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회의에서 손 맞잡은 트럼프와 시진핑, 극단적 대립은 피해

기존 중국 '제조2025 계획'에 큰 변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

美, 협상 진전 없을 때는 관세율 10%에서 25%로 인상 계획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문가칼럼=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무역전쟁의 당사자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간 정상회담은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두 정상간의 만남은 향후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을 가름할 분수령이자 바로미터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일정 부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같은 예상대로 미중은 12월 1일(현지시간) 극단으로 치닫던 갈등을 임시봉합하고 핵심 쟁점에 대한 부분은 향후 90일이라는 기한 동안 추가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데 합의했다,

이는 현재 무역전쟁의 핵심쟁점으로 꼽히는 비관세 장벽, 기술 절도, 강제적 기술이전, 지식재산권보호 등에 관한 사안들이 협상테이블에 90일 동안 추가로 놓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사안 모두 민감한 것이어서 확실한 합의에 도달할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미국은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경우에는 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절대로 안심할 수 있는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신(新)냉전으로 불릴 만큼 격했던 양국의 긴장이 그나마 완화되었다는 점은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는 쌍수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중국이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의 농산물을 즉시 구입하는 등 중국측이 일정부분 양보하는 선에서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역시 이런 분위기를 국내 정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해 회담이 잘 이뤄졌고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언급을 통해 국내 지지 기반을 의식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또한 미국이 중국에 쉽게 속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함께 중국의 양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이번 회담의 결과를 들여다보면 결국 시진핑은 급한 불을 끄고 시간을 벌기 위해 미국산 농산물, 에너지, 산업 제품 등을 구매해주는 '선물카드'를 쓴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카드는 효과를 발휘해 트럼프대통령으로부터 타협을 이끌어내는 지렛대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기술력을 높이려는 ‘제조 2025’ 정책에 대해 타협이 불가능할 정도로 트럼프나 미국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그같은 타협을 만들어낸 셈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지속될 경우, 중국의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해보이는 만큼 서둘러 해결책을 찾으려는 시진핑 주석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를 가져올 이라는 전망이 실제로 우세한데다 이미 중국 경기는 하방 압력이 큰 상황이어서시진핑의 지도력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중국은 미국의 패권을 어느정도 인정해주면서 체면을 살려주는 쪽으로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의 중앙경제공작회의와 양회(兩會)를 꼽을 수 있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매년 12월 중에 개최되며 내년도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대회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의 내년(2019년)도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점을 우선 감안해야 한다.

그후에 90일간의 미중간 임시휴전 기간동안 시진핑 입장에서는 세율 인상을 피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즉 '양회' 개최기간이 내년 3월인 점을 감안한다면 양국의 협상이 종료되는 시점에야 양회가 개최되는 것이므로 이번 90일의 휴전기간이 시진핑에게는 부담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로 중국이 기존의 제조2025 계획을 전면 수정해 일부 달성 목표를 10년 늦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흐름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즉 '제조2025'가 아닌 '제조2035'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WSJ(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중국이 제조2025의 대안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기사를 통해 그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중국이 중국기업의 시장 점유율에 관한 목표치를 포기하게 된다면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는 기술 이전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이같은 제조2025 계획의 포기가 아닌 수정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중국이 실행해오고 있는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건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다 그것이 불공정 무역관행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목해온 미국 입장에서는 수정안에 대해 유불리를 철저히 따져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 중국 화웨이의 부회장이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사건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건과 관련해 미국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이목을 모았다. 트럼프는 또한 중국과의 협상이 미국 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하며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결국 중국의 제조2025에 대한 압박카드용으로 화웨이 부회장 카드를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90일간의 임시휴전은 말 그대로 휴전일 뿐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중요한 것은 향후 양국의 협상테이블에서 어떠한 논의들이 이뤄지고 또 어떤 결과물이 튀어나올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무역전쟁은 단순히 무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외교·안보 등이 모두 혼재된 일종의 '글로벌 헤게모니 경쟁'으로 보는 것이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도 향후 미중 협상의 진척 사항과 트럼프와 시진핑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밖에 없다. 미중 G2의 헤게모니 경쟁이 펼쳐지는 와중에, 한국은 양자간 싸움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틈새시장 등 아주 작은 기회라도 활용하려는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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