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부 안병용 기자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검찰개혁. 참 오래된 주장이다. 검찰이 개혁의 대상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시기가 노무현정부 때 부터였으니 십수년도 훌쩍 넘었다. 참여정부 당시, 검찰과 관련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일대 ‘사건’이 있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12일 만인 2003년 3월 9일 전국의 평검사들을 정부 서울청사로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열었던 ‘검사와의 대화’가 벌써 16년 전 일이다. 현장에서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대화를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이 후일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고 표현한 바로 그 자리다.

노 전 대통령은 검사들의 조롱 섞인 질문에 만면의 웃음으로 화답했지만, 그 이면에 서린 노기(怒氣)까지는 감추기 어려워 보였다. 그는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며 기가 막혀 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검찰 권한 축소의 타당성과 합리성을 설명해 나갔다.

하지만 그런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은 검사들에게 검찰개혁 깃발을 앞세운 ‘점령군’으로 비쳐진 듯 싶다. 엘리트 학벌에 사회적 주류인 검사들의 눈빛과 말투에는 고졸에 비주류 정치인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을 깔아뭉개려는 듯한 고압적이고 거만한 모습이 ‘불신’을 바탕으로 짙게 깔려 있는 듯 했다.

검찰은 대한민국 권력의 대표적인 카르텔로 지칭된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공생관계라는 이름으로 자신들 영역의 무차별적 확장을 꾀하려는 이들 역시 부지기수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개별적 입법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 가운데 검사 출신은 얼마나 되는지 곰곰이 따져볼 만하지 않을까. 일일이 손으로 꼽아보니 현재 20대 국회의원 297명 가운데 모두 14명이 여야를 막론하고 검사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이들 검사 출신 국회의원 가운데 한 명으로부터 만찬 자리를 통해 “검찰 권한을 축소시키는 건 임명권자의 인사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국회 법사위원들의 면면을 보라”는 속내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법사위 소속 의원 18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명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 눈길이 갔다. 법무부 장관을 넘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 일지언정 검찰 권한 축소를 시도하려는 이는 검사들은 물론이거니와 정치권의 저항까지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술김에 술안주로 꺼낸 얘기는 ‘검사와의 대화’ 이후 지난 16년 동안 역대 어느 정부도 검찰개혁에 성공하지 못했으며, 쉽사리 개혁에 나서지 못할 정도의 난제 가운데 난제다.

문 대통령이 ‘비(非)검찰’ 출신인 조국 장관을 법무부 수장 자리에 임명하고, 조 장관 역시 ‘탈(脫)검찰’을 외치는 이유가 이처럼 검찰 출신 인사들의 비개혁성을 혁신하기 위한 의도로 읽혀지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검찰의 일부 정치적 행태를 비판하며 그들을 “정치검찰”로 규정하고, 권력기관 개혁을 국정과제의 ‘핵심’으로 강조해왔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찰개혁을 자신의 “소명”이라고 역설하는 한편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열망을 드러내며, 문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를 뒷받침했다. 야당의 ‘조국 사퇴’ 요구가 삭발 행진과 더불어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히 검찰개혁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태세다.

이런 와중에 조국 장관이 20일부터 전국의 일선 지방검찰청을 차례로 방문해 ‘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갖는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격론을 펼치던 모습이 조 장관을 통해 다시 한 번 재현될 모양이다. 실로 16년 만이니, 조 장관도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민정수석 선배 격인 문 대통령으로부터 ‘검사와의 대화’를 시도해보라는 조언을 받았을 법도 하다. 참으로 어려운 파고를 이겨내고 법무부 장관까지 됐으니 조 장관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워낙 해박한 법 지식으로 이름이 높으니, 검찰의 창조적 파괴에 나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검찰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통한 사법 선진화가 요구된다. 조 장관 역시 우리나라 검찰이 갖고 있는 막강한 권한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해오지 않았던가. 일본과 독일, 프랑스, 미국, 영국 등 그 어떤 사법 선진국의 검찰보다 우리나라 검찰이 막강한 수사·기소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해온 주장은 조 장관 스스로 널리 알려온 내용이기도 하다.

이제 검찰 권한 축소와 관련한 타당성과 합리성에 대한 주장의 결과물을 조 장관이 직접 준비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성과로 얻어내길 당부한다. 문 대통령이 야당의 극렬한 반발을 무릅쓰고 당신을 임명한 까닭은 바로 속도감 있는 검찰개혁을 원해서 일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것은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았다. 검찰개혁은 집권 초반에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던 조 장관의 발언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검찰 인사권은 당신에게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칼날에 자신이 베일 수도 있다.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있다’는 점을 조 장관은 잊지 말고 검찰개혁이라는 숙원을 완수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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