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이번 선거는 세 남자가 함께 만들어낸 드라마다"

세 남자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통령 지지율, 늘 높을 수 있나"-"홍준표 전 대표 탓만 할 수있나"-"김정은 위원장 변수 만만찮아"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제 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여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선거일 이전부터 선거여론조사는 여당의 우세를 점쳐왔다. 방송 3사(KBS, SBS, MBC)는 ‘깜깜이 기간’에 들어가기 직전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교육감 그리고 전국 12곳의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 판세를 발표했다.

광역단체장은 대구, 경북, 제주를 제외하고 민주당 강세로 나타났다. 교육감 선거는 현직에 있는 후보 또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우세한 것으로 예측됐다. 하반기 국회 지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재보궐 선거는 11곳에서 민주당이 앞서고 나머지 한 곳은 무소속 후보가 더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일인 오후 6시 투표는 완료되었고 5시까지 집계된 출구조사 결과는 오후 6시 카운트다운과 함께 일제히 발표됐다.

출구조사 결과는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4곳에서 승리하고 자유한국당이 대구와 경북에서 이기는 것으로 예상됐다. 무소속 당선 예측은 제주도였다. 출구조사 결과는 민주당 선거 캠프에는 환호성을 가져왔지만 한국당 선거대책본부는 얼어붙는 순간이었다. 출구조사의 정확성은 이번 선거에서도 어긋남이 없었다. 개표결과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 12곳의 예측은 개표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의 참패였고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선거 막바지에 경남지사 선거는 ‘드루킹 댓글 사건’이 판을 뒤흔들 것으로 보았고 경기지사 선거는 ‘여배우 스캔들’로 혼탁해졌다. 일각에서는 예상과 다른 선거 결과를 예상하기도 했다. 선거 막판 부동층으로 옮겨간 샤이 보수 표심이 결집해 사전 선거 여론 조사와 다른 표심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개표완료 결과 예외는 없었고 변수도 없었다. 샤이보수도 투표장으로 가지 않았고 숨은 표도 없었다. 과연 무엇이 이번 선거를 좌지우지 했을까. 지방선거 결과를 좌우한 원인을 찾아보면 세 사람으로부터 답을 얻게 된다. 선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을 지배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그 다음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다. 선거기간 내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유한국당의 얼굴은 홍 전 대표였다. 지방선거 결과를 좌우한 세 번째 인물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다.

지방선거에 압승을 거둔 여당이지만 안심하지 못할 첫 번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선거 전략은 문 마케팅(Moon's Marketing)이었다. 선거의 시작에 문 대통령이 있었고 선거의 마지막에 문 대통령이 서 있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지방선거 투표율을 높이는데 추가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조사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국민 대부분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 투표율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보다 높았고 최종 투표율은 60%를 넘었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지만 투표에 대한 의지는 강력하게 유지되었다. 20대, 30대, 4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투표 의지가 낮은 경우가 많지만 이번 선거는 그렇지 않았다. 사전투표율은 지난 선거보다 2배가량으로 높아졌다. 아무리 사전투표 편의성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투표율이 2배나 뛴 것은 지난 대선이후 투표에 대한 의무감이 더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철저하게 대통령 지지율이 기본이었다. 지난 2006년 제 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야당의 압승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의 선거 완승을 이끈 배경은 정당지지율이었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바닥을 헤맸고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 후보들에게 바람막이가 되어주지 못했다. 만약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이하였더라도 이번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 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75%였다.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고작 15%에 불과했다.

소위 지지율 고공행진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이래 이렇게 높은 대통령 지지율을 가지고 정당 후보들이 선거전에 뛰어든 적은 없어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53%였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1%,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5%, 민주평화당은 1%였다. 대통령 지지층 10명 중 7명 정도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대통령 부정평가층 중에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비율은 고작 9%에 그쳤다. 결국 대통령 지지층의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인 셈이다. 여당의 높은 지지율은 대통령의 지지율 때문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 당선자들이 얻은 득표율을 보면 거의 대부분 정당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 사이에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52.8%였고 부산시장 오거돈 당선자는 55.2%였다. 전남지사 김영록 당선자는 77.1%였고 경남지사 김경수 당선자는 52.8%였다. 세종시장 이춘희 당선자는 71.3%였다. 후보자들 득표율의 흐름이 거의 닮은 꼴이다. 이번 선거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압도적인 변수였다. 사실상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 아니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문 대통령에 대한 무차별적인 투표가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조정자 역할을 했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임기 1년이 넘었지만 지지율은 내려올 줄 모른다. 이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탁월한 소통능력은 지지율 고공행진의 씨앗이 되었다. 그러나 바로 이 부분이 여당이 안심해서는 못하는 이유다. 광역단체장 뿐만 아니라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싹쓸이 결과로 이어졌다.

과연 유권자들이 개별 후보를 평가하고 투표했을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경기도의회를 구성하는 광역의원 129개 선거구에서 야당은 자유한국당 후보 1명만이 당선되었다. 128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압승을 넘어 석권이다. 후보 한명 한명을 차별적으로 평가하고 선거구 지역 특성이 반영되었다면 나오기 힘든 결과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 압승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임기 후반부에 치르게 되는 총선에서 여전히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유지한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선거는 승자의 안심과 패자의 대오각성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절대 안심하지 말아야할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대통령 지지율이다. 때로는 약이 되고 때로는 독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안심하지 말아야할 또 하나의 이유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찾게 된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홍 전 대표는 물러났다. 당의 얼굴로 선거를 진두지휘한 당 대표가 선거 책임을 지는 사례는 익숙한 모습이다. 세간의 많은 정치 평론가들이나 전문가들은 자유한국당 패배의 원인을 홍 전 대표에게로 정조준하고 있다.

그러나 홍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인물이 이번 선거를 이끌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애당초 야권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속수무책이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판세 전망이 나왔던 근본적 이유는 바로 정당지지율의 현격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0% 지지율을 훌쩍 넘기고 있는데 야당의 모든 지지율을 합해봐야 40%를 넘지 못한다. 1 대 1 대결구도라면 몰라도 야권 표심이 분산된 상황에서 당선 기대는 무리였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단 몇 개월 아니 몇 주만에 30%이상으로 끌어올릴 재주를 가진 인물은 어디에도 없다. 대표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묻긴 힘들다고 하더라도 몇 몇 지역의 부적절한 공천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선거는 공천이 반이다. 될 사람을 공천하면 당선 확률이 높아진다. 가장 어려운 선거에서 최고의 후보자를 공천했는지는 반드시 복기해야할 부분이다. 성공적인 공천보다 홍 전 대표가 더 간과한 부분은 정당지지율이다.

지지율을 높이는데 여러 가지 수단이 있다. 당의 좋은 철학, 좋은 정책, 좋은 사람은 기본이다. 선거전에 앞서 당의 이미지를 높이는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미지는 타고 나는 것보다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대선을 통해 영남권 전통 보수 세력에 대한 홍 전 대표의 영향력은 확인된바 있다. 지방선거는 전국적인 선거다. 영남권 사수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총선을 대비하고 대선을 준비한다면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나 되는 수도권을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충청권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이 지난 대선직전인 2017년 4월 18~2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4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2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호감이 가는지 또는 가지 않는지’ 물어본 결과 ‘호감이 간다’는 의견은 10명 중 2명도 되지 않았다. 응답자의 대부분인 75%는 홍 전 대표를 비호감 인물로 인식했다. 대구경북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비호감 수치가 더 높지만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32%였다.

이번 선거에서 경북과 대구 2곳의 광역단체장은 자유한국당이 사수했다. 문제는 수도권과 충청권 그리고 부울경 지역이다. 호감 지수가 서울은 17%, 인천경기 13%로 전체 평균을 넘지 못했다. 충청권은 20%에 턱걸이 했고 부울경 호감도는 26%였다. PK지역 비호감 지수는 무려 70%였다. 아무리 능력 있는 정치인이라도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로 낙인찍히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난 선거는 홍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대표해 나온 후보라 비호감에도 불구하고 정당 지지층이 그런대로 결집을 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는 자신의 이미지로 후보들의 경쟁력에 보탬이 되었어야 했다. 백 마디 공격적인 말풍선보다 후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미지가 중요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호감 평가는 별도로 하고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에서 홍 전 대표의 비호감 지수는 62%였다. 다른 사람의 선거에 결정적 한수로 작동되는 ‘후광효과(Halo Effect)’와 거리가 멀었다.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서초구만 지켰다. 광역과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득표율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대구 경북 지역을 제외하고 1위 자리에 오른 곳이 없다. 보수 정당의 텃밭이었던 부산, 울산, 경남 선거마저 당 대표의 선거 유세 지원을 외면한데는 홍 전 대표의 호감도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마디로 홍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선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 일색이다. 그러나 당 혁신과 수습 과정을 거친 후 호감도가 높은 인물이 당을 이끌어 간다면 자유한국당에 대한 이미지는 달라질 여지가 충분하다.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호감도 결과를 볼 수 있는데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 ‘호감이 간다’는 긍정적 이미지는 53%로 절반을 넘었다. 대선 승리의 원동력으로도 해석된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부정적 이미지는 40%였다. 대선 당시와 비교하면 문 대통령의 호감도(지지율)는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시기 호감도 결과에 주목할 지역은 부울경이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문 대통령의 호감도는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수도권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제 7회 동시지방선거를 ‘제 2의 대선’으로 분석하는 의견들이 많다. 여당 후보들은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선거였다. 반면에 지난 대선후보였던 홍 전 대표의 이미지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홍 전 대표의 책임으로만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왜냐하면 야권 지도자 중에 호감도가 특출한 인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여당은 홍 전 대표의 비호감에 대한 반사이익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 인물의 몰락이 새로운 인물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 아니겠는가. 대중들의 외면 속에 더 호감있는 인물이 부상하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대중 이미지를 장착한 후보가 등장한다면 ‘샤이 보수’는 더 이상 어두운 침실에서 방황하지 않고 밝은 거실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당이 절대로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반이회창 정서’를 무기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지만 이회창 이후 정치적 적수가 된 보수 지도자들과의 경쟁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홍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으로 얻어낸 승리라면 계속해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당이 선거 완승에도 불구하고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다.

세 번째로 여당이 선거 결과에 불구하고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 후보들은 한 손에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다른 한 손에는 평화의 횃불을 들고 선거전을 펼쳤다. 특히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이번 선거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대통령 지지율이었다. 그렇다면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다수의 중도층과 상당수의 보수층까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남북관계를 근본부터 변화시킨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지지율 고공행진의 일등 공신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지난 정부에서 아무리 ‘통일 대박’을 이야기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던 근본 이유는 통일 대상인 북한과의 소통단절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들어서만 문 대통령을 이미 두 번이나 만났다. 가을로 예정된 평양방문까지 합하면 세 번 이나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에서 만나 북한 핵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한때 3대 세습의 독재자 이미지가 강했던 김 위원장은 어느새 친근한 지도자의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만약 김 위원장이 고사포로 정적을 제거하고 핵과 미사일로 우리 뿐만 아니라 주변 동맹국들까지 위협하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면 ‘평화모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지난 4월 27일의 판문점 정상회담은 우리 국민들의 머릿속에 평화적인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어 오르게 했다. 한때 북미간에 그리고 남북간에 긴장 국면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결국 북미 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우리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었다. 선거 전날 열린 이 회담으로 안보 이슈에 민감한 보수 유권자들은 결집하기 어려웠다. 안보 불안이 해소된 이유로 풀이된다.

이번 선거에서 여러 가지 후보관련 의혹들이 있었다. 드루킹 댓글 사건은 대표적이다. 경남지사 선거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은 드루킹 이슈를 찻잔속의 태풍으로 만들어 버렸다. 선거일 날 실시된 방송 3사 심층출구조사(66개 투표소, 전국3403명 투표자대상 표본오차95%신뢰수준±2.2%P 자세한 사항은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시도지사 후보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할 때 고려한 이슈가 무엇인지’를 물어본 결과 드루킹 댓글사건은 고려하지 않았다가 53.2%로 절반을 넘었다. 즉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드루킹 댓글사건은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은 영향을 주었다는 결과가 63.3%였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미중정상회담 등 주요 정상회담의 공통된 파트너다. 김 위원장이 계속 벼랑끝 전술로 역내 위기를 가중시켰다면 지방선거의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불과 수 년 전 김 위원장의 이미지는 지금과 너무 달랐다.

그리고 여전히 적지 않은 우리 국민들은 김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불신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다시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불확실성이 큰 다른 위험인물로 북한 지도자가 대체된다면 여당과 여당후보들의 경쟁력은 매우 취약한 구조로 내몰리게 된다. 김 위원장에 대한 의존도만큼이나 선거 결과에 여당과 여당후보들이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제 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막을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참패했다. 이 참패는 예고된 결과다.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이후 5명의 출마후보 중에서 대선 실패를 받아들이고 물러난 경우는 전무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현역 국회의원이다.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으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당 대표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바른미래당 공동 대표로 여전히 정치권 전면에 서 있었다. 출마했던 후보들의 현주소만 보면 제 7회 동시지방선거는 ‘2017년 대통령 선거’ 속편 격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로 돌아가는 구조라면 선거 결과는 너무 뻔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전 대선후보들은 지방선거 결과로 상당기간 정치적 동면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시 해동을 거쳐 국민들 곁에 대선후보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후보들에게 있지 않다. 바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인 민생이다. 선거 압승한 여당도, 선거에서 완패한 야당도 국민들의 민생에서 멀어질 때 정당의 운명을 다하는 법이다.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당신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가 당신을 자유롭게 두는 것은 아니다’는 말로 군중을 일깨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대박’에도 불구하고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민들의 평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사랑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민심도 움직인다. 그것도 늘 끊임없이.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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