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조국 민정수석 對日 메시지의 성격을 데이터로 분석해보니

"조국 수석은 당장 총선을 겨냥한 역할보다는 대통령 선거 후보로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한일 관계 경색의 와중에 주목받는 인물로 급부상했다. 민정수석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개혁 그리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 등이 업무의 중심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이에 따른 대응에 대해 청와대쪽 발언이 나온다면 외교 관련 인사라야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조 수석의 항일 SNS 메시지는 여러 날 동안 계속이어졌다. 주목받는 각종 표현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다. 보수 성향 유력 일간지의 일본어판 제목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한 것을 비롯해 동학농민운동에 나오는 ‘죽창가’까지 언급했다. 현 정부의 대일 정책에 딴죽을 건 정치세력에 대해 ‘애국이냐 이적이냐’는 이분법적 논리로 성토하는 메시지를 SNS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 보름여 동안 가장 활발한 SNS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조국 수석이다. 특히 헌법학자로서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비판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세력에 대해서 ‘무도하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일종의 경고를 조 수석에게 날렸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이나 노영민 비서실장이 조 수석의 광폭 행보를 제지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조 수석의 항일 SNS 활동을 보는 시각 또한 온도차가 분명히 있다. 일각에서는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비판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조국 수석의 팬이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역대 민정수석 중에서 조 수석만큼 다른 이슈에 대해 정치적 행보를 보인 인사는 드물다.

영화 제목대로처럼 ‘지금까지 이런 수석은 없었다. 민정 수석인가, 정무 수석인가’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다. 법무장관 내정이 거의 확실시 되는 것으로 알려지는 조 수석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총선 행보일까 아니면 대선 행보일까.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틈만 나면 조국 수석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선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조 수석의 행보가 단순히 입법부형이 아닌 행정부형의 전형으로 이해하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데이터 분석도구인 빅카인즈를 이용해 조국 수석의 연관어 분석을 해보았다. 분석 가능한 신문기사를 기준으로 지난 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조국’을 검색으로 입력해본 결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검색어는 ‘청와대’였다. 그 다음으로 ‘문재인 대통령’,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SNS' 등으로 나왔다. 조국 수석이 페이스북에서 언급한 ’죽창가‘와 ’친일파‘ 표현 등이 연관어로 등장했다. 대체로 검찰 개혁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내용보다는 최근 들어 급부상한 조국 수석의 ’항일 SNS'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림1)

(그림1)조국수석연관어분석_빅카인즈

청와대의 다른 인사와는 큰 차이가 있고 정치권 교섭 업무가 주요 역할인 강기정 정무수석은 존재감조차 사라진 수준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한 한 거부감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에게 조국 수석의 이름 두 글자가 아로새겨지는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른바 팬덤 현상이다.

역대 유력 정치인들은 핵심 지지층인 팬덤이 나타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노사모’가 있었고 김영삼 및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는 지지자 그룹이 적지 않았다. 해외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화된 폴란드의 초대 대통령인 바웬사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팬덤이 만들어졌다. 2003년 미국 정치판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하워드 딘 역시 팬덤이 만들어낸 정치적 현상이자 인물이었다. 가까이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표적인 팬덤 현상의 결과였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반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성공한 IT기업 대표에서 일약 대한민국의 대선후보로까지 부상했다.

조국 수석이라고 다를 리 없다. 법무장관직을 받게 된다면 학교로 돌아가겠다던 조 수석의 약속은 공수표가 된다. 아니 원래부터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정치적 잠재력이 탁월한 조 수석을 여당에서 그냥 나 몰라라 있을 리 없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산에다 팬덤까지 만들어지면 금상첨화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BTS처럼 팬덤을 원한다. 물론 원한다고 모든 사람에게 만들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팬덤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일까. 트렌트모니터가 자체조사로 2017년 7월 17~1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온라인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팬덤에 대한 이미지(중복응답)’를 물어본 결과 ‘열정적인’이라는 의견이 63.4%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덕후의’, ‘하나의 문화’, ‘극성의’, ‘청소년의’, ‘영향력이 큰’, ‘취미활동의’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그림2).

(그림2)팬덤에 대한 이미지

정치판에서 BTS(방판소년단)의 팬덤인 아미(ARMY)처럼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면 천군만마다. 그런데 조 수석의 행보가 정치적이고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면 총선을 겨냥한 것일까. 아니다. 총선을 겨낭한다고 보기에는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환경에 들어맞지 않는 행동이너무 많다.

그렇다면 다음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것일까. 그렇다.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고 보아야 설득력이 있다.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세 가지 변수는 구도, 정당, 후보다. 선거는 작은 바람이 아니라 큰 바람이 좌우한다. 호남 또는 영남에서 불어 오는 국지적 바람이 아니라 전국적인 판세 변화에 영향을 주는 큰 바람이 구도다.

물론 구도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이념적 잣대가 두드러지는 유권자 환경을 이해한다면 정당이 또한 매우 중요한 변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많은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은 정당이었다. 정당에 영향을 주는 행보라면 내년 총선이 우선 목표가 될 수 있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변수는 후보다. 후보자 자신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선거 승리에 밑거름이 된다. 특히 총선보다 대통령 선거는 후보자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후보자 스스로 더 많이 부각되고 정당의 범위를 넘어선 행보를 보인다면 총선보다는 대선 쪽에 마음이 가 있는 것이다. 조 수석의 행보는 총선을 겨냥한 것일까 아니면 대선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일까.

선거 구도로 보았을 때 조 수석의 항일 SNS 행보는 총선용일까 아니면 대선용일까. 한국과 일본은 전례가 없는 충돌 국면에 놓여 있다. 지난 1월 아베 내각이 반도체 핵심 소재 및 부품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양국 관계는 원수지간으로 돌변했다. 일본에 대한 반일 감정은 하루가 멀다 하고 격화되고 있고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일본 제품은 아예 택배를 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잘못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며 연일 아베 정권을 압박하는 초강경 대응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대일 강경 태도에 대해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성원을 보내고 있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이달 5~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9명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7.2%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우리 정부의 일본에 대한 강경한 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물어본 결과 ‘찬성한다’는 의견이 우리 국민 3명 중 2명 정도인 66.9%로 압도적이었다. 현재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전체 의견도 그렇지만 핵심 기반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현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은 거의 90%에 육박했다(그림3).

(그림3) 일본에 대해 강경 조치

한국과 일본 사이에 만들어진 과거사 논쟁 구도가 핵심 지지층들을 꽁꽁 묶어두는 계기가 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는 총선이라는 특정 이벤트 뿐 만 아니라 그 이후 대선 때까지 적용되는 유효기간이 없는 성격이다. 이전에는 일본 제품을 불매 운동 하더라도 용두사미에 그친 적이 많지만 현재의 우리 국민들은 일본 관련 이슈에 대해 매우 불편해 한다.

이런 국민 정서는 일본의 경제 도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대응 방안을 보면 알 수 있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이번 달 19~20일 실시한 조사(전국1118명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9%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7.4%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 물어본 결과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보더라도 강경대응’ 과 ‘외교적으로 해결’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여론은 감정적 대응과 함께 이성적인 외교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조국 수석의 핵심적인 기반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답변은 달랐다. ‘일본의 경제 보복 관련 대응 방안’으로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보더라도 강경대응’이 절반을 넘었다(51.7%).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20.7%에 그쳤다(그림4).

(그림4) 일본 경제 보복관련 대응방안

선거 구도로 일본의 ‘한국 때리기’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더욱 뭉치게 하고 있다. 적어도 대일 이슈는 조국 수석에게 총선용 뿐 만 아니라 대선용으로 챙겨야 할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구도 다음으로 중요한 이슈는 ‘정당’이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에게 정당 지지율은 일종의 기초체력이다. 아무리 훌륭한 후보라도 경쟁력이 없는 정당 소속으로 선거에 나서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당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논란이 되는 인물이 총선에 나선다면 자칫 그 인물 영향으로 전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나비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같은 해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민주당은 강세 지역인 수도권 기선 제압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수도권 선거의 승기를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서울에 출마한 후보자 중 한 사람의 막말 파동으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결국 문제가 된 후보가 사퇴하면서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선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악재로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항일 SNS를 계기로 전국적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조 수석의 다음 행보를 총선으로 보기는 힘들다. 우선 인사 검증 문제로 야당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아왔던 조 수석이 총선에 나선다면 후폭풍을 면하기 어렵다. 인사 문제가 있었을 때 실시된 조사에서 조 수석의 입지가 좁아지는 현상을 읽을 수 있었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 5일 실시한 조사(전국505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5.4%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인사 문제에 대해) 청와대 민정 수석과 인사 수석 경질 주장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어본 결과 경질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0.1%였다. 청와대 민정수석 경질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10명 중 4명 정도였다. 지지층 내에서 조 수석을 끝까지 사수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나타났지만 10명 중 4명은 부정적이었다(그림5).

(그림5)조국수석 경질_전체 vs 정권지지층

부동층 1%가 선거 당락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인사를 총선용으로 부각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내년 선거의 격전지로 불리는 부산이 고향인 조 수석이 발언 한 번 잘 못하는 경우 여당은 전체 선거 결과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라면 굳이 특정 인물의 후광 효과를 기대할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아직까지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이나 다른 유력 대선주자만큼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의 당선에 보탬이 되는 후광 효과(Halo Effect)가 없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지난 1월 5~6일 실시한 조사(전국1045명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7.2%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범진보진영에서 누가 차기 대선주자로 가장 적합한지’ 물어보았다. 최근 차기 대선후보 조사에서 조국 수석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결과로 간접 분석해보면 조 수석의 선거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특정 지역, 세대, 이념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지 않는다. 이번 항일 SNS 이슈로 인지도와 지지층내 호감도가 많이 높아졌겠지만 선거를 당장 주도할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다. 차기 대선 후보 조사에서 조 수석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내 지지율은 5.2%에 그쳤다(그림6).

(그림6)차기대선후보 지지율_조국포함

제한적인 영향력으로 총선을 겨냥하기에는 힘이 부친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3번째 변수는 ‘후보’다. 다른 후보를 당선시킬 경쟁력은 당장 어렵더라도 자신의 인지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는 인물이 바로 조국 수석이다. 대통령 선거는 후보 개인에 대한 매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야당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조국 수석의 항일 SNS 활동에 대한 평가는 지지층이냐 아니냐에 따라 온도차가 극단적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핵심 지지층을 가져간다면 본선 아니라 경선부터 유리해진다.

검찰 개혁의 상징적 인물로 첫 報蔘?끼웠다면 조 수석은 ‘애국이냐 이적이냐’, ‘죽창가’ 논란으로 지지층을 다지는 ‘팬덤 현상’을 유발시키고 있다. 조 수석의 항일 SNS 활동에 대한 평가는 팬덤층이 누구인지를 명백하게 밝혀준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이 달 22~23일 실시한 조사(전국1026명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8.5%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한일 갈등 관련 메시지를 SNS에 게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전체 의견은 팽팽했다. 조 수석의 SNS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42.4%였고 부정적인 시선이 45.3%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지층들의 평가는 사뭇 달랐다. 40대는 56.3%가 긍정 평가였다. 조 수석이 대선에 나갈 경우 기반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에서 49.5%로 항일 SNS 활동에 대한 긍정 평가를 이끌어냈다.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진보층에서 ‘조국 수석의 SNS 활동’에 대한 평가는 무려 70%가 넘었다(그림7).

(그림7)조국수석 SNS활동 평가

후보측면에서 조 수석은 당장 총선을 겨냥한 역할보다는 대통령 선거 후보로 잠재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SNS라는 매체가 주는 효과 역시 적지 않다. 청와대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 힘든 조 수석이 잠재적인 지지층이나 유권자들과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건 매우 전략적인 일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또한 트윗을 통해 지지층들과 소통하고 국정 운영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 전달 창구로 활용하고 있지 않는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는 선거캠페인 내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지는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종적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건 트럼프 후보였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가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지만 빅데이터인 구글트렌드는 트럼프 당선을 감지해냈다.

지지층들에 노출이 많은 후보가 유리했다는 증거다. 이번 항일 SNS 활동을 통해 조 수석은 대중 노출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소셜메트릭스인사이트에 ‘조국’을 검색으로 입력하고 언급량을 살펴보았다. 약 한달 여 전인 6월 25일에 비해 최근 4~5일 동안의 언급량은 2~3배를 상회한다. 그만큼 최근 몇 주동안 급격하게 ‘조국’이라는 이름 두 글자가 노출된 횟수가 많았다(그림8).

(그림8)조국 빅데이터 언급량

선거에서의 후보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조 수석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대선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총선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일 관계는 결코 회복할 수 없는 것인가.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과는 잊을 수 없는 과거사로 예민한 관계를 못 벗어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나 교류보다는 반목과 분노만이 남아 있다. 청와대 소속으로 항일 SNS 활동을 전개한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우리 국민들의 몫이다.

그러나 경제 도발을 자행한 일본 국민들이 보더라도 겸손해지게 만드는 촌철살인이 있었다면 더 좋을 법 했다. 정치적인 메시지가 부각되면서 벌써부터 대선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을 하게 되니 말이다. 민정수석의 항일 SNS에 대한 평가를 떠나 한일 관계는 복원되어야 한다.

2001년 울산 출신의 이수현은 일본 오쿠보역에서 일본인 취객을 살리려다 꽃다운 나이에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는 직접 조문을 했고 많은 일본인들은 한국 청년의 희생에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지금도 일본 오쿠보역에 가면 동일본 여객철도 주식회사의 명의로 이수현씨를 기리는 문구가 일본어와 한국어로 기념비에 새겨져 있다.

가해자인 일본의 도발에 우리 국민들은 심각한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 역사를 망각한 국가와 리더가 국제 사회의 지도자가 될 리는 만무하다. 우리와 일본 사이보다 더 원수관계였을 법한 독일과 이스라엘이 있다. 히틀러는 전쟁 광기로 600만명에 달하는 유대인의 생명을 앗아갔다. 유럽에 살고 있었던 유대인들의 거의 3분의 2가 가스실에서 유명을 달리 했다. 이 정도면 유대인들이 독일과 독일인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두 나라는 친구가 되었다. 그것도 가장 가까운 친구사이라고 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독일의 태도였다. 폴란드 홀로코스트 대학살 추모비 앞에서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는 무릎을 꿇었다. 진정한 사과의 자세를 보인 장면이었다. 한국에서도 이스라엘 대사관과 독일 대사관은 수년 째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일 기념 행사’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 대사는 독일이 사과하고 또 사과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독일은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그와 같은 집단학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역사적 책임을 갖고 있다. 그것이 독일연방공화국을 지탱하는 핵심기둥이다. 그 기둥을 뽑아버릴 수는 없다."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들이 꼭 새겨야할 말이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 전문가로 통한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갖춰 정치 판세의 핵심을 잘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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