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루려면
전략산업 육성에 온국민에 합심해 나아가고 기술우대 제도화해야"

손연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전문가 칼럼=손연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미래가 암울해 보인다. 반도체 소재·부품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경제 보복, 경제성장 둔화, 미중 무역전쟁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넘나드는 글로벌시장 충격의 삼중고에 시달린 지도 오래다. 산업의 위기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가 사면초가에 빠져드는 답답하고도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같은 여러 징후가 단순히 불황의 터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산업동향과 수출부진의 문제가 매우 심상치 않아 보인다. 산업의 경쟁력은 곧 제조업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최근의 산업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의 제조업 생산능력은 2019년 7월을 기준으로 1분기 마이너스로 전환한 뒤에 6분기 연속 감소하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더구나 반도체뿐 아니라 휴대전화, TV 등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도 일본에 의존하는 것이 많기에 일본의 무역보복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짊어지고 가야할 우환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패권 선점 경쟁이 자유공정무역의 가치마저 위협하고 무역긴장을 야기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산업경쟁력을 더욱 키워 원천기술의 대일(對日)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 산업 기술력을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최근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를 중점육성 산업으로 선정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 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쉽게 말해 사람의 뇌와 눈의 역할을 하는 반도체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을 센서기술을 통해 구별하여 가공하고 관련 정보를 마치 뇌처럼 기억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시스템 반도체이다. 이것은 자율운행 자동차에도 냉장고나 청소기, 심지어 우리집 현관문에도 활용될 수 있다.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 보다 더욱 시장규모가 큰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인공지능을 비롯해 미래 산업이 성장할수록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제 우리도 산업부품, 장비, 소재 등에서도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제조업 전체의 소비시장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산업의 원천이 되는 과학인재 육성과 연구투자가 중요하다. 산업 경쟁력의 기초는 바로 기술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산업을 육성하는데 필요한 고급 인재에게는 파격적인 해택을 주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기술우대'가 말뿐이 아니라 제도화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기술이 인정받고 힘을 발휘하는 풍토가 조성되면 자연스레 기술을 보유한 고급인재의 역할이 커지게 될 것이다. 기술인재의 가치가 빛을 발할수록 산업발전에도 더욱 탄력이 생길 것이다. 기술에 대한 값어치를 후하게 쳐주고 인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려와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또한 시스템 반도체 인력을 정부에서 육성해 메모리 반도체 강국에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수요를 예측해 정부투자와 인력양성을 긴 안목으로 추진하고 자동차, 바이오, 인공지능 등에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체인지 할 수 있는 차대세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이번에 호되게 겪고 있는 진통과 부침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나라를 먹여 살린 스마트폰과 메모리산업의 양 날개가 언제든 꺾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이제는 경각심을 갖고 진중하게 미래를 내다 봐야 한다.

글로벌 산업전쟁의 포화 속에서 몇몇 대기업의 선전만을 요행처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탠다는 마음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난관을 이겨내고 발전해온 DNA를 다시금 되살려내야 할 시점이다. 무역마찰과 경제보복에 위축되지 말고 우리의 길을 명확히 내다보고 뚝심 있게 나아간다면 분명히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정부와 국회, 산업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해 전략산업 육성에 나서야 지금의 어려움이 후세에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 손연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 교수 프로필

1958년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그후 미국 유타주립대(Utah State University)에서 사회학과 학사를 거쳐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석·박사(사회학)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학과장을 거쳐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원장으로 근무했다. 특히 한국정보문화진흥원(현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을 연임한데 이어 행안부 산하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 원장도 역임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와 한국보안윤리학회장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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