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이터로 분석한 김병준 카드의 성공 여부는 3가지에 달렸다"

지지율,공천 시스템, 보수 이미지 복원이라는 3대 장애물을 극복하지못하면 한국당 김병준號 위기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국민 스포츠인 야구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등장하는 인물이 구원투수다. 가까스로 이기고 있는 경기를 마무리 짓거나 마지막 반전 기회를 갈망하며 등장한다.

미국 정치사의 한 획을 그어왔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1974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탄핵 위기에 내몰렸다. 공화당 지지층의 지지율은 50%를 넘었지만 이미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후였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은 더 이상 미국 국민들의 리더가 아니었다. 탄핵되기 직전에 닉슨 대통령은 사임을 선택했다. 사임은 닉슨의 몰락뿐만 아니라 미국 공화당의 붕괴였다.

포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지만 불과 2년 뒤인 1976년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아주지사 출신의 남부 풋내기 정치인 카터에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공화당은 닉슨의 무너진 도덕성에 발목을 잡히며 허우적거렸다. 카터 대통령이 대외 관계에 문제점을 보이며 흔들렸지만 공화당을 구원할 메시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때 공화당 구원의 희망으로 떠오른 인물이 로널드 레이건 당시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다. 밑바닥까지 주저앉은 미국 보수 유권자들은 환갑이 훌쩍 지난 무명 배우에 열광했다. 레이건은 거침이 없었다. 꿈이 사라지고 정치적 희망이 날아가 버린 보수 유권자들의 ‘정치적’ 아이돌로 떠올랐다. 1980년 재선을 노렸던 카터 현직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참패를 하게 된다.

바로 미스터 스마일 레이건 공화당 후보 때문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는 파나마 출신의 마리아노 리베라였다. 불세출의 특급 구원투수였다. 하지만 리베라마저도 공화당 구원투수로 나섰던 레이건 대통령의 성공에 비할 바 아니었다. 레이건은 공화당의 메시아를 넘어서 미국 보수의 구세주가 되었다.

한국 상황은 어떨까. 지난달 13일 실시된 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결과는 여당의 압승, 야당의 참패였다. 보수의 몰락으로 진단하는 분석까지 나왔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대구와 경북외에 전 지역에서 참패했다. 역대 최악의 성적표였다. 선거 직후 자유한국당은 극도의 혼란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홍준표 전 대표는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다. 지방 선거 기간 동안 잠잠했던 친박, 비박 갈등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 이미지는 점점 나빠지는 상황이었고 김성태 권한대행의 노력만으론 수습되지 않는 상태였다. 자유한국당은 마침내 김병준 전 노무현 정부의 정책실장을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당을 구원할 소방수로 선택했다. 일종의 특급 구원투수 역할을 해 주리라는 기대로 모신 격이다. 김병준 카드는 자유한국당에 축복일까, 저주일까. 김병준 구원투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할지 아니면 날개 없이 추락하는 상황에 빠질지는 3가지에 달렸다. 정당 지지율, 공천 시스템, 보수 이미지다.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넘어야할 첫 번째 산은 지지율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자유한국당의 문제는 낮은 지지율이었다. 선거에 나가는 후보들의 기초 체력은 정당 지지율이다. 정당 지지율이 턱없이 부족한데 후보들에게 선거에 나가서 장렬히 잘 싸우기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20% 지지율을 넘기기 힘든 모습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50%를 넘나들었다. 자유한국당과는 거의 30%포인트 가까운 차이였다. 홍 전 대표는 여론조사 부정확성을 강변했지만 투표 결과는 예외가 없었다. 지방선거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율에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막말 논란으로 선거 현장의 지원 요청조차 외면당했던 홍 전 대표가 전면에서 사라졌지만 자유한국당을 향한 국민들의 평가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

현역의원도 아니고 개인적인 정치 조직이 당내에 만들어져 있지 않은 김 비대위원장이 기댈 곳은 지지층들의 평가다. 김 비대위원장에 대한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지난 17일 실시한 조사(전국1016명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 응답률5.2%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김병준 교수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얼마나 적합한지’ 물어본 결과 ‘적합’이라는 의견 31.5%, ‘부적합’ 응답은 31.1%로 긍정과 부정이 팽팽하게 나타났다.

보수 성향이 강한 60세 이상에서는 적합 의견이 40%대 중반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보수층에서 ‘적합’의견이 47.5%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크게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당의 성적표인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 중 지난 지방선거 한달 전과 지방선거 직후 그리고 김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를 비교해 보자. 지방선거 약 한달전 조사(2018년 5월 2~3일 전국100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더불어민주당 55%, 자유한국당 12%, 바른미래당 6%, 정의당 5%였다. 더불어민주당과는 40%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있다.

지방선거 직후 조사(2018년 6월 14일 전국1007명 응답률15% 나머지 개요는 지방선거 한달전 조사와 동일)에서 정당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56%, 자유한국당 14%, 정의당 8%, 바른미래당 5%였다. 여전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격차는 40%포인트 이상이다.

지방선거로부터 약 한달후의 조사(2018년 7월 17~19일 전국1002명 응답률14% 나머지 개요는 지방선거 한달전 조사와 동일)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8%, 자유한국당 10%, 정의당 10%, 바른미래당 6%로 나타났다. 지방선거로부터 한달이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약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올라가지 못했다. 반면에 의석수에서 고 노회찬 의원까지 포함하면 6석에 불과한 정의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같다.

김 비대위원장은 현역 국회의원도 아닌데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 출신도 아니므로 계파도 없다. 결국 혁신비상위원회를 운영하는 동력은 지지층의 후원이다. 김병준 카드에 대한 평가는 지지율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적어도 연말까지 지금보다 10%포인트 더 많은 수준의 지지율을 추가확보하지 않으면 리더십이 흔들리게 된다. 김병준 카드가 성공하려면 최우선적으로 지지율의 산을 넘어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이 넘어야할 또 하나의 산은 공천 시스템이다.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자유한국당 혁신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야구로 비교하면 구원투수지만 병 치료로 비교하면 자유한국당의 폐부를 도려내야하는 수술 집도의 격이다. 2014년 지방선거를 필두로 2016년 총선의 공천 파장, 그리고 2017년의 대통령 탄핵까지 보수 정당은 초토화되는 길을 걸어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이 보수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고 보수층을 등 돌리게 한 계파 갈등이었다. 많은 유권자들은 계파 갈등을 건전한 노선 투쟁으로 보지 않고 밥 그릇 싸움으로 보았다. 지난 총선 직후 새누리당은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국민백서-국민에게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한겨레 2016년 7월 17일자 기사).

전문분석기관에 의뢰해 서울, 부산, 경남, 울산 지역의 표적집단면접조사(FGI)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진단한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조사를 실시한 지역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가 탈락한 곳이다. 새누리당은 당시 백서에서 패배 원인 중 계파 갈등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그 외에도 불통, 자만, 무능, 공감부재, 거짓 쇼로 원인을 짚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거의 고쳐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백서는 백서일뿐 당의 혁신 동력으로 녹아들지 못했다. 이 백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제시하고 있다. ‘담배값 인상,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등 정책 추진에 일방적인 의견을 관철하려는 청와대 아집에 국민은 점차 마음을 닫게 되었고 대통령 눈치만 보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새누리당의 무능함에 국민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사실상 청와대의 몰락을 예상하고 있는 내용이다.

김 비대위원장 체제가 출항하기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놓고 자유한국당내 계파 갈등은 수면위로 부상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계파 갈등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첨예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김 위원장이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한다면 희망적인 기대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계파 갈등의 후유증은 지방 선거 이후 정당 지지율에도 감지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최후의 보루로 지킨 곳은 고작해야 대구와 경북 정도다.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세대간 대결이 뚜렷한 현상에서 60세 이상은 그래도 지지층으로 남겨두고 있는 정도다. 그렇지만 지방선거 패배이후 계파 갈등에 매몰된 지지층의 반응은 냉랭하다. 선거 직후 실시된 조사(한국갤럽 6월 14일)에서 대구경북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30%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33%)과 거의 차이가 없다. 60대 이상 지지율은 27%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다른연령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계파 갈등으로 점철된 지방 선거 이후 한달동안 민심은 더 싸늘해 졌다. 지방선거 약 한달후 조사(7월 17~19일)에서 대구경북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2%로 약 8%포인트 하락했다. 60대 이상 지지율도 21%로 하락하며 더불어민주당과 2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인다. 역대 보수 정당이 60대 이상 지지율에 이처럼 열세였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될 정도다.

김 위원장은 어느 한쪽 계파를 편들 수도 없다. 만약 특정 계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자유한국당은 과거 어느때보다 더 지독한 계파 싸움의 전쟁터로 돌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들은 당의 깊은 반성과 넓은 책임을 원하고 있다.

계파 갈등이 지속된다면 지지율 상승은 고사하고 김 위원장의 비대위 체제마저 급류에 떠내려가고 만다. 계파 갈등을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느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데 있다. 지난 총선 공천 파장은 선거 패배의 원흉으로 꼽힌다. 현재도 변함없이 마찬가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득권 정치의 벽을 부수는 공천 시스템을 탄생시켜야 비대위가 비빌 언덕이 만들어진다.

정치 신인, 여성, 사회적 약자가 국민의 대표로 발탁되는 열린 공천 시스템, 공정한 공천 시스템, 자유한국당의 구성원들간 숙의를 통해 만들어진 공천 시스템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격랑 속에 놓인 자유한국당에 합류한 김 비대위원장은 반드시 공천 시스템이라는 집채만 한 파도를 넘어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이 마지막으로 넘어야 하는 산은 '보수 이미지 복원'이다. 다른 말로 재해석한다면 보수 결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으로 보수 공간은 많이 위축되었다. 탄핵 국면이후 최근까지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그 이전과 비교할 때 보수층이라고 응답하는 국민들의 숫자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보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내키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총선이 있기 전인 2016년 한국갤럽의 자체조사(1월 5~7일 전국1021명 응답률23% 나머지개요는 지난 지방선거 한달전 조사와 동일)에서 정치적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숫자는 전체 1021명 중 320명이었다. 진보라는 응답은 240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17~19일 조사에서 보수라고 응답한 숫자는 231명으로 1년 반전과 비교할 때 90여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진보라는 응답은 354명으로 100여명 이상 더 늘어났다.

보수층들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더 큰 변화는 다수의 중도층이 진보층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보수 이미지가 나빠진 부분이 한몫했다. 중도층은 진보나 보수 쪽으로 옮겨갈 개연성이 높은 계층이다. 진보적 성격이 있는 중도층은 쉽게 진보쪽으로 옮겨간 반면 보수성이 있는 중도층은 제자리를 지킨 셈이다.

나빠진 보수 이미지 탓에 쉽게 옮겨가지 못하는 이유가 크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보수 기반은 최근 들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제대로 보수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당으로 평가받는 이유로 풀이된다. 지방선거 직후 조사(한국갤럽 6월 14일)에서 보수층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46%였다. 전체 지지율은 낮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에서 경쟁력을 가까스로 유지한 모습이다.

하지만 지방선거 한달여 지난 시점(7월 17~19일)의 조사에서 보수층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2%로 곤두박질 쳤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에도 자유한국당은 보수층으로부터 외면당한 결과로 풀이된다.

본인 스스로도 이념 정체성에 대해서 공격받고 있는 김 위원장이 복원해야 하는 보수층의 현주소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을 맡았기 때문에 보수층으로부터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받기도 한다. 아무리 이념 논쟁이 해묵은 그리고 비생산적인 프레임이라 하더라도 정작 선거에서 후보자를 선택할 때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 위원장이 반드시 회복 시켜 놓아야할 과제가 보수 이미지 앞에 놓여있다. 무너진 보수 이미지가 회복된다면 보수 결집도 가능한 이야기가 된다. 기득권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에 대한 보수층의 기대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 카드가 우려를 넘어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보수 결집, 보수 이미지 복원은 반드시 넘어야할 또 하나의 과제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에 금자탑을 세운 특급 구원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는 많은 우려의 시선을 받으며 뉴욕 양키스 마운드를 밟았다. 뉴욕 양키스는 이른바 ‘국민’ 야구팀이다. 웬만한 실력과 배짱 없이는 팀 안과 밖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기 어렵다. 미국 국민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기억하는 야구영웅 베이비 루스도 ‘양키스맨’이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도 잠깐이지만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다. 양키스 팀의 유니폼에는 선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다.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전통이 있어 그렇다고 한다. 미국 프로야구계를 주름잡은 전설의 구원투수 리베라도 등번호만 달고 뛰었다. 물론 유니폼에 이름은 새기지 못했다. 19 시즌 동안 거둔 구원승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대기록으로 예언한다.

파나마 출신의 애송이 투수가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된 비결이 무엇일까. 한결같은 투구 능력으로 팀 동료뿐만 아니라 양키스 팬들의 신뢰를 쌓았다. 팀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상황에서 리베라는 냉혈한에 가까울 정도의 침착함을 선보였다. 특히 타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치기 힘든 볼을 던지는 투수로 변신했었다. 양키스에 리베라는 성공을 가져다 주는 보물이 되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은 어떤 구원투수로 평가받고 마운드에서 내려올까. 김 위원장은 리베라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다. 선거에 참패했고 보수 기반은 붕괴되었다. 자신을 둘러싼 구설도 문제지만 어렵게 발탁한 혁신비대위원들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유방에 쫓기는 항우 병사들이 싸울 기력마저 상실해 버리는 사면초가의 상황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의 혁신비대위가 특급 구원투구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개의 산은 넘어야 한다. 올해 연말 또는 연초까지 당의 지지율이 현재보다 10%포인트 더 많은 20%대 지지율로 안정적 진입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계파 갈등에 찌든 당의 모습을 쇄신하기 위해 한국정치사에 길이 남을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확립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공간이 급격히 축소된 보수 이미지를 탈바꿈시킬 과제를 잘 수행해야 한다.

테니스로 유명한 영국 윔블던에는 아래와 같은 시 구절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모두 32행으로 구성된 내용으로 영국의 세계적 시인인 키플링이 열 두 살 나이의 아들에게 주려고 쓴 시라고 알려진다. ‘모든 사람이 이성을 잃고 너를 비난해도/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모두가 너를 의심할 때 자신을 믿고/그들을 감싸 안을 수 있다면/네가 말한 진실이 악인들 입에 왜곡되어/어리석은 자들을 옭아매는 덫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후략).

’ 김 위원장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며 레드카펫이 깔린 꽃길은 결코 아니다. 아무리 추대되었다고는 하나 선택은 오롯이 김 위원장의 몫이었다. 자유한국당도 기로에 서 있지만 ‘한번 해보겠다’고 나선 김 위원장 평생의 명예와 정치적 욕망도 3개의 산에 달려있다. 김 위원장이 3개의 산을 제대로 정복할지 회한의 하산길에 나서야할 지 드라마는 이미 시작됐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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