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20대 男, 문 대통령 지지율 40%에도 미치지 못해"

촛불 민심 가장 잘 반영했던 20대…여성보다는 남성 중심으로 이탈 양상보여

20대 남성이 문 대통령에게 등돌린 이유: 북한 문제, 일자리 정책, 성(性) 갈등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비상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파격적인 소통행보와 지난 정부에 대한 기저효과로 임기 초반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국민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민생 행보 현장마다 국민들은 휴대폰을 꺼내들어 셀카를 요청했고 대통령은 마다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파격적일 정도의 서민적인 소탈함과 친근감은 성공적인 소통으로 이어졌다. 70~80%를 넘나드는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더라도 최고 수준이었다. 임기 1년차를 넘어 2년차에 접어드는 올해 남북관계는 대통령 지지율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이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남북관계는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눈에 띄게 달라졌다. 북한 방송에서나 보았던 인물들이 우리 눈 앞에 등장했고 남북관계는 대결과 갈등에서 협력과 평화로 변모했다. 대북관계를 진전시킨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거침이 없었다. 4월의 판문점 선언, 6월의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지지율은 내려올 줄 몰랐다.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은 지지율의 화룡점정이었다. 그러나 10월 들어 대통령 지지율은 줄 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문제다. 체감 경기가 나빠진데다 발표되는 각종 경제 지표는 경기 둔화를 예고하고 있어 국민들은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된 상태다. 이런 와중에 경제 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은 논란 끝에 교체되는 상황이 연출되었고 국민들의 정부 경제 정책 평가는 더욱 나빠졌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경제 개혁의 상징이 되기보다 사회 갈등의 씨앗이 되어버린 모양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용어로 ‘이영자 현상’과 ‘신동엽 현상’을 이야기 한다. ‘이영자’는 이십대, 영남, 자영업자의 머리글자를 딴 표현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주로 20대와 영남지역 그리고 자영업자 층에 집중되어 있는 현상을 설명한다.

유명인의 이름을 빌려 더 잘 이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동엽’은 신세대, 동쪽, 옆(엽)구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신세대(주로 남자)와 동쪽 지역인 강원,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을 의미한다. 옆(엽)구리는 중도층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념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중도층 이탈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분석할 때 가장 눈길이 가는 계층은 20대다. 20대는 이른바 신세대다. 세대 분석을 할 때 젊은 세대일수록 진보성이 강하고 진보적 성향이 강한 계층은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지난 촛불 민심을 가장 잘 반영했던 세대였고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던 세대다. 그런데 왜 이들이 지금 이탈하고 있는 것일까. 20대 이탈 양상은 여성보다는 주로 남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20대 남성의 이탈은 현실일까.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 하고 있는지, 잘 못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전체 남성들의 지지율은 42%였다. 여성들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이보다 높은 47%였다.

그러나 20대를 보면 전혀 다른 결과다.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38%였다. 전체 지지율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남성 전체의 지지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5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39%)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20대 여성은 전혀 다른 결과다.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여성 지지율은 무려 61%였다. 30대 여성은 62%의 문 대통령 긍정평가였다. 여성은 20대와 30대의 차이가 거의 없다. 40대 여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52%였다. 여성들의 20대부터 40대까지의 지지율에는 큰 차이가 없는 정도다.

(그림 1.)
그렇지만 남성들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는 천양지차다.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30대 남성은 53%였고 40대는 56%였다. 남성만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의 남성 핵심 지지층은 20대도 30대도 아닌 40대다(필자는 지난 기고에서 문 대통령의 향후 지지율 운명이 ‘90년대 학번인 응팔세대에게 달려 있다’고 분석). 20대에서 남성과 여성의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차는 23%포인트나 된다. 굳이 설명하자면 20대 남성의 평가 잣대와 여성의 그것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그림1). 지지율만 놓고 보면 20대 남성은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모습이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일까.

20대 남자가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첫 번째 이유는 북한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을 포함해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변수는 세 가지다. 경제와 북한 그리고 공약이다. 이를 줄여서 경북공으로 설명한다.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다. 북한 이슈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받는 안보 문제다. 공약은 대통령의 약속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내 걸었던 약속을 굳게 믿고 한 표를 행사한다. 만약에 대통령이 사탕발림의 마구잡이식으로 공약을 내뱉고 이행하지 않는다면 사실상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20대 남성들이 북한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군 복무와 관련 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신체검사의 결과에 따라 복무의 성격이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2년 가까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자마자 또는 대학교에 막 입학하자마자 입대 대기 상태에 놓인다.

입영통지서를 들고 훈련소의 힘든 과정을 거쳐 자신이 앞으로 2년 가까이 생활할 부대(자대)배치를 받는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20대 젊은 시절의 역사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군 입대를 하지만 훈련을 받고 동료들과 땀 흘리며 조국과 민족을 제대로 생각하게 되는 중요한 시기다. 가장 중요한 청춘을 조국에 바치는 그들에게 가장 큰 경계대상은 북한이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가장 경계하는 적성 국가의 지도자로 인식하게 된다. 실제로 20대 남성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20대 여성 그리고 다른 연령대의 남성들과 판이하다.

(그림 2.)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1~13일 실시한 조사에서 ‘북한이 남북대화에서 합의한 내용을 이행할지 또는 이행하지 않을지’ 물어보았다. 전체 남성들의 답변은 36%였고 여성들은 40%였다. 남녀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전체적인 결과로 우리 국민들은 북한이 남북한 사이의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데 대해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20대 남성의 시각은 60대 남성과 비슷할 정도로 매우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은 북한이 합의 내용을 이행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고작 28%에 불과했다. 20대 여성은 44%였다.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북한을 보고 있는 결과로 이해된다. 30대 여성은 북한의 합의 내용 이행에 대해 10명 중 6명이 긍정적으로 보았다. 40대 여성(56%) 또한 이에 못지않았다(그림2).

20대 남성들의 북한에 대한 시각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음을 분명하게 확인하는 대목이다. 20대는 남성과 여성 모두 그들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이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를 관통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대북 인식이 더욱 강조되고 부각되는 시기였다. 20대 남성들은 교육과 군 복무를 거치면서 성장 시기의 영향을 적잖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예비역인 복학생 신분의 20대가 보더라도 문 대통령 취임이후 남북관계는 극적으로 달라졌다. 국가적 차원에서 활발한 남북교류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20대 남성으로 대상을 좁히면 불과 몇 년 전 군대에서 타도 대상이었던 북한군과 김정은 위원장을 아무런 중간 설명 없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대 남성들에게 북한이 평화의 파트너라는 현실은 아직 어색한 장면이다.

20대 남성들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두 번째 이유는 경제다. 지난 10월 초부터 문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멈추고 완만한 하락세를 거듭했다. 9월 중순의 평양정상회담 효과가 한 달을 채 가지 못했다. 이렇게 정상회담 효과의 유효기간이 짧아진 결정적인 이유는 추석 명절을 관통한 민심때문이었다. 친척과 친지들과 뒤섞여 소통의 한마당이 되는 명절의 주제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경제였다. 취업하지 못한 조카를 바라보는 삼촌과 이모들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심 연령대는 20대들이다.

편의점을 비롯해 소상공인들이 고용하는 상당수의 인력이 20대 청년 세대다. 최저시급제 적용으로 영업 이익이 빠듯해진 점주들은 사람줄이기에 바빴다. 밤새 일해 보았자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20대 들에게 ‘소득성장정책’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취업은 힘들고 아르바이트는 구하기조차 어려운 작금의 현실을 20대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특히 군 복무 때문에 생기는 ‘학력단절’은 20대 남성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군에 가있는 2년여 동안 학업은 중단되고 또래의 여학우들의 경우처럼 이른바 스펙을 쌓는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 제대 후 간신히 학기를 맞추어 복학하더라도 수업 쫓아가기 바쁘다.

교수님과 눈 도장을 찍어 학점이라도 잘 받고 싶지만 이미 잘 만든 리포트로 학점 뽀개기를 하고 있는 여학생 후배들을 따라잡기는 불감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혜 채용은 뿌리 뽑히지 않고 일자리는 계속 늘리겠다고 되풀이 강조하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바라보는 20대 남성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림 3.)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1월 27~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4%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았다. 남성 전체는 긍정평가가 24%였다. 여성은 23%였다. 남녀를 통틀어 볼 때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온도차는 꽤나 크다. 20대 남성은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해 23%만 긍정 평가인 반면에 여성은 36%가 긍정적인 의견이었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할 때 남녀 간 차이가 가장 크다. 30대와 비교하면 추가적으로 다른 현상을 보게 된다. 30대 여성들은 문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긍정 평가 응답이 고작 22%에 그쳤다(그림3).

(그림 4.)
경제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20대 여성은 30대 여성과도 달랐다. 또래 집단인 20대에서 남성과 여성의 평가 잣대에 상당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일자리, 부동산, 재벌개혁, 규제철폐 등 경제 관련 전반에 대한 경제 정책 평가에 온도차가 있지만 특히 일자리와 관련된 정부의 고용 노동 정책에 대한 평가 차이는 더욱 선명했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의 고용노동(일자리)정책’에 대해 물어보았다. 남성 전체와 여성 전체는 긍정적인 평가값이 각각 26%와 27%로 거의 차이나지 않았다. 고용 노동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매우 좋지 않은 결과다. 남녀 사이에 큰 차이도 없다. 그렇지만 20대 남성과 여성은 차이가 더 큰 결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은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에 대해 30%만이 긍정 평가를 내렸다. 20대 여성은 남성과 달리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42%나 되었다(그림4).

남녀와 연령대별로 구분할 때 20대 여성의 평가 결과가 가장 후하다. 20대 여성은 20대 남성에 비해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군 복무로 ‘학력단절’의 상황은 비켜가지 못했는데 취업할 때 ‘군 가산점’ 혜택은 고사하고 외국어, 해외연수 스펙마저 쌓지 못한 20대 남성들의 볼멘소리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현실이다.

20대 남성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세 번째 이유는 공약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출마때부터 여성친화적인 대통령을 약속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전임 대통령이 여성이지만 여권신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는 국민들이 많았다. 이런 정서를 감안한 탓인지 문 대통령은 여성 유권자들과 여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챙겼다. 대선에서 여성 친화적인 행보는 빛을 발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가정주부층에서 문 대통령은 유의미한 지지율을 만들어냈다.

대통령직속으로 여권을 신장하는 위원회를 약속했고 정부 부처의 장 차관들도 여성 비율을 끌어올렸다. 당장에 모든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친 여성 정책 행보는 고무적이었다. 그렇지만 이를 바라보는 20대 남성의 시선은 곱지 않다. 남녀 차별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아니라 왜 20대인 우리에게 남녀평등의 모든 부담이 주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남존여비 사상은 버려야할 악습이다. 남아선호사상에서 비롯된 잘 못된 인식은 고질적인 성차별 문화를 양산해 왔다. 여성의 존재는 마치 남성의 부속품처럼 인식되던 시대를 우리는 거쳐 왔다. 불과 몇십년 전만해도 남성들은 가부장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밥상에서 밥을 먹을 수 없었고 남성에 비해 몇 배나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권위적 사고에 머물러 있었다. 걸핏하면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이루어졌고 각종 추행이 난무했지만 사회적으로는 쉬쉬하는 환경이었다.

여성들은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도 큰 제약을 받았고 차별을 받았다. 고위직은 대부분 남성들의 독차지였고 여성은 ‘유리천장’의 현실 앞에 고개를 떨구어야만 했다. 그런데 남녀를 차별하는 그릇된 인식은 주로 기성세대로부터 비롯되었다. 남녀 역할에 대한 교육도 잘 못되었고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작정한 지도자들의 리더십도 고장 나 있었다.

그런데 20대 남성들은 왜 불만일까. 양성평등에 대한 제도적 현상이 지금 20대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배려, 양성 평등에 대한 정책 등은 반드시 있어야하지만 주로 20대를 향하면서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금의 20대는 1990년 이후 출생했다. 이들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시기에 아들을 강조하거나 딸을 차별하는 사회적 환경은 아니었다.

오히려 딸을 선호하고 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자층으로 많이 유입될수록 건강한 사회 그리고 비리 없는 문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높아질 정도였다. 특별대우를 받지도 않은 20대 남성의 입장으로 양성평등에 대한 정책은 오히려 ‘역차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군 복무로 ‘학력단절’ 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혐(여성에 대한 혐오)’, ‘남혐(남성에 대한 혐오)’으로 얼룩지며 갈등의 희생자가 되는 처지를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 5.)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14일 실시한 조사(전국501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5.7%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20대 남녀 사이의 인식 차이는 놀라운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한 남성 전체의 긍정 의견은 43.7%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에 여성은 77.5%로 절대적인 찬성 응답이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남녀 간 차이가 있지만 20대는 극명했다. 20대 남성은 전체 연령대에서 26.2%로 긍정 의견이 가장 낮았다. 사실상 동의하지 못한다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20대 여성은 91.5%로 절대적 찬성이었다. 남녀 사이의 의견 차이가 무려 약 70%포인트 가까이 된다(그림5).

젠더(성) 갈등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혈기 왕성한 20대 남성의 입장에서 볼 때 법의 취지와 목적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대 남성은 현 정부가 성평등 관련 정책을 주도해가는 방법에 대해서 결코 충분히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20대 지지율이 하락하던 지난 1월 초에 실시한 조사 결과다. 지금은 부정적인 의견이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림 6.)
글로벌리서치가 한겨레21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지난 1월 23~25일 실시한 조사(전국2000명 온라인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2%P 응답률35.9%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았다. 전체적으로 52.4%가 긍정 의견으로 나타났다. 남성도 50.9%로 긍정 의견이 절반이나 되었다. 그런데 이런 조사 결과 중에 20대 남성은 달랐다.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20대 남성 평가는 긍정이 38.6%, 부정 34.1%로 별로 차이가 없었다(그림6). 조사 시점이 올 초 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대 남성의 이탈은 연초부터 예견된 결과다. 양성평등에 대한 상당 부분을 20대 남성이 감당해야 한다면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20대 남성이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이유다.

젠더(성) 이슈는 해 묵은 과제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왜냐하면 성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아기 스스로 남자일지 여자일지 선택하지 못한다. 자의에 의한 결정이 아닌 일로 사회적 지위나 존재감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뿌리 깊은 유교적 전통에서 비롯된 남녀차별이 아주 최근까지 아니 현재도 사라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대한 빨리 양성평등이 이루어져 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성 평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들이 충돌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기성세대들이 뿌려 놓은 성 차별적 인식이 20대 남성과 여성 사이에 ‘빅뱅’같은 갈등으로 부각된다면 잘 못된 일이다. 비난과 각성을 해야 한다면 남존여비에 찌들고 여성들을 마치 남성들의 도우미처럼 인식했던 기성세대들 특히 선배 남성들이 감당해야할 몫이다.

20대 남성이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이유는 기성세대 남성에 대한 원망으로 읽힌다. 기껏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외쳐 놓고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껴안는 장면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학력단절’이 현실이지만 군 가산점 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특수학기제(군에서 1학기를 수강하는 제도로 복학하면 이수학기로 인정받아 조기 졸업하는 제도)에 대한 여성계의 반발을 납득하기가 쉽지 않은 20대 남성이다. 아무런 보상없이 취업 전선에 내몰린 20대 남성의 서운함을 이해할만 하다.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최근 20대 남성들의 인식은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크게 차별받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여성쪽을 향한 양성평등 정책은 그들에게 ‘역차별’로 보이기 십상이다. 바로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들이다.

20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들춰서 갈등을 유발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나 모든 행동엔 이유가 반드시 존재한다. 기성세대들이 뿌려놓은 성 차별적 인식의 여파로 20대 남녀 사이에 갈등이 조장된다면 안 될 말이다.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충돌은 우리가 만든 것이고 기성세대 특히 ‘양성 불평등’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린 남성들이 반성해야할 부분이다. 20대는 꿈과 희망으로 무럭무럭 자라나야할 세대다.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 구조적 모순을 서로에 대한 공격과 증오로 이어지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어른들이 뒷짐 지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 정부도 나서야 한다. 20대의 기대와 희망의 상징인 ‘큰 어른’이 지금 나서야 할 때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