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황교안 대표의 민생 장정 이후 3대 변수는 시기·내용·전환"

황교안 대표 앞에 도사린 세가지 딜레마는 '수도권', 40대의 '세대 효과', '중도층'

‘자신을 처리하려면 당신의 머리를, 다른사람을 움직이려면 당신의 마음을 사용하라.’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전면에 서 있는 황교안 대표가 18일간의 민생투어를 마무리했다. 황 대표의 민생 투어를 놓고 다양한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문 대통령의 경제실정으로 신음하는 민생 지옥’을 확인했다는 반응인 반면에 진보 진영에서는 ‘민생 법안을 잔뜩 쌓아두고 사전 대선 행보를 한 이기적인 정치’라며 맹비난을 거두지 않고 있다. 과연 황교안 대표의 민생 투어는 성공작일까 아니면 실패작일까.

사실 민생 투어는 황교안 대표가 처음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민생 대장정은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가 원조격에 가깝다. 손 대표는 2006년 경기지사 임기를 마치자마자 전국적인 ‘민생 대장정’에 돌입했다. 기간도 거의 100일 가까울 정도로 길었다. 황교안 대표의 18일간과 비교하면 규모에서 ‘대장정’이라 할 만했다. 손 대표는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 민생 대장정을 이어갔다.

일종의 2차 대장정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전국 234개 시군구를 누비는 또 한 번의 ‘100일 민생 대장정’이었다. 그때 첫 일정으로 방문했던 곳이 부천시청이었고 시민 100여명과 무상급식 현장 토론회를 개최할 정도로 손 대표는 결의에 차있었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면 손학규 대표의 원조 ‘민생 대장정’은 성공작일까 실패작일까.

국민들의 반응이나 정치권의 평가는 분명 유의미한 민생 대장정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 거론되었던 손 대표가 결국 2007년 대선이나 2012년 대선에서 본선조차 진출하지 못한걸 보면 정치적으로는 실패작이다. 각각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직전 해에 결행된 민생 대장정은 정치적으로 상승효과가 있어야 했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의 머릿속에 결정적인 장면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왜일까.

민생 대장정은 민생 현장 행보다. 무엇보다 ‘시기’가 중요하다. 손 대표가 처음 민생 대장정을 시도한 2006년 정국은 고건 전 총리, 이명박 당시 전 서울시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주도하던 해였다. 민생 현장 행보보다 더 중요한 이슈 파이팅으로 ‘국가 대개조’와 같은 구도를 누가 주도할지가 더 중요한 주제였다. 경쟁자들보다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손 대표가 한창 이슈 파이팅을 해야 할 시점에 민생 대장정을 한 것은 시기적으로 전략적이지 못했다. 2011년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던 시기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4대강 사업과 같은 핵심 정책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삭발’, ‘단식’ 등 단호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면 손 대표는 대통령 자리를 벌써 거머쥐었을지도 모르겠다. 민생투어는 시기가 중요하다. 한마디로 투어 시즌이 아니었다. 민생 대장정에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내용’이다. 그저 이 지역, 저 지역을 돌아다니는 건 주목받지 못한다. 전체 투어의 핵심 키워드가 있어야 한다. 오로지 그 키워드를 부각시키기 위해 일관된 민생 대장정이 이뤄져야 한다.

내용 없이 투어를 한 달 가까이 또는 그 이상 해 봐야 사진밖에 남지 않는다. 동행 취재하는 기자들 조차 무슨 의미의 투어인지 방향성을 상실하게 된다. 농촌 지역을 방문해 모내기를 도왔다는 것은 더 이상 민생 대장정의 콘텐츠가 되지 못한다. 키워드가 없으면 기억에 남는 투어가 되지 못한다. 민생 대장정이라는 일정 내내 한 결 같이 반응 가능한 핵심적인 메시지가 없거나 무작정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일정은 말짱 도루묵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정치 전반을 아우르는 키워드를 개발하는 토론에 시간을 보내는 결정이 더 현명하다.

민생 대장정에 녹아 있어야 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전환’이다. 민생탐방은 현장 확인하고 공감대 형성 일뿐 해결책이 자동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투어를 끝내는 시점에 발견한 핵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뒤따라야 한다. 실컷 민생 대장정을 하고 나서 아무런 발표나 미래 비전에 대한 구상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심 봉사의 코끼리 다리 긁기’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정치 국면으로 ‘전환’하는 변화의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

국민과의 만남으로 매일매일 가슴 벅찼을 황 대표지만 더 많은 과제가 그의 뒤에 놓여 있다. 총선은 1년여, 대선은 거의 3년여 앞두고 시도된 민생 대장정 이지만 명암이 엇갈린다. 18일 간의 집중된 민생 투어를 통해 보수층 결집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어차피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보수 유권자층을 공략한 것은 필승전략과는 거리가 있다. 선거는 지역, 세대, 이념 경쟁력을 모두 요구하고 있다. 민생 장정에서 돌아온 황 대표의 발목을 잡는 3가지 딜레마가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문 뒤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다.

총선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기 위해서 자유한국당은 지역, 세대, 이념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황 대표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내년 총선에서 지난 국회의원 선거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정치적 위상에 타격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역적으로 중요한 곳은 수도권이다. 연령대별로 가장 공을 들여야 할 연령대는 40대다. 이번 민생 투어를 통해 보수층(집토끼)을 결집한 황 대표가 노려야 하는 유권자는 중도층이다. 대통령 선거라고 다르지 않다.

민생 장정에서 돌아온 황 대표의 발목을 잡는 첫 번째 딜레마는 수도권이다. 황 대표는 아직 핵심 지역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 새 수도권 경쟁력은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의 절반 정도 의석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당 대표가 민생 투어까지 했지만 자유한국당의 수도권 경쟁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정당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더라도 수도권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으면 내년 총선 기대는 난망해진다.

교통방송(tbs)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전국 약 1500여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약2.5%P 응답률 약 5~8%내외 성연령지역가중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과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수도권 거주자들에게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황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되기 직전인 지난 2월 18~20일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지지율은 41.7%였다. 자유한국당 수도권 지지율은 25.3%로 나타났다. 황 전 총리가 당 대표로 당선된 후인 지난 3월(4~6일)과 4월(22~24일)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각각 27.5%, 29.2%로 조금씩 상승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황 대표의 민생 투어 직후 실시된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수도권 지지율은 25.9%로 전당대회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지지율은 43.6%로 당의 전국 지지율보다 높다.

무려 120석 넘는 지역구 의석이 걸린 수도권을 놓치고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총선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 선거에서 수도권 성적은 결과 전체를 결정짓는다. 수도권 세 곳 모두를 경쟁 후보에게 내주고 대통령이 된 사례는 거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남 지역의 열세를 수도권 우세로 만회하면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황 대표의 수도권 경쟁력은 어떨까.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 22~26일 실시한 조사(전국2518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과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하는지’ 물어본 결과 황 대표의 전체 지지율은 22.2%, 수도권 지지율은 19.8%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지율보다 전체 지지율이 오차범위내 높다. 이낙연 총리는 전체 19.1%이고 수도권 지지율은 19.5%로 나타났다. 전국과 수도권에 거의 차이가 없는 편이다.

두 사람의 뒤를 이어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유 이사장은 불출마 의사를 표시했으므로 분석에 넣지 않음),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황 대표의 수도권 경쟁력을 괜찮게 평가해 줄 수도 있다. 다만 20% 문턱을 넘지 못한데다 황 대표를 제외한 순위에 오른 대부분의 후보가 범진보진용 쪽이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6명의 분석 후보 중 황 대표를 제외한 5명의 수도권 지지율을 합하면 40%가 넘는다.

20%가 채 되지 않는 수도권 경쟁력으로 내년 총선 수도권 지역구에서 '황 마케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천신만고 끝에 민생 장정을 마무리한 황 대표의 발목을 잡는 첫 번째 딜레마다.

황 대표의 발목을 잡는 두 번째 딜레마는 세대 효과다. 40대를 의미한다. 40대는 50대와 더불어 가장 많은 유권자층이다. 40대는 90년대 학번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운동권 세대와 구별된다. 투표율이 높고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숨은 주역들이다. 40대를 각 정당이 얼마나 공략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성적표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20대와 30대 유권자에게 영향을 주는 낙수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을 어떻게 붙잡아둘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시점에 40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다. 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해 보면 2030세대보다 40대의 충성도가 더 높다. 대통령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 황 대표의 ‘민생 투쟁 대장정’을 통해 40대 민심은 얼마나 영향 받았을까. 교통방송(tbs)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전국 약 1500여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약2.5%P 응답률 약 5~8%내외 성연령지역가중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과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40대 응답자들에게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직전 조사(2월 18~20일)에서 40대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3.2%였다. 더불어민주당은 48.1%로 자유한국당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다. 40대 지지율은 전당 대회 이후로 그리고 황 대표가 민생 투어를 끝낸 시점까지도 지지율에 거의 변화가 없다.

계속 20%내외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데 이번 달 27~29일 조사에서 40대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1.9%로 나타났다. 도리어 전당대회 전보다 40대 지지율은 더 내려갔다. 더불어민주당의 40대 지지율은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50%에 육박할 정도의 수치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위해 그리고 황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해 붙잡아야 하는 40대 민심은 요지부동이다. 황 대표 본인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역시 40대 지지율은 무거운 숙제이고 과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 22~26일 실시한 조사(전국2518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과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하는지’ 물어본 결과 40대 경쟁력이 가장 높은 후보는 황교안 대표가 아닌 이낙연 총리로 나타났다.

전체 지지율은 20%가 넘는 황 대표가 40대 경쟁력은 오히려 뒤처진다. 심지어 이재명 경기지사와 비교할 때 40대 경쟁력은 별로 차이가 없을 정도다. 직업 분포상으로 가장 유권자층이 많은 화이트칼라층(사무직)에서 황 대표 지지율은 15.1%에 그친다. 이낙연 총리와 거의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 결과는 40대 표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껏 민생 투어를 하고도 40대와 화이트칼라 표심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전략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다음 대통령을 노리는 황 대표에게 40대는 분명 극복해야할 딜레마다.

황 대표의 발목을 잡는 세 번째 딜레마는 중도층이다. 중도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락의 열쇠는 백인 남성이었다고 한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당선된 배경에는 중도층이 있었다. 문재인 후보는 선거 내내 중도쪽으로 클릭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보 유권자들이 사드 배치를 반대했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은 유보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들은 답답하고 안타까웠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층을 확보하는 것은 이제 당선 교과서처럼 되어 버렸다. 다음 대통령 선거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권이 좌우 이념 대결을 하는 국면에서 중도층의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경기의 흐름을 결정짓는 판정을 하는 심판 역할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할 때 중도층이 핵심 지지층보다 먼저 이탈한다. 언젠가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오랫동안 붙잡고 있어야 하는 유권자층이 중도다.

지나간 수개월 동안 황 대표의 중도층 확보는 얼마나 성과가 있었을까. 교통방송(tbs)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전국 약 1500여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약2.5%P 응답률 약 5~8%내외 성연령지역가중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과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중도층 응답자들에게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직전 조사(2월 18~20일)에 중도층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0.2%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의 중도층 지지율과 비교할 때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날 정도였다. 그렇지만 패스트트랙으로 두 정당 사이에 냉기류가 발생했던 4월 조사(22~24일)에서 두 정당의 중도층 지지율 격차는 1%포인트를 넘지 않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그러나 황 대표의 민생 장정 직후 조사에서 중도층 지지율은 27.3%로 다시 내려가는 추세다.

다시 회복이 될지 아니면 하락세를 보일지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반짝 상승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결과는 정당 지지율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 22~26일 실시한 조사(전국2518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과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하는지’ 물어본 결과 황 대표의 중도층 지지율은 21.5%로 나타났다.

중도층 지지율이 21.1%인 이낙연 총리와 경쟁 구도다. 압도적인 경쟁력은 아니지만 수도권 지역이나 40대 연령대와 비교하면 조금 더 경쟁력이 있는 결과다.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중도층 지지율이 한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자유한국당의 중도층 지지율이 다시 반등할 기회를 잡는다면 모를까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면 비상이다. 4월까지 상승했던 중도층 지지율이 5월을 관통하면서 내리막길이다. 5.18 폄훼논란과 나경원 원내대표의 막말 등 자유한국당에 잇따른 악재가 쏟아졌다.

황 대표의 지나친 보수적 메시지가 중도층 마음을 돌렸을지도 모르겠다. 중도층을 그래서 부동층이라고 하지 않는가. 중도층 흡수 효과가 있기는 아직만 아직까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최근 중도층의 자유한국당 지지율 상승은 현 정부에 대한 평가로부터 초래된 반사 이익 성격이 다분하다. 총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총선 후에는 대선이다. 중도층이야말로 먼 길을 가야 하는 황 대표에게 딜레마가 되고 있다.

국민들은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모처럼 시장을 가봐야 장바구니에 식재료를 담기가 겁이 난다고 할 정도다. 유수의 경제 연구소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앞 다투어 하향조정하고 있다. 다보스 포럼이 열리는 스위스에 위치한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대한민국을 태국보다 낮게 보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태평하다. 꼭 전국을 돌아보고 발품을 팔아봐야 이런 현실을 정치인들이 안다면 그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골목 상권부터 대로변에 있는 초대형 매장까지 총체적으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이렇게 국민들의 기대와 따로 가는 국회라면 이제는 국민들이 여의도 광장에서 촛불 아니 횃불을 들어야 할 상황이다. 국민들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아는데 반드시 현장 투어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민생 대장정 원조인 손학규 대표가 처음 천리길을 떠났던 2006년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나 뉴미디어(유튜브 등)가 그리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다.

현장에 가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는 것이 중요했을 법하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든 현장의 목소리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듣고 보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다양한 소통 채널이 발달된 현재도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의지는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황 대표의 18일간의 민생 장정은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고 결과물이다. 1920년대 후반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허버트 후버는 장밋빛 미래만 예측하다가 취임 직후 대공황에 직면하는 곤욕을 치렀다. 국민들에게 별로 희망이나 도움을 주지 못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교훈으로 삼아야 할 지도자는 미국의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루즈벨트 대통령은 하고 싶어도 민생 대장정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미국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가장 민심을 현장감 있게 헤아린 인물로 루즈벨트 대통령은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민심을 읽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진정성이기 때문이다.

라디오로 국민과 소통한 노변정담은 국민의 마음을 읽으려고 했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수없이 고문을 당해 그 후유증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아태평화재단을 통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민초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대통령이 되고나서 야당과 가장 많은 영수회담을 한 지도자도 바로 그였다.

한국 현대사에서 누구보다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었지만 정치적 보복을 일삼거나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지도자는 더 이상 없는 것일까. 일하지 않는 무책임한 국회가 일상이 되고 말었지만 국민을 대신해 중재하는 지도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서로 정쟁에 정쟁을 거듭하지만 살기 힘들어 비명을 지르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지도자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맥주 회동마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권에 루즈벨트 대통령의 명언이 약이 되면 좋겠다. ‘자신을 처리하려면 당신의 머리를 사용하고, 다른 사람을 움직이려면 당신의 마음을 사용하라.’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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