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행 법무법인 동안 대표 변호사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된 한반도 평화는 '대동강'과 '한강'을 거쳐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야만 한다"
 

법무법인 동안 조민행 대표 변호사.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조민행 법무법인 동안 대표변호사] 추석 황금 연휴가 끝났다. 이번 추석 식사자리에서 최대 화제는 단연 북한산 송이버섯이 아니었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한 송이버섯 2톤 말이다.

문 대통령은 고령자 위주로 선정한 '미상봉' 이산가족 4000여명에게 500g씩 송이를 전달했다. 고향이 그리워도 가지 못하고, 이산가족 상봉도 못한 분들에게 이 선물은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송이 선물도 감동적이었지만 올 추석 최고의 선물은 남북 정상이 8000만 겨레에게 건네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19일 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들을 상대로 강렬하면서도 감동적인 연설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음날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오른 두 정상은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8000만 겨레에게 평화와 번영을 약속한 두 정상은 천지 앞에서 굳게 맞잡은 두 손을 높이 쳐들었다. 이 사진을 보고 필자는 이제 한반도 분단체제가 사실상 끝났음을 직감했다. 우리 민족에게 백두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음의 고향이다. 백두산 천지는 우리들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서 신화와 전설을 이야기하고, 무한한 상상력과 영감을 제공하는 민족적 자아의 원천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두 정상이 손을 굳게 맞잡은 그 순간 남북한 화해와 협력은 단순한 국내, 국제 정치문제를 뛰어넘었다. 남북 화해 협력은 정파성을 넘어 민족 대 반민족의 문제가 됐고, 바로 이 순간 남북은‘돌아오지 못하는 점(the point of no return)'을 넘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본격 진입했다. 추석 연휴기간 발표된 방송 3사의 여론조사에서 평양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국민 10명 중 8명가량이 긍정평가하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서도 놀랍게도 90%에 육박하는 찬성률을 보였다.

역사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속도로 진행하지만, 이따금 성큼성큼 걷기도 한다. 올 봄 이후 한반도에서 새롭게 쓰이는 역사가 그러하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때 충분한 논의를 했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시기에 대해서는 "연내에 (개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남북문제를 유리그릇 만지듯 조심스레 접근하던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자심감을 내보이며 2차 북미정상회담 연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참석차 유엔 본부로 들어가면서 기자들에게 "매우 가까운 장래"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연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종전선언,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물론 북한과 미국 사이에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등도 논의될 것이다.

필자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으로서 지난 9월 11일부터 사흘 동안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했다. 개최국인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할트마긴 바툴가 몽골 대통령이 참석했고,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 대신 이낙연 총리가 자리를 함께 했다. 푸틴 대통령은 외교 경로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참석을 요청했으나 김 위원장의 참석은 결국 불발되었고 김영재 대외경제상 등 대표단 7명이 머리를 맞댔다. 올해 종전선언이 이루어져 내년 블라디보스토크 제5차 '동방경제포럼'에는 남북 정상이 나란히 참석해 한반도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한편 남북정상은‘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를 언급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하여 자신의 트위터에서 “매우 흥미진진하다(very exciting)”고 하였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남북이 2032년 올림픽을 공동 유치한다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노력이 2032년 하계올림픽으로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완성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화답하였다.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가 성사된다면 이는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확고히 구축되었음을 선언하는 세계사적인 의미를 갖는 사건이 될 것이다.

추석 연휴가 끝났다. 추석은 흩어진 가족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산 자들의 명절이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후손이 이미 세상을 떠난 조상들과 만나는 통공의 시간이기도 하다. 한반도는 지금 불가역적인 민족 대화해와 협력의 신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사태 전개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만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다.

1910년 국권 상실 이후 한반도와 중국, 연해주, 중앙아시아는 물론 일본, 사할린, 남양군도에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인들,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피 흘린 선배들의 목말을 타고 우리는 지금 남북 공동 번영과 평화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만들어낸 역사와 시대의 대전환이다. 힘겹게 새로운 길에 들어선 만큼 절대로 물러서서는 안된다.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된 한반도 평화는 '대동강'과 '한강'을 거쳐 드넓은 바다로 나아가야만 한다.

■ 조민행 법무법인 동안 대표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근무했고, 사법시험도 통과해 현재 법무법인 동안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중이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남북 분단시대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세계를 여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돼 남북경협과 북방경제협력이 본격화되는 날을 꿈꾸는 '실천적 이상주의자'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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