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보다는 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 접근…가벼운 캐주얼 게임 출시 기회

타 산업 대비 적용 기준 관대한 게임산업은 블록체인 성공 가능성 높아

"정부 규제 필요성 어느 정도 이해하나, 절대악으로 몰아넣는 것은 잘못"

권용길 네오플라이 대표. 사진=네오플라이 제공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블록체인을 보면 과거 모바일 게임 시장과 비슷했다. 회사 내에서는 (블록체인을) 하지 말아야 될 이유 100가지를 들어가며 반대했다. 그들과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이제 공감하는 수준까지 왔다. 쉽지 않았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 때, 기존 플랫폼 회사들이 유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권용길 네오플라이 대표가 10일 게임회사인 네오위즈에서 블록체인에 진출하기 과정까지 험난한 길을 털어놨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암호화폐 광풍 속에 몰아넣은 블록체인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역사상 가장 우아한 사기라는 말부터 4차산업혁명으로 이끌 새로운 기술이라는 말까지 극과 극으로 달리는 블록체인은 아직도 기술과 경제적 가치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중이다.

국내에는 네오위즈 말고도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소위 3N으로 칭해지는 대형 게임사들이 있다. 하지만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3N들은 블록체인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접근 역시 신중하게 다가가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이 가진 기술적인 가치가 게임과 접목 시 어떠한 시너지가 날지 아니면 어떠한 리스크가 등장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네오플라이, 코인보다는 차세대 게임 플랫폼으로 접근

UDC(업비트개발자콘퍼런스) 2018에서 강연 중인 권용길 네오플라이 대표. 사진=업비트 제공
권용길 대표가 본 게임과 블록체인의 결합은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다. 블록체인(플랫폼)은 활성화된 이용자를 바탕으로 게임(콘텐츠)을 출시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쉽게 모바일 플랫폼에서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처럼 게임을 내놓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게임업계의 흥망성쇠를 경험한 그가 보다 쉽게 설명했다. 권 대표는 "과거 피망과 같은 게임 포털이 게임업계의 핫 브랜드로 떠올랐다. 이용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영화도 누렸다"라며 "하지만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패러다임이 변경됐다. 블록체인도 그런 기회와 위기가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연구개발 중인 분야가 라인, 카카오 등 국내외 굴지의 플랫폼 회사들이 개발 중인 블록체인 플랫폼과는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네오플라이는 순수히 플랫폼 안에서 구동되는 콘텐츠 개발을 주요 목적으로 삼았다. 네오위즈가 보유한 수 많은 게임 중 블록체인 플랫폼에 적합한 게임을 찾아 연결해보면서 새로운 게임 개발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현 블록체인 플랫폼에 적합한 게임 장르로 권 대표는 가벼운 캐주얼 게임을 선정했다. 가볍고 쉬운 게임을 시작으로 점차 코어한 게임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과거 맥(MAC)에서 구동된 스타크래프트의 사례를 들며, 블록체인 역시 플랫폼 내 게임 콘텐츠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용자가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블루오션이다.

실제 이오스 플랫폼 내 출시한 이오스나이츠는 주요 이용자가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다. 심지어 게임조차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도 이오스나이츠를 플레이 중이다.

이는 이용자들이 콘텐츠가 극히 적은 이오스 플랫폼 내에서 게임 콘텐츠라는 큰 범주에서 보다 쉽게 접근한다는 뜻이다. 권 대표는 이런 부분을 관심 깊게 지켜봤다. 지나온 게임 플랫폼 시장과 완전히 닮은꼴이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퀄리티보다는 일단 누가 먼저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네오플라이도 블록체인 게임 연구를 하고 있다"며 "블록체인은 위기이자 기회라는 내부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큰 회사들은 블록체인 플랫폼 진출에 퀄리티 다운그레이드에 망설이게 된다"면서 "구성원이 공감하지 않으면 쉽게 진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게임에 보다 관대한 블록체인 기술…비교적 느슨한 무결성 이점까지

UDC(업비트개발자콘퍼런스) 2018에서 강연 중인 권용길 네오플라이 대표. 사진=업비트 제공
권 대표는 블록체인이 게임 플랫폼으로 적용할 때 또 다른 이점으로 느슨한 무결성을 들었다. 기존 자동차, 제약 등 생명과 관련된 산업에서 블록체인은 트랜잭션 부분의 완벽한 무결성이 필수적으로 따랐다. 이런 기존 산업에서는 트랜잭션의 무결성이 뒤따르지 않으면 인명사고를 초래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제약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게임에서 적용된 블록체인은 달랐다. 이용자가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지 못하더라도 단지 CS(고객만족)적인 측면에서 문제로 다가올 뿐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용자가 게임 아이템 결제를 했는데 들어오지 않은 상태일 뿐이다. 권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1000개 중에 하나 수준으로 나타나는 이런 문제는 게임사들이 보유한 CS 역량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블록체인 플랫폼의 발달로 이런 부분도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게 권 대표의 지론이다. 현재 표본 1000개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이런 부분은 10만개, 1000만개 수준으로 늘어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최근 권 대표는 런던에서 그런 부분에서 10만분의 1, 100만분의 1 수준으로 줄인 프로젝트를 살펴봤다. 이런 수준으로 발달한다면 블록체인은 무결성 부분에서도 게임 플랫폼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UDC(업비트개발자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레이팅 타임(지연시간)도 168초(이오스 기준)에서 더욱 줄일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레이팅 타임은 암호화폐의 실시간 가치 변동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블록체인이 아직까지 미완성 상태의 플랫폼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연구개발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하는 정부의 규제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언급했다. 권 대표는 "암호화폐에 부작용이 있으니까 정부의 규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또 개인적으로 일정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하지만 블록체인의 장점 중 하나가 암호화폐를 통한 발달의 가속화다. 이분법적으로 암호화폐를 절대악으로 몰아넣는 규제는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권 대표의 지론을 종합하면 게임과 결합한 블록체인은 차세대 플랫폼으로 충분한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권 대표는 "굉장히 초기인 블록체인 산업은 원시적인 웹페이지 게임과 단순한 모바일 게임류가 조금씩 등장하는 1세대 게임 시장이다"라며 "결국 블록체인은 다이내믹하고 인터랙티브한 게임이 더욱 등장해 기존 모바일 게임에서 봤던 성장 절차를 그대로 밟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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