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 세계경제 성장률 2.9% 예상해 글로벌 경기둔화 기조 이어질 듯

美 제외한 대부분 국가 하향 조정으로 대내외 리스크 증가 대비해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청와대의 안이한 경제 인식 우려스러워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문가 칼럼=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일반적으로 새해가 되면 주식시장에서는 경제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로 주가가 상승하며 이를 ‘1월효과’(January effect)라고 부른다. 이는 주식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국민들도 새해에는 경제가 더 좋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진다는 점에서 올해 우리 경제에도 그런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대외여건은 지금도 여전히 먹구름이 잔뜩 끼여 있는 상황이다. WB(월드뱅크)는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제 성장은 유지되겠지만 미국과 첨예하게 무역분쟁을 일으켰던 중국의 경우 기존 6.5%에서 6.2%로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됐다. 유로존 국가의 경우도 기존 1.9%에서 1.6%로 하향 조정됨에따라 적잖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조짐을 보임으로써 세계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지적재산권 침해 부분이나 중국의 기업보조금 지급과 같은 비관세 무역장벽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견해 차를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리스크는 여전히 세계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올해 한국경제는 어떨까? 한국신용평가에서 발표한 '2019년 산업전망'에 따르면 자동차 및 디스플레이와 같은 한국의 주요 산업부문에 대해서 신용도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올해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수출이 정체되면서 성장둔화가 현실화될 우려를 언급하며 이로 인해 회사채 부도율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거시경제의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걱정이 된다. 우선 비교적 견고하게 버텨오던 수출에 적색등이 켜질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작년 12월 수출은 -1.2%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의 호조가 수출견인 역할을 해왔는데 작년 말부터 반도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올해 1월초 기준으로 -27.2%를 기록하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 8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28.7%나 감소하면서 시장에 주는 충격이 더 컸다. 이는 반도체 업황이 하락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어 향후 수출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의 다른 축인 소비 역시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97로서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고 작년 11월의 소매판매액 역시 9~10월에 비해서 증가세가 줄어들어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투자 역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지수는 기계류가 15.5% 감소하며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은 2.6~2.7%로서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2010년 6.5%를 기록한 이후에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고 못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경제의 잠재력 약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기존의 경제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올해 한국 경제는 거시경제의 세 기둥인 소비, 투자, 수출에서 삼중고(三重苦)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은 대외 악재를 헤쳐나가야 할 내수시장 역시 포용적 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의 실험장으로 변모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의 경우 여전히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과 법정 근로시간 주 52시간에 대한 뚜렷한 개선책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는 노사정 협의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지만 민주노총이 여전히 강경하게 나오면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2월에 총파업투쟁을 펼친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향후 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근간을 흔들 뿐 아니라 노사정간의 불신을 심화시킬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자인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피하고 최저임금 동결이나 소폭인상으로 제한하는 등의 정책적 대안을 하루속히 제시하고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 산업현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혁신성장의 측면에서도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카카오 카풀의 경우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고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이미 글로벌 경제에서 공유경제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 속에서 정부가 공유경제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카카오 카풀 도입은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택시업계에게 적절한 대안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이 있다. 이미 카풀의 경우 사업진행이 늦어지며 관련 기업이 손실을 입게 되었고 택시업계 역시 상당한 비난을 받게 되었다. 결국 최종 피해자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들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중재자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 새해 신년기자회견에서 文대통령이 경제를 35번이나 언급하며 경제부문에 정책적 역량이 집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긴 했지만 정작 가장 핵심적인 사안인 경제정책 방향에 있어서는 기존 경제정책의 전환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표명한 점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또한 각종 경제지표의 악화를 정책의 실패가 아닌 변화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경제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용지표가 악화되었다는 점은 대통령 스스로도 뼈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지만 정작 고용지표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 되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등에 대한 반성과 대책마련이 부족하다. 이는 결국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로 전해져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사업’(이하 예타 면제) 역시 지역발전을 통해 균형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과는 달리 결국 MB정부의 4대강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업비 대부분이 사실상 사회간접자본(SOC)예산으로 도로, 철도, 공항 등을 건설하는데 사용되는 만큼 현 정부가 과거에 비판해오던 SOC를 통한 경기부양 카드를 스스로 꺼냈다는 점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쾌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23개 예타면제사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일부 사업은 사업 적절성 및 예산 낭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청와대가 새해들어 재계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총리가 삼성을 방문하며 현장 행보를 선보였고, 타운홀 미팅을 통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들었다는 점은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그것이 형식적인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길 바란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의 의견도 경청해 한 쪽에 치우친 경제정책이 아닌 균형 잡히고 시장원리에 맞는 경제정책을 펼쳐나아가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어어져야만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3분의 1이 지나간 현 시점에서 이제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기존의 실패한 경제정책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나마 남아 있던 골든타임 마저 놓쳐버리는 잘못을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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