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경제여론은 바로 ‘불확실성 제거’ ‘소득주도성장의 보완’ ‘정치논리 불개입’

"국가경제는 이론아닌 현실…김상조 실장은 공정거래가 아닌 현실경제에 응답해야"

"김실장은 이기고 있는 경기의 마무리 투수가 아니라 급한 불을 꺼야하는 구원투수"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과연 물러날때 성공과 패배 어떤 평가를 받을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 오른 김상조 실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벌개혁 전도사다. 교수시절 시민단체를 구성해 재벌의 불법적인 지배구조 개혁에 앞장섰다. 대기업과 관료들 앞에서 추상같은 지적을 서슴지 않았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김상조라는 동일한 인물이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정부의 각종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전직인 공정거래는 김 실장이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고 심혈을 기울인 분야라 세간의 평가가 야박하지는 않다. 하지만 청와대 정책실장은 분명히 전혀 다른 자리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엇박자 갈등에 좌충우돌 흔들리곤 했다. 당초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할 ‘김앤장 커플’로 불렸던 두 사람은 남 부러워하는 브로맨스는 커녕 불협화 속에서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그 이후 등장한 김수현 정책실장은 난마처럼 얽힌 과제를 다 풀어 헤치기도 전에 사실상 경질 수순을 밟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자리에 오른 김상조 실장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지금부터 김 실장은 공정거래가 아닌 현실경제에 응답해야 한다. 국가 경제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론상으로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면 무조건 경제가 좋아지고 잘 살수 있어야 하는 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론 경제와 실물 경제는 엄연히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론보다 실전에 강한 사람이 더욱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세상사의 한 단면이다. 현실이라는 판관이 이론 보다는 주로 실전 편에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빌 클린턴 대통령은 ‘경제 문제 해결’을 슬로건으로 선거에 당선될 수 있었다. 경쟁자였던 부시 대통령(아버지 부시)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레이건 대통령 밑에서 8년간이나 부통령을 역임한 베테랑 중 베테랑 이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 경제는 구멍이 나 있었다. 특히 서민경제가 그랬다. 유권자들의 허전한 표심을 확인한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라는 캠페인 구호로 불리한 전세를 뒤집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경제 문제 해결에 몰두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클린턴 정부의 경제 브레인으로 유력한 인사였던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클린턴의 최종적인 선택은 경제학자가 아닌 월가의 실물 경제인 로버트 루빈이었다. 루빈은 백악관 경제 보좌관을 거쳐 재무부 장관으로 일하며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수장으로 활동했다. 문제 해결은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었기 때문에 탁월한 인사로 평가받는 사례다. 김 실장에게 주어진 역할 또한 다르지 않다.

국민들은 손에 잡히는 경제를 원하지 탁상공론과 이념으로 점철된 정책을 원치 않는다. 이미 현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가라앉아 있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전국 약 1000명 내외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 약 5~8% 각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경제 운영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올 초인 지난 1월 첫째 주 조사에서 긍정 평가 45.9%, 부정 평가 49.9%였다. 부정 평가가 오차범위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임기 2주년이 지난 6월 21~23일 조사에서 부정 평가는 50.5%로 절반을 웃돌았다. 긍정과 부정 평가가 큰 차이는 아니지만 부정적인 국민들의 평가가 상승 추세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김 실장은 이기고 있는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나온 투수가 아니라 급한 불을 꺼야하는 구원투수 성격이 짙다. 경제는 흔히들 심리라고 한다. 김 실장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에 대한 경제 운영 평가는 달라진다. 자신을 위해서나 몸담고 있는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김 실장은 반드시 경제 관련 3가지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김상조 실장이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하는 경제 관련 여론은 ‘불확실성 제거’다. 정부 출범이후 경제 관련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지나친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 균형감을 이루었다는 평가에서부터 섣부른 시도가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했다는 혹평까지 다양하다. 경제 정책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를 떠나 국민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은 극도로 고조된 상태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월 21~23일 실시한 조사(전국1024명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7.3%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1년 전과 비교할 때 본인의 경제 상태가 좋아졌는지 또는 나빠졌는지’ 물어본 결과 ‘좋아졌다’는 의견은 4명 중 1명 정도 수준인 26.6%였다. 반대로 ‘나빠졌다’는 답변은 38.2%로 응답자 10명 중 4명에 가까웠다.

전체 응답 결과, 1년 전과 비교할 때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더 높았다. 경기 흐름에 민감한 자영업층과 가정주부층의 인식은 더 좋지 않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본인의 경제 상태가 나빠졌다는 자영업층은 50%에 육박했다. ‘좋아졌다’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가정주부층 사정도 다르지 않다. 1년 전 보다 나빠졌다는 응답이 50%를 넘었고 ‘좋아졌다’는 평가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더 많았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미중 무역 전쟁이 심화되는 시점이라 민간의 불확실성은 더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새로 구성된 경제라인이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조사에 응한 국민들이 현 경제 상태가 나빠진 이유에 대해 답을 한 결과를 보더라도 김 실장은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알앤써치의 6월 21~23일 조사에서 ‘본인의 경제상태가 1년 전 보다 더 나빠진 이유’를 물어보았다.

전체 결과는 ‘정부의 경제정책 때문’이라는 이유가 36.6%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 순으로 ‘장사나 사업이 잘 안됨’, ‘고물가 때문’, ‘취업이 되지 않아서’, ‘대한민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일하지 않는 국회 때문’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층이 발견한 이유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장사나 사업이 잘 안된다’는 의견이 47.4%로 절반에 육박했다. 경기 성장세가 뚝 떨어진 현실을 반영하는 답변으로 읽힌다.

그 다음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 때문’이라는 답변이 전체 응답 비율과 같은 36.6%로 나타났다. 외부적 요인인 경기 문제와 정부 정책의 문제인 ‘정부 경제 정책’을 합하면 80%를 넘는다.

원인의 대부분이 경기 흐름과 정부 정책에 기인한다. 재벌개혁 전도사인 김 실장이 ‘경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만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하는 추가적인 경제관련 국민 여론은 ‘소득주도성장의 보완’이다. 어떤 경제 정책일지라도 완전무결한 경우는 없다. 정책은 지속적으로 보완해가며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향한 지적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거나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이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조언을 하려하면 일단 경계하는 태도를 보인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외 다른 방향은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도그마에서 집권 여당이나 정부는 서둘러 탈출해야 한다. 경제 정책은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각은 정부의 그것과 결을 달리한다. 한국리서치가 한겨레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2~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정부의 경제 정책이 내년 선거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하기 위해 중도층의 인식을 분석해 보았다. 선거에서 종종 부동층(swing voter) 성격을 드러내는 중도층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정책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방법은 보완해야 한다’가 10명 중 7명이 넘는 71.2%나 된다. 현 정부의 기조대로 정책의 취지와 방법 모두를 지지하는 중도층은 고작 11.9%에 그쳤다. 보수층은 차치하고 내년 선거를 앞두고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는 중도층의 지원마저 얻기 힘든 결과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정책 중 가장 강력하게 추진 중인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인식마저 흔들리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비율을 결정짓는 위원회는 시작부터 난항이다. 서민층의 생활 기반을 강화하고 사회적 안전망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제도가 기여하는 순기능을 모르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 경제는 단순히 대기업과 가진 자들의 횡포차원으로 밀어붙일 성격이 아니다.

편의점, 식당, 치킨가게 등 다수의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조차 지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리서치가 한겨레신문의 의뢰를 받아 5월 2~3일 실시한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최저임금 정책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방법은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10명 중 6명 이상이었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과 방법 모두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불과 15.2%에 머물렀다.

소득주도성장과 마찬가지로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여론 역시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방법에는 다수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을 반대하는 세력을 정당한 개혁에 대한 저항 세력으로 몰아붙이다면 타협이나 절충의 공간은 사라진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반드시 잊지 말아야할 경제 여론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방법을 수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 밀리는 후퇴가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뜻을 따라 한걸음 더 전진하는 길이다.

김 정책실장이 꼭 챙겨야할 세 번째 경제 여론은 ‘정치논리 불개입’이다. 경제는 경제일 따름이다. 경제 정책과 철학에 정치적 논리나 이념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시작하기도 전에 망하는 법이다.

경제 문제를 이념으로 풀어보려고 했던 공산주의는 망했고 정치논리로 해결을 시도했던 사회주의는 구시대적 유물이 되고 말았다. 김 실장은 교수 시절 재벌개혁의 전도사로 활동했다. 모든 주장에 동의할 수 없을지언정 사심 없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기여한 부분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국의 경제방향과 철학을 논하는 자리다. 개혁 전도사 시절의 틀에 국가 경제 정책을 가둔다면 지나친 비약이고 무리수다. 이번 인사 평가의 성격은 다분히 경제적인 기준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앞으로의 성과를 계속 강조하지만 지난 2년 간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청와대 윤종원 경제수석은 물러나기 직전 ‘우리 경제의 하방 경직성’을 강조했다.

이번 청와대 경제라인 교체의 핵심은 경제 성장 동력을 살려 놓는 일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번 인사의 성격을 잘못 이해해 기존 경제 기조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월 21~23일 실시한 조사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수석 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교체에 따른)긍정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28.5%로 가장 높았다. 경제 상황 전반에 긍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18.9%였다. ‘(경제라인 교체가) 시기적절한 인사교체’라는 응답이 24.3%나 되는 것으로 보아 이전 경제팀에 대한 불만과 함께 바뀐 경제라인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실망이 크면 기대도 크듯이 이번 김상조 카드에 대한 여론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사실상 경질 성격이 강했던 이번 인사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아닐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 실장이 보여준 역할은 대중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른바 ‘김상조 스타일’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선 나름 괜찮았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김상조 실장이 장하성, 김수현 전임 실장들을 잇는 총선 대비용 카드라고 본다면 ‘(경제라인 교체에 따른) 긍정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정치적 개입에 대한 경계 심리가 다분히 포함된 응답 내용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정권의 철학이 담겨야 하겠지만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실 경제가 더욱 중요하다. 직업 분포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화이트칼라는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최근 들어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던 자영업과 전업주부층은 경제 문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월 21~23일 실시한 조사에서 ‘기존의 경제정책 변화가 필요한지’를 물어보았다. 대통령 지지층인 화이트칼라를 비롯해 블루칼라층, 자영업층, 가정주부층 모두 현재의 경제 정책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60~70%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0~20%수준에 그쳤다.

지지층 여부를 가리지 않고 국민들은 경제 정책의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 정책의 변화를 결정하고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정치는 개입되지 말아야 한다. 경제에 정치가 개입하는 순간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은 국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국책 과제였다. 국민들을 설득하고 충분히 공감시킬 시간을 갖지 조차 못했다.

힘으로 밀어붙인 국책사업은 지금껏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비밀리에 스포츠 산업, 승마 산업 등의 민간 영역에 권력의 입김을 불어 넣다가 국정 농단 세력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경제 정책에 정치적 고려는 없어야 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가장 안정적인 대통령 리더십을 꼽으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정권 재창출을 해냈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정 평가를 최소화하는 ‘좋은 관리’를 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하게 된다. 임기 2주년 시점을 기준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하면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비슷한 반면 부정 평가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그만큼 이념적인 갈등이나 정치적 대결 구도를 완화했다는 의미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 취임 시점은 경제적 위기 국면이었다. 외환 위기를 빨리 극복해야만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한 시기였다.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했고 초대 위원장으로 행정 경험에 대기업의 임원으로 글로벌 경제감각을 갖춘 이헌재씨를 발탁했다. 그는 2000년 1월에는 재정경제부 장관직에 올라 한국 경제가 위기 탈출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통령이 이헌재를 발탁한 배경에는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갖춘 인물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김 대통령은 인생 내내 ‘서생적 문제 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강조했다. 이론만 있다고 현실 경제가 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기업 임원 출신을 경제 수장 자리에 데려다 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위기의 한국 경제는 두 가지 능력을 모두 요구하고 있다. 하반기 한국 경제가 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측 기관에 따라 분석 지표는 조금씩 다르지만 경기 상승 추세를 예고하는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예상하고 있는 올해 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한 1.1%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또한 주요변수중 하나인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은 단기간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소비자 설문조사 기관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지난 5월 22~2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온라인조사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골목상권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제도 차원의 지원책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4.9%나 되었다. 대기업이 잘되고 새로운 산업이 육성되어야 일자리가 많아지겠지만 골목상권이 살아나야 우리 주변에서 일할 만한 생활 일자리가 늘어난다.

경제 관련 국민 여론은 김상조 정책 실장에게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고 둘째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의 방법 수정’이다. 마지막으로 ‘정치 논리 불개입’ 원칙이다. 지금이 경제 위기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과연 있을까. 그렇지만 진짜 위기는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위기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일이다.

국민소득이론과 국민소득통계의 권위자로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 쿠즈네츠는 ‘보다 높은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성장시키려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갈파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지금 가장 앞에 두고 고려해야 할 것은 청와대도 정부도 기업도 아닌 바로 국민이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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