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에도 개천에서 자라는 큰물칭개나물…동절기 수질 개선 및 생태학에 좋은 표본

"정년이 없는 과학자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알찬 연구결과를 가져오는 원동력과 같다"

류재근 한국 교통대학교 석좌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류재근 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겨울철에도 수질오염을 정화하는 토종 식물종, 큰물칭개나물(Veronica anagallis-aquatica L.)을 발견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1988년부터 우리나라 토종 수질정화식물을 찾아내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마치 약초를 구하듯 식물조사에 나섰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도시 지천을 터전삼아 살아가고 있는 식물들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곤 했다. 당시에 애기부들, 줄, 미나리, 검정말, 부착조류, 개구리밥, 연, 부레옥잠 등을 조사하며 이들 식물이 수질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면민히 조사했다.

그때만해도 우리나라 하천이나 하·폐수처리장 방류수, 축산폐수 처리 후 방류수 등에 적합한 수생생물을 연구해 1990년부터 전국적으로 보급하며 수질 정화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었다.

대부분의 녹조류는 겨울철에는 증식이 잘 안되는 특성이 있다. 그러한 점을 감안할때 겨울철 수질정화에 도움이 되는 토종식물 ‘큰물칭개나물’을 양평 백안리 소하천에서 찾아낸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식물을 이용해 겨울철 소하천 정화식물을 개발하려는 연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양평 최저기온인 -20℃에서도 하천에서 거뜬히 살아가고 있는 ‘큰물칭개나물’은 겨울이 제철인 식물 냉이와 같이 수질을 정화시킨다. 흔히 봄나물로 알고 있는 냉이는 사실은 겨울에 제철인 나물이다.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십자화과의 두해살이 식물이기 때문이다.

3년간 관찰한 결과 2017년부터 2019년 겨울 최저, 평균 기온은 다음과 같았다. 2017년 겨울(2016.12~2017.2) 평균 -0.8도, 최저 -17.0도, 2018년 겨울(2017.12~2018.2) 평균 -3.4도, 최저 -19.9도, 2019년 겨울(2018.12~2019.2) 평균 -1.4도, 최저 -14.9도로 조사됐다. 큰물칭개나물은 거의 영하 20℃에 달하는 온도에서도 살아남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였던 셈이다.

2017년 겨울 영하 20도에도 성장하는 수생식물인 큰물칭개나물을 찾아낸 것은 발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진은 양평 백안리 소하천에서 발견된 큰물칭개나물.<사진=류재근 교수 제공>

지금까지 여름철에는 수질정화식물로 개발한 애기부들, 부레옥잠, 개구리밥, 연, 미나리 등이 소하천의 수질을 정화하는 식물로 널리 보급돼왔다. 하지만 이 식물들은 영하 4℃ 이하에서는 증식하지 못하고 사멸되기 때문에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겨울철 수질을 정화하는 식물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큰물칭개나물이라는 수생식물을 만날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 속에 사는 검정말 등은 겨울철에도 물 속 온도가 0℃ 이상을 유지하므로 오히려 사멸하지 않고 생존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겨울철 영하의 추운 날씨에 외부에 잎과 줄기를 드러내놓고도 증식이 가능한 식물은 이번에 찾아낸 큰물칭개나물외에는 별로 없을 듯 싶다. 이 식물은 소하천에 살면서 얼음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도 자라며 수질 정화에 기여하는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고마운 식물이다.

2017년 겨울 영하 20도에도 양평 백안리 소하천에서 자라나는 큰물칭개나물을 찾아낸 것은 수질개선 측면에서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사진=류재근 교수 제공>
사계절 소하천에 수질정화 식물을 이용하면 하수도를 설치하기 어려운 지역하천에서도 오염을 막고 수질을 정화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큰물칭개나물이 영하 20℃에서도 생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기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자기 지역의 하천에 큰물칭개나물이 없다면 이 식물을 옮겨다 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수질 개선은 물론 생태계도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소하천 및 도시하천 즉 청계천, 중랑천, 탄천, 안양천 등에도 큰물칭개나물을 정화식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자는 정년이 없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연구에 매진하다 보면 훌륭한 연구결과를 계속해서 도출해낼 수 있다. 특히 현장 경험을 토대로 연구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끄집어낼 수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이 훌륭한 연구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수학공식이나 마찬가지다. 자기 꿈을 계속 키우고 정진하면 새로운 발견이나 발굴 등 세상을 개선하는 촉매제 역할을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다.

◇ 류재근 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프로필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 석사를 거쳐 건국대에서 환경미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보건연구원 미생물부 연구관을 거쳐 국립환경연구원 원장, 한국환경기술진흥원 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2001~2004), 한국물환경학회 회장,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등을 지내면서 수질연구 등 물환경, 바이오, 환경분석과 관련된 분야에서 주로 일했으며, 열정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도 한국교통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으며,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 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박사'로 유명하며, '대한민국 환경지킴이'라는 닉네임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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