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행 법무법인 '민행' 대표변호사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시대를 뛰어넘고 새역사를 만들어내는 '통큰 타협' 일궈내야"

법무법인 '민행(民幸)'의 조민행 대표 변호사.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조민행 법무법인 민행 대표변호사] 이번 주 대한민국 정치사에 오래 기억될 빅 이벤트가 나라 안팎에서 진행된다. 2월 27일 고양 킨텍스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개최된다. 같은 날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한다.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기대했던 자유한국당은 이번에 별 재미를 보지 못하는 듯하다. 불길한 징조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당권 주자였던 홍준표 전 대표는 북미정상회담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일자가 겹치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효과를 감살(減殺)하려는 저들의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번에는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라며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어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망언이 이어졌고, 청년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 "대한민국을 배신한 반역자”라는 막말을 내뱉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대표 후보인 황교안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촉발시킨 최순실의 태블릿PC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는 명백히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 평균적 지성과 상식에 어긋나는 일련의 발언들 탓인지 한국당 전당대회는 국민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여론조사 결과는 30%대에 육박했던 당 지지율이 하락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1 야당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미래나 한반도 전체 비전에 관한 뉴스가 나오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북쪽의 젊은 지도자는 중원을 가로질러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오후 5시 평양역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출발했다. 중국은 3월 1일까지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특별 수송기간이어서 김 위원장이 철도 대신 항로를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특별열차를 이용하더라도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타고 중국 광저우까지 이동한 뒤 열차 편으로 하노이로 가리라는 예측 역시 빗나갔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중국과 베트남이 서로 이어진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5시간이 채 안 걸리는 하늘길 대신 60시간 가까이 걸리는 4500km 철길을 선택했다.

동해북부선 철도연결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지금까지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경유 유럽까지 가는 것만 생각했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텐진(天津), 우한(武漢), 창사(長沙), 광저우(廣州)를 거쳐 하노이, 다낭, 호치민에 가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철길을 통한 필자의 상상력은 한반도 종단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유럽을 향하였을 뿐이지 동아시아로 연결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무엇일까? 정치란 국민들에게 희망을 말하며 미래를 향해 함께 가자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꿈꾼다는 점에서 상상력은 예술가나 작가뿐 아니라 정치인에게도 필요하다. 70년 분단체제가 종말을 고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로 진입하는 이 시대 정치인에게 ‘정치적 상상력’은 오히려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을 듯 싶다.

CNN 방송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과 북한이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조치는 “공식적인 외교 관계 수립을 향한 점진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기념해 주화를 발행하기로 하고 23일(현지시간) 샘플을 공개했다. 기념주화에는 앞면에 한글로 ‘하나의 평화, 세 명의 지도자’라고 쓰였고, 뒷면에는 태극기를 중앙에 가장 크게 배치하고 왼쪽에 성조기, 오른쪽에 인공기를 그려 넣었다. 북·미 정상회담 기념주화에서는 이미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인공기가 한 자리에 나란히 모여 있는 것이다.

이번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이 핵무기가 없으면 빠르게 세계 경제 강국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미국과 북한 모두 지금까지 대화 기조를 버리고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다. 양국은 싱가포르를 거쳐 하노이까지 한반도평화와 관계 정상화를 향하여 먼 길을 걸어왔다.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두 정상이 부담할 정치적 매몰비용이 너무 많다.

이번 북미회담의 성공을 예측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 희망 섞인 예측을 하자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국제기구의 핵시설 폐기 참관을 허용하고, 미국은 남북경협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허용하는 선에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주말 현재 하노이에 머물고 있는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이병한 박사가 사진을 보내왔다. 정상회담 개최 준비로 들뜬 하노이 거리에 성조기와 인공기가 함께 나부끼는 가운데 베트남 젊은이들이 K-Pop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어찌 하노이 뿐이랴. 온 겨레는 평양과 서울 거리에서도 남북의 젊은이가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이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대타협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대를 뛰어넘고 새역사를 만들어내는 '통큰 타협'을 기원한다.

■ 조민행 법무법인 '민행' 대표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근무했고, 사법시험도 통과해 현재 법무법인 민행(民幸)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중이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남북 분단시대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세계를 여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돼 남북경협과 북방경제협력이 본격화되는 날을 꿈꾸는 '실천적 이상주의자'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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