다.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를 바라보며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장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모여 들었다. 역사는 당시의 집회를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함께 공감하고 함께 참여한 순간이 되었다.

미국 덴버대학의 에리카 체노워스 교수는 ‘3.5%의 법칙’을 강조한 바 있다. 특정 국가에서 전체 인구의 3.5%이상의 국민들이 변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연구 발견에 대한 설명이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서지는 못했던 30대와 40대들 조차 공평과 정의를 부르짖고 있다.

‘광장’의 다양한 의견 표출은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시위는 성숙한 우리 문화의 자랑이다. 그렇지만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로 양분된 국민 여론은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지만 국민 스스로는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해 존중하고 이해할 조금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전체주의 국가와 국민이 아닌 이상 다양한 의견과 주장은 민주주의의 축복이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는 성숙한 합의와 조정을 전제로 한다. 대통령과 검찰의 대결 자체를 논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어불성설이다. 대통령과 검찰 모두 섬겨야할 대상은 다름아닌 국민이다. 검찰은 당연히 국가 조직의 일부분이고 전체 국가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대통령이다. 검찰에 대해 대통령의 임명과 개혁 명분을 더 선명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중도층의 대통령 지지율, 중도층의 경제 정책 평가, 중도층의 북한 정책 평가, 중도층의 조국 장관에 대한 인식은 반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광장’은 성숙한 민주주의의 ‘아고라’가 아니라 혼란과 혼돈의 ‘아수라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 전문가로 통한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갖춰 정치 판세의 핵심을 잘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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