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비즈니스 트렌드를 밝혀주는 데이터가 G-MAFIA에 편중돼 있다"

"현실세계와 디지털 가상세계가 지능형 연결망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열리고 있다"

이준정 과학기술 칼럼니스트·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금년은 컴퓨터 간 통신 네트워크인 인터넷이 등장한 지 50주년, 그리고 인터넷 웹페이지가 제안된 지 30주년 되는 해이다. 인터넷 반세기, 그리고 웹페이지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인터넷 발달의 핵심은 웹(WWW) 페이지이며 누구나 검색해서 활용할 수 있는 만물 정보가 무한대로 저장되고 있다.

영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가 웹을 고안한 시점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통신 네트워크 설계기술자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CERN에는 수천 명의 연구자들이 유럽 각국으로부터 모여서 공동연구를 하는 곳이다. 당시만 해도 연구팀 간에 소통이 거의 없어 연구 정보, 소프트웨어, 장비 등이 서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자들의 수는 많아도 연구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성과들이 방치되곤 했다. 수많은 연구보고서 속에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수록되어 있는지 검색하기도 어려웠다. 이를 간파한 버너스-리는 방대한 양의 연구 정보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인터넷 공간에 웹 페이지를 만들고 그곳에 연구정보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HTML (Hypertext Markup Language) 문서로 저장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웹 페이지의 시초다.

초창기 웹은 게시판에 정보를 나열해 놓고 방문자들이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웹 1.0이다. 주로 기업이나 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는 홈 페이지 형식이다. 웹 페이지를 출판하는 소프트웨어에 정보를 작성해서 인터넷에 올리면 누구나 웹 페이지에 접속하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웹 페이지를 연결할 인터넷 주소인 도메인이 필요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암기하기 쉬운 도메인 주소가 필요했다.

단체와 개인들은 암기하기 쉬운 도메인 주소를 앞 다투어 사재기했다. 다른 웹 정보에 클릭만으로 바로 연결해 주는 하이퍼링크 기술이 등장했다. 예를 들면 문장 중에 ‘브리태니커’란 단어에 온라인 브리태니커 사전의 웹 주소로 바로 연결시키는 하이퍼링크를 걸어 놓으면 이 단어를 누르면 바로 브리태니커 사전으로 이동하는 기술이다.

웹 출판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이나 단체를 대신해서 웹 출판을 손쉽게 해주는 웹문서 작성 플랫폼이 등장했다. HTML 언어를 몰라도 문서를 바로 작성할 수 있어서 온라인 블로그와 카페가 번창했다.

다음과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싸이월드와 같이 친구들과 서로 호감을 교환하는 웹 SNS도 등장했다. 사이트 소유자뿐 아니라 사이트 이용자들도 문서를 직접 작성해 웹에서 교환하는 웹 2.0시대를 열었다.

구글과 같이 키워드로 웹 게시물 내용을 검색하고 해당 정보가 담긴 웹 페이지를 알려주는 검색기술이 등장하면서 원하는 정보를 키워드만으로도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인기정보를 탑재한 사이트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방문자들의 ‘좋아요’를 유인했다. 방문자 수가 늘어나고 제공된 정보에 관심이 높아질수록 사이트의 가치는 높아졌다.

웹 2.0의 핵심은 집단지성을 노출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사이트에 접속한 대중의 의견이 합치될 때 마치 두뇌 의식처럼 또렷한 형체를 갖는다. 집단지성은 사람들의 생각과 관심을 반영하는 동시에 반대로 사람들의 의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대중의 왕래가 빈번한 사이트엔 광고가 붙기 시작했고 사이트 소유자의 수익원이 됐다.

웹 사이트는 인터넷 소통과 협업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게 되고 상품을 사고팔고 뉴스를 공유하는 비즈니스를 수용하면서 점차 거대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플랫폼을 방문한 사람들끼리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웹은 점차 앱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으며 모바일 컴퓨팅만으로 웹 정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 폰으로 웹 정보를 바로 검색해 볼 수 있으며 웹대신 앱으로 상품 구매나 아이디어 소통이 가능해졌다. 스마트 폰은 소유자가 뚜렷하므로 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측정하고 유도하는 도구가 됐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은 웹에 모든 사물 정보를 연결되는 쪽으로 기술 확장이 이뤄졌다. 웹 또는 앱에 수십억 개의 IoT장치들이 연결되고 있다. 즉 수십억명의 사용자가 앱에서 수십억 개의 디지털 기기를 보유하는 효과를 갖게 됐다. 컴퓨터는 제품 속에 삽입된 센서들의 측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사용자가 원하는 최적 조건을 자동으로 찾아줄 수 있다.

이젠 웹 문서가 사용자의 취향을 쫓아 정확히 연결되는 데이터의 활용이 더 중요해졌다. 컴퓨터는 측정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사용자의 편익이나 취향에 맞춰 기계장치들을 자동으로 작동시켜 줄 수 있다.

적재적소에 연결된 정보는 사용자에게 더 나은 제품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원의 효용성을 높이며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분석할 데이터가 많을수록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 디지털이 사회발전의 핵심가치가 되면서 실물자본 보다 데이터 축적이 중요해졌다.

비즈니스 트렌드를 밝혀주는 데이터는 G-MAFIA(Google, Microsoft, Amazon, Facebook, IBM, Apple) 등 대형업체들에 편중되고 이들이 디지털 경제를 장악하게 되었다. 현실(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인터넷에 형성된 디지털 데이터에 의해 가치가 바뀌는 세상이 됐다. 데이터를 가진 거대 기업들이 시장거래에서 발생하는 갭 차익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이들은 미래의 디지털 거점들마저 사전에 장악해 버린다.

더욱이 물리적인 세계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돼 온라인 상태가 되면 사물정보도 이들 대형 데이터 기업에 예속되게 된다. 디지털 인프라는 G-MAFIA에 의해 집중 관리되며 개인정보는 직간접적으로 이들의 영업전략에 활용돼 주요 수익창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더욱 정교한 큐레이션이 가능해 사용자들은 이 틀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데이터는 개인별 맞춤정보로 일상을 유도하며 정신적 판단까지도 지배하게 된다. 사용자는 무료서비스 앱의 대가로 사생활 정보를 내준다. 인간정보가 사물정보와 결합되면 인간의 세밀한 활동까지도 분석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잠재의식까지도 분석해 낼 수 있게 된다.

이런 분석 결과가 사용자의 편익을 위해 선의적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자들을 가두리 양식하듯 길들이고 있다. 마치 양식장에서 때맞춰 먹이를 주며 물고기를 키우지만 결국은 양식업자의 이익을 위해 물고기는 생명을 바치게 된다는 점을 연상하게 한다.

사용자의 데이터가 얼마나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지는 중국에서 실증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을 장악한 BAT(Baidu, Alibaba, Tencent)는 중국정부의 사회점수 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모든 중국인들의 이동, 소통, 금융 상태를 데이터로 수집한 중국정부는 중국인 개개인의 사생활을 점수로 환산해 통제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중국 공인정보센터(NPCC)에 의하면 ‘신뢰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징벌을 주거나 보상을 하여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장려한다고 한다.

사회점수가 일정 점수에 미치지 못하면 대출을 차단하고 여행을 금지시킨다. 서방의 시각으로 보면 조지 오웰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비평을 하지만, 정작 가두리 양식을 당하는 많은 중국인들은 건전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긍정 평가한다. 바야흐로 사회 통제권이 권력자에서 데이터로 이관되고 있다.

웹 2.0 세상이 안고 있는 문제는 개인 정보의 지나친 노출로 인한 정체성 상실에 있다. 독자적인 가치판단보다 데이터의 판단에 더 의존하게 되는 지나친 데이터 종속성이다. 서방세계에선 데이터를 사회통제 수단으로 삼을 순 없지만 데이터를 장악한 기업의 의도와 개인의 이익이 균형을 이룬다고 할 수 없다.

데이터가 공정한 판단을 유도할지라도 악의적 의도를 가진 단체 또는 해커에 의해 데이터가 악용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데이터의 소유권이 소수의 시장 지배자의 손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모든 사람이 준수해야 할 규칙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좋은 도구로 블록체인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웹 1.0에서 웹 2.0을 거치면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일부 기업에 집중화되는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따라서 분산형 정보관리 및 검색이 가능한 웹 3.0 시대의 개막이 요구되고 있다. 웹 3.0은 디지털 정보를 자연어로 처리하며 데이터의 추출 및 검색을 인공지능 비서가 처리해 주는 웹이라고 할 수 있다.

웹 2.0이 사물정보를 제공하는 웹이라면 웹 3.0은 지능정보가 제공되는 웹이다. 웹 정보검색이 지능화 되고 사용자 중심으로 개인화되며 그 내용이 암호기술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데이터가 중앙에 집중되는 기존 앱을 대체해 개인별로 데이터가 분산돼 처리되는 탈중앙앱인 댑(DApps, Decentralized Apps)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드롭박스, 구글 드라이브, 아마존, 아이클라우드 대신에 ‘Storj, Filecoin, Maidsafe’ 같은 분산화 저장 공간인 댑이 시장을 차지할 것이다.

보안성과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한 저장공간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므로 댑 사용자가 늘어날 수 있다. 카톡, 위쳇, 라인, 왓앱 등의 메시징 앱 대신에 개인 보안성이 강화된 Mercury Protocol, tox, Raiot, 등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특히 상거래에서 중개수수료를 없애는 직접 신용거래가 등장한다. 예를 들면, 음악, 미술 등 창작물을 댑에서 아티스트와 소비자가 직접 신용거래 할 수 있다. 이미 광고주와 시청자, 창작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Opus, Mycelia, SingularDTV, Viberate 등이 등장했다.

다가오는 또 다른 30년 동안 웹기술이 어떻게 진화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당장의 추세는 보안형 지능 댑(DApps)이 대세를 장악할 것 같다. 모바일 댑은 현실세계의 모든 장치들과 가상세계의 디지털 쌍둥이와 연동하면서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현실세계와 디지털 가상세계가 지능형 연결망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객원교수, 포항공과대학 겸직교수. 포항산업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 등을 역임했다.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요즘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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