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택 한경대 전임연구교수 "코딩 교육은 재미를 성공과 기회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디딤돌이자 징검다리가 될 것"

이준택 한경대 전임연구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이준택 한경대 교수] 코딩이란 C언어, 자바, 파이선, 등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주어진 명령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입력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프로그래밍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분석 및 활용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변하는 모든 것이 ICT(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되기에 코딩은 현 시대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로 쓰인다. 수많은 직업과 직무가 컴퓨터와 자동화 시스템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지식과 해결 능력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선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에 더욱 공을 들여야만 한다.

마이크로스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 드롭박스의 설립자 드류 휴스톤 등 전세계인이 사용하는 IT 서비스와 제품을 만든 이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코딩의 개념을 배우고 일찍이 프로그래밍을 해 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어릴 적 경험은 그 사람의 미래를 좌우하기도 한다. 어릴 적 놀이처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즐긴 아이가 총 자산 852억달러의 자산가가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속된 말로, 길거리에서 5만원을 줍는 것이 더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시간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빌 게이츠. 주목할 점은 빌 게이츠가 유년 시절의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 바로 프로그래밍, 즉 코딩이라는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가 되려면 반드시 소프트웨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 여러 대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은 코딩을 배워야 합니다"라면서 "코딩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하면 어떤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코딩을 하면 뇌가 기계처럼 전산화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말일까? 인간의 뇌가 인공지능 ‘알파고’마냥 작동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발전시켜나갈 수는 있다.

교육 방법으로서의 코딩은, 스스로 생각을 할 수있도록 도와주며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력, 논리적 사고를 기르게 해주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코딩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접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도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다.

해외 각국은 이미 코딩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시켜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교육을 시작해, 2019년부터는 초등학교 5,6학년까지 확대시킬 예정이다. 재미있는 점은 코딩이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되니 관련 학원과 같은 사교육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성적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은 이미 이러한 기관에서 자녀를 교육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딩을 가르치는 범위가 모호하다는 생각도 든다. 교육계에서 생각하는 코딩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여러 사교육 기관들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그 언어를 구현하는 도구를 배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히 도구는 중요하다. 상상을 실현시키는 데는 도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코딩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단계 중 구현 단계에 속한다. 코딩 이전에 원하는 프로그램의 그림을 그리고 순서도(플로우차트)를 만드는 단계가 있다. 코딩은 어찌 보면 그 순서도를 컴퓨터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 단지 언어를 가르치고 도구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기엔 부족하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아이에게 드로잉 북과 연필을 줬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드로잉 북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연필을 쥐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비싼 학원에 보내어 탄탄한 기본도 쌓아주었다. 이제 아이는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구도의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높은 점수를 받아온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입시 미술에 성공해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을 예술가라 부르지는 않는다.

그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넘쳐나고, 기초는 탄탄하나 몰(沒)개성적이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어릴 적에 게임을 만들었지 프로그램 언어를 주입받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교육시킬 때 반드시 챙겨야할 것이 있다.

바로 ‘재미’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는 질문하지 않고, 의문을 갖거나 드러내지 않는 것에 길들여졌다. 학생들은 답이 정해진 수학문제는 잘 풀면서, 정답의 유무가 불명확하거나 복합적인 문제에는 대체적으로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질문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사실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또한 그렇게 교육시킨 기성세대의 잘못도 역시 크다. 1등의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등의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1등의 마인드는 재미에서 비롯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데니스 홍(로봇공학자, 미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의 대담에서 데니스 홍은 의미있는 시사점을 던져준 바 있다. “지금처럼 교사가 컴퓨터에 입력할 언어들을 던져주고, 아이들이 그걸 받아 넣어 결과를 내면 끝나는 식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한계가 있다"고 그는 질타한다. 기계적인 교육 방식에는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데니스 홍은 '재미'에 일가견이 있는 듯 하다. 데니스 홍은 “내가 소장으로 있는 로멜라 로봇연구소에는 밤낮 할 것 없이 학생들이 북적거리는데, 그게 약속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재미있기 때문"이라며 "재미가 있으면 열정이 생기고 그 다음에 탐구력, 창의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라고 강조했다.

리더는 성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꿈과 직업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둘은 같을 필요가 없다. 꿈은 꿈으로서 가치가 있고 직업은 직업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굳이 둘을 묶어 둘 사이를 저울질하지 않아도 된다. 이 둘 중 어떤 것에 더 집중할 것인가는 아이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창의력을 펼치길 바란다면, 성적이나 학교에 좌우되지 말고 재미있어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주는데 더욱 힘을 써야 한다. 창의력의 출발점은 바로 재미다. 여러분이 흥미와 재미라는 스타트 라인에 제대로 섰다면 그 다음은 몰입이다. 특히 코딩 교육은 재미를 성공과 기회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디딤돌이자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 이준택 한경대학교 전임연구교수 프로필

성균관대에서 이동통신공학 공학석사를 취득하고 광운대학교에서 경영정보시스템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아시아 최초의 정보보안과 물류보안분야 국제표준기구(ISO/IEC) 선임/검증 심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킹이나 정보보안 관련 저서를 다수 출간할 정도로 정보 보안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스마트국방과 스마트팜의 풍부한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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