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거에 영향 주는 3대 변수를 데이터로 분석해보니..."

"자유한국당 지지층, 영남지역 여론, 보수층 표심 등 세가지를 들여다보면 차기 대표가 확실히 보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격동의 정치판이 펼쳐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오는 2월 27일 자유한국당은 새 당 대표를 선출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의 임시 지도부 체제를 마감한다.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일찌감치 입당하며 전의를 불태워왔다. 오 전 시장 뿐만이 아니다. 정우택 의원, 김태호 전 의원 등도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출마할지는 알 수 없지만 홍준표 전 대표와 김병준 현 비대위원장 출마설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다만 중량감 있는 인물들의 등장이 예상됨에도 그동안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황교안 전 총리가 지난 15일 입당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황 전 총리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이는 그동안 별다른 흥행 변수가 없었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관심이 쏠리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 등장만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황 전 총리는 당 대표 선거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시돼온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황 전 총리는 보수 진영에서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지난 5~6일 실시한 조사(전국1045명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7.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범보수진영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를 물어본 결과 당 대표 선거 출마 가능성이 높은 후보 중 황 전 총리가 16.5%로 가장 높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8.5%, 홍준표 전 대표 10.4%였으며, 김병준 현 비대위원장은 1.6%에 그쳤다. 당 대표 선거 규정이 당원 70%, 여론조사 30%이므로 차기 대선 후보 조사 결과만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황 전 총리가 대중적 영향력을 갖추고 있음을 여론조사 수치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1.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을 대상으로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당층에서 황 전 총리는 22.4%로 가장 높았다. 오 전 서울시장은 14.7%, 홍 전 대표는 5.5%였고 김 비대위원장은 2.4%로 나타났다.(그림1).

전당대회까지 많은 변수가 남아있지만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만 놓고 보면 황 전 총리가 기선을 제압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전당대회를 기다릴 필요조차 없이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국민 여론과 달리 당원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진두지휘하는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원들의 운명이 갈린다.

많은 당원들은 지역내 권력과 무관하지 않다. 지역내 국회의원들과 당원간의 관계가 주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누구를 밀어야할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누가 당대표가 될지 예상할 수 있는 변수를 살펴보는 건 가능한 일이다. 통계나 수치가 그런 흐름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정당의 역대 전당대회를 관찰하면 우선 정당 지지층은 당원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보수정당의 위기로 인식되는 시기에는 당 지지층과 당원들이 다른 생각을 하기도 힘들다. 핵심 지지층과 상반되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가장 중요한 지지 기반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지지층 다음으로 살펴봐야할 변수는 영남 여론이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의 당원 비율이 전체의 60% 가까이로 알려져 있다(정확한 비율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음). 영남 지역의 판도에 따라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는 요동치기 마련이다.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영남 지역 변수외에 중요한 변수는 보수층이다. 자유한국당의 차기 당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보수 통합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자유한국당이 자유한국당 지지층, 영남 지역 여론, 보수층 표심과 다른 방향으로 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자유한국당 당 대표를 미리 아는 첫 번째 변수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이다. 정당 지지층의 영향력은 아무리 중요하다고 설명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당 지지층은 당 내의 각종 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선거에서 가장 앞장서 표를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경쟁에서 열세에 몰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장 자신 있게 내밀 수 있었던 경쟁력 카드는 바로 당내 기반이었다.

당 지지층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던 이 전 대통령은 경선내내 여론조사를 챙겼다는 후문이 있었을 정도다. 여론조사에서 특정 정당의 지지자라고 이야기할 정도의 응답자는 그야말로 핵심 지지층이다. 일반 당원과 비교하더라도 인식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는 2월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는 결정적으로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당 대표 후보자가 최종적으로 누가 될 지 가정하고 조사한 결과는 아니지만 차기 대선 후보 조사는 간접적인 잣대의 역할로 충분하다.

그림2.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4일, 26~28일 실시한 조사(전국2011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2%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6.7%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누구를 차기 대선 후보로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34.1%로 가장 높았다.

당 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만 분석해본 결과 오 전 시장은 18.4%, 홍 전 대표는 12.5%였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후보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여론의 합종연횡이 일어날 가능성은 열려있다.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이 후보 단일화를 해서 두 사람의 지지율이 산술적으로 그대로 합해진다면 30.9%로 황 전 총리와 거의 대등해진다. 자유한국당 지지층 변수만 놓고보면 황 전 총리가 타 후보 대비 더 많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압도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그림2). 당 대표가 될 후보라면 빠른 시간내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마음을 더 많이 가져가야만 승산이 있다.

자유한국당 당 대표를 미리 아는 두 번째 변수는 보수층이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공공연히 알려진 대로 차기 총선을 총 지휘할 당 대표를 선출하는 성격이다. 총선뿐만이 아니다. 총선 결과에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대선행으로 직행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당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모두 대선 후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주자였다. 정우택 의원 역시 충청권에서 잔뼈가 굵은 유력 정치인이다. 당 대표 입성에 성공한다면 대선 출마를 마다할리 없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홍 전 대표와 맞붙었던 경험이 있다. 김태호 전 의원은 총리 목전까지 갔었던 유명 정치인이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경수 후보와 치열한 한판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어느 누구도 당대표 자리만 꿈꾸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번 당 대표는 일종의 '보수 간판'을 뽑는 선거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내년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면 보수 통합은 말그대로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림3.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4일, 26~28일 실시한 조사에서 보수층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 후보 지지도를 분석한 결과 황 전 총리가 23.5%로 나타났다. 오 전 시장은 13.2%, 홍 전 대표는 10.7%였다. 황 전 총리가 가장 높기는 하지만 보수층 4명 중 1명 정도의 선택이라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즉 아직 보수층은 자유한국당 당 대표 출마 예상자 가운데 힘을 모아질 1인의 유력주자는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공교롭게도 세 후보의 공통점은 확장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데 있다. 중도층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황 전 총리 14.1%, 오 전 시장 8.9%, 홍 전 대표 4.8%로 10%내외 정도의 경쟁력 수준에 머물렀다. 그나마 오 전 시장이나 홍 전 대표는 보수층과 중도층 사이의 지지 비율에 큰 차이가 없는 정도였다(그림3).

보수에 대한 이미지는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격히 나빠졌다. 새 당 대표는 보수 이미지를 전환시켜 보수의 간판으로 거듭나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자유한국당 당 대표를 미리 아는 세 번째 변수는 영남 지역 민심이다. 무슨 수를 써보아도 함락이 불가능한 성을 일컬어 ‘철옹성(鐵甕城)’이라고 한다. 또는 고구려 시대 성 안에 성을 두어 획기적으로 적을 방어하는데 효과적이었는데 성 안의 성을 가리켜 ‘아성(牙城)’이라고 했다고 한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을 설명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지역이 바로 영남이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남출신 대통령이었다. 영남지역은 호남에 비해 인구가 많고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으로 이주해온 출향인들의 숫자도 많다. 자유한국당은 지금은 다소 달라졌지만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이 철옹성이고 아성이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의 결과를 보면 보수정당이 잘 나가던 때의 지역 사정과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유한국당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전당대회에서의 영향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수 정당이 거의 붕괴 또는 와해되는 상황에서도 영남 지역은 끝까지 버텨낼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림4.
지난 2014년 7월 새누리당 당 대표선거에서 김무성 후보가 서청원 후보의 맹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영남지역이었다. 경북 태생에 부산 지역구를 가진 김 전 대표를 서청원 의원이 넘기에는 지역적 한계가 뚜렷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4일, 26~28일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거주 응답자들의 선택을 분석해 보았다. 대구경북 응답자층에서 황 전 총리는 16.6%, 오 전 서울시장은 10.1%로 나타났다. 홍 전 대표는 6.5%였다. 부산울산경남에서 황 전 총리는 16.5%로 대구경북과 거의 같았다. 오 전 시장은 11.5%였고 홍 전 대표는 부산울산경남에서 대구경북보다 높은 9.2%였다. 황 전 총리가 높지만 압도적이지 않다.(그림4)

가장 중요한 지역인 영남지역에서 아직 압도적인 인물은 없어 보인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 황 전 총리의 파괴력은 인정되지만 다른 두 개의 중요한 변수인 보수층과 영남지역은 아직 대세론이 만들어지지 않은 모양새다. 최종 후보가 어떻게 결정되고 후보 간에 누구를 밀어주는 합종연횡이 가져올 판도 변화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수치적으로 가장 유력한 주자로 부상한 황 전 총리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상당히 있다는 것 또한 황 전 총리가 넘어야할 큰 산이다. 황 전 총리의 조기 등판에 대해 다른 후보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당 대표에 도전하지는 않지만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몇몇 언론에 자유한국당 복귀설이 돌았지만 황 전 총리의 입당으로 곤란해졌다. 같은 당에 태양이 여러 개 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황 전 총리의 정계 복귀 신호탄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림5.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15일 실시한 조사(전국500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8.3%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황교안 전 총리의 정계 복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체적으로 황 전 총리의 정계 복귀에 우호적인 찬성 의견은 37.7%였다. 반대로 복귀해서는 안된다는 반대 의견은 50%로 딱 절반이었다. 응답자의 특성에 따라 온도 차도 명확해 보였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85.1%가 정계 복귀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전당 대회에 미칠 황 전 총리의 파괴력을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지역적 기반인 영남 여론은 사뭇 달랐다. 대구경북에서 50%가 정계 복귀를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10명 중 4명에 가까운 38.2%는 정계 복귀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부산울산경남은 정계 복귀에 대해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정계 복귀 반대 의견이 50.3%나 됐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황 전 총리의 등장이 쇄신과 혁신없는 자유한국당을 ‘도로 박근혜당’으로 만드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황 전 총리의 등장으로 현 정부에 대한 공격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층에서 3명 중 2명 정도가 ‘황 전 총리의 정계 복귀’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그림5)

황 전 총리가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현 정부의 정책에 더욱 공세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황 전 총리의 등장으로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 대회는 친박 대 비박 대결 구도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박계의 히든카드 격이 될 황 전 총리가 친박 진영의 중심에 선다면 반대로 오 전 시장은 비박계의 간판 역할을 할 공산이 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계파 종식과 당내 통합을 외치고 나섰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급 후보의 등장으로 친박 대 비박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 중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표명이 두 진영을 가르는 분명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황 전 총리는 숙명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게 마련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보이기는 극히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새로운 당의 방향을 내세우는 비박 쪽에서 국정 농단을 비호하거나 탄핵 결정을 정면 반박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2월말 전당 대회의 키워드가 ‘박근혜’가 될 소지도 다분하다.

그림6.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7일 실시한 조사(전국503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6.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에 대한 의像?물어본 결과 반대 의견이 61.5%로 압도적이었다. 찬성하는 응답은 3명 중 1명 수준인 33.2%였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 73%가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찬성하므로 전당 대회 투표에 참여하는 당원들의 정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할 중도층의 민심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중도층의 68.8%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가 집안 잔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중도층 국민들에게 공감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 자유한국당의 고민인듯 싶다. 부산울산경남 여론은 더욱 팽팽하다. 석방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거의 50%나 된다. 찬성 의견은 43.5%로 찬반 사이에 별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그림6)

자유한국당 지지층, 보수층,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층 등 이념적으로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계층의 여론을 따른다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쪽에 서 있어야 훨씬 전당 대회에서 유리해진다. 그렇게 되면 ‘도로 박근혜당’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쉽지 않다. 전당 대회의 당 대표선거 양상이 국민 전체 여론과는 결이 다른 선거가 되리라는 예상이 가능해진다.

과연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는 누가 될까. 문득 한 태조 고황제 유방의 삶이 떠오른다. 패현이라는 시골 지역의 정장에 불과했던 보잘 것 없던 인물이 천하를 제패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항우와 경합했던 유방의 최대 고비는 항우에 의해 심심유곡인 한중왕에 봉해졌을 때였다. 한중은 유배지로 여겨질 정도로 변경이었기 때문에 유방이 천하의 뜻을 도모하기 매우 어려운 장소였다. 사실상 재기 불가능할 정도였다. 항우는 유방이 도전해올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장소로 내몰았고 반란을 꾀할 시도를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대군을 보낼 전멸시킬 복안이었다.

유방의 ‘신의 한수’는 천하의 책략가 장량의 머리에서 나왔다. 우선 항우의 경계심을 풀기위해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부수어 버린다. 항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한 절묘한 계략이었다. 만약 유방이 서둘러 한중을 빠져나가 거사를 도모했다면 한 고조 유방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신과 장량을 옆에 둔 유방은 천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려 천하대업을 이룬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적기가 있다. 아직 다수의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대해 마음을 풀지 못하고 있다. 황 전 총리의 복귀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경계와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다른 후보들에게는 천우신조의 기회가 될지 모를 일이다.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를 예상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변수는 자유한국당 지지층, 보수층, 대구경북 그리고 부산울산경남 거주자들의 민심이다.

당원 70%와 여론조사 30%의 반영 비율 차이를 감안하고 본다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성같이 자유한국당으로 전격 입당한 황 전 총리의 경쟁력은 당내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물론 최종 후보가 어떻게 구성될지 그리고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당내 인사들과의 관계 등도 중요한 변수로 작동할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는가 하는 정치 공학적인 역학관계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보의 판단이다. 그 후보의 판단을 더욱 빛나게 하는 참모들의 역할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유방이 천하를 손에 쥔 이유를 들어보면 더욱 참모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신하로부터 어떻게 항우를 이기고 전국을 제패할 수 있었는지 질문을 받자 유방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장량처럼 교묘한 책략을 모른다. 소하처럼 행정을 잘 알고 군량미를 적시에 보급할 줄도 모른다. 그런 내가 병사들을 이끌고 싸움해서 이기는 일은 한신을 도저히 따를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이 세 사람을 제대로 기용할 줄 아는데 항우는 단 한 사람 최고의 책사인 범증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것이 내가 천하를 잡은 이유다.”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후보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명언이 아닐 수 없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깊이있는 정치분석을 내놓아 여론조사업계에선 '장비닮은 제갈량'으로 통한다. 유시민 작가가 운영하는 '알릴레오' 팟캐스트의 공동 사회자로 활동중이며, 최근 인사이트케이라는 데이터 분석및 여론리서치 업체를 설립해 소장으로 새로운 변신을 모색중이다.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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