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더 늦기 전에 인공강우에 대한 관련 부처의 정책 추진이 다시 이뤄어져야 한다"

류재근 한국 교통대학교 석좌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류재근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하늘은 무척 어두웠지만 지구는 파란 빛이었습니다”.

1961년 4월, 인류 최초로 우주를 여행했던 러시아인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이 감동어린 눈빛으로 인류에게 전한 말이다. 이 한 마디는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우주탐험을 현실세계로 이끌어낸 기폭제가 됐다. 이후 미국과 소련 등 선진국들이 우주개척을 목표로 기술 경쟁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그같은 노력 덕분인지 현재는 IT기술, 위성항법기술, 로봇기술, 인공지능 기술 등 각종 첨단기술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촉매제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처럼 상상에만 머물렀던 일들이 누군가에 의해 어느 순간에 우리 현실 속으로 불쑥 들어오기도 한다. 특히 현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들처럼’ 늘상 똑같이 봐라봐서는 결코 해법을 찾기 힘들다.

한반도와 중국의 미세먼지(PM10)의 흐름과 오염도의 모습. 한반도의 거의 전체와 서해 및 중국 동부지방의 대기가 빨갛게 표시된 채 미세먼지에 휩싸여 있다. 캡쳐=earth.nullschool.net/연합뉴스

최근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는 등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 제거도 기존과는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여러 해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공강우’ 기술에 주목하고 싶다. 인공강우는 구름에 인위적인 자극을 가해 강우·강설량을 늘림으로써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하며, 주로 가뭄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보는 각도를 달리하면 인공강우야 말로 미세먼지 제거에 매우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는 '해결사'가 될 수도 있다. 인공강우는 엄청난 양의 물을 매우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시점에서 인공강우의 역사와 원리를 들여다보면서 향후 이를 미세먼지 제거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짚어볼 차례다.

인공강우 생성원리. 자료=국제기상조절학회

인공강우의 역사는 1946년 11월 13일 미국 뉴욕의 교외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된 인공강우 실험에서부터 비롯됐다. 벌써 72년 전이다. 1.4kg의 드라이아이스를 두꺼운 구름에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실험에 당당히 성공함으로써 인공강우의 원조로 우뚝 서게 됐다.

이어 1947년 베나르드 보네거트는 아이오딘화 은(AgI)이 얼음 결정과 비슷한 결정구조를 갖고 있는 데 착안해 인공강우용 구름씨 물질로 적당하다는 것을 알아낸 후, AgI 연소기를 개발해 인공강우 항공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부터 일각에서 기상조절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생겨났다. 주 원인으로는 확실한 과학적인 기초연구도 없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인공강우의 효과에 대해 과대하게 선전했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아울러 인공강우 문제가 과학적 연구 대상을 떠나 농장주나 목장 등 실수요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정치적 문제로 부상해 인간이 자연현상인 기상을 조절하려고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종교적, 환경론적 주장 등도 점차 힘을 얻게 됐다.

다만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기상 조절에 대한 열기가 식어 연구비 지원도 점차 줄어들었다. 특히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새로운 측정 기기들이 속속 출현하고, 컴퓨터 발달로 측정 데이터분석이 쉬워진데다 구름 및 강우 수치모델 등이 개발돼 기상조절에 이용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면서 변화가 감지돼왔다.

최근에는 엘니뇨 현상이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의해 이상가뭄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인공강우를 실용화해 가뭄을 해소하고 대체 수자원을 확보하는 효과 등을 누리고 있다.

사진=유토이미지

일례로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 당시 고비사막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인공강우 기술을 이용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개막식에 앞서 1,000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해 비구름의 형성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로 중국은 지금도 휴일이나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인공강우 기술을 사용해 인공비를 내려 스모그와 오염물질을 씻어내고 하늘을 맑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공강우의 원리는 보통 구름방울은 매우 작아 평균 지름이 0.02mm정도이며, 빗방울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구름방울은 너무 작아 약간의 상승기류만 작용해도 공중에 떠있을 수 있으며 간혹 떨어지는 방울이 있다 해도 구름 밑 건조한 대기층에서 증발해 버린다.

구름이 강수를 일으키는 과정은 ‘충돌-병합과정(coalescence theory)’과 ‘빙정설(ice crystal theory)’이라는 두 가지 과정이 있다. 충돌-병합설 은 구름 전체가 빙정이 없는 물방울로만 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 강수 입자는 구름 내부의 물방울간의 충돌, 병합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비를 따뜻한 비(warm rain)라고 한다.

빙정설은 0℃ 이하의 구름 속에 수적과 빙정이 공존하면서 생성되는 것으로, 온도가 0℃보다 낮은 차가운 구름에서 빙정 주위의 수증기가 빙정 면에 침척 빙정이 어느 정도 커지면 다른 빙정 또는 과냉각 수적과 충돌하여 빨리 성장하게 된다. 과냉각 물방울과 빙정이 공존하면서 물방울과 빙정에 작용하는 포화수증기압의 차이에 의해 빙정이 성장하는 것이 바로 빙정설이다.

구름이 만들어지고 비가 되어 내리는 것은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우리가 이같은 자연의 원리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여러 환경문제를 수월하게 풀어나가 인류의 미래도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인공강우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인공강우에 대한 관련 부처의 정책 추진이 다시 이뤄어지기를 기대한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뒤덮힌 서울 남산타워 전경. 사진=유토이미지

◇ 류재근 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프로필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 석사를 거쳐 건국대에서 환경미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보건연구원 미생물부 연구관을 거쳐 국립환경연구원 원장, 한국환경기술진흥원 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2001~2004), 한국물환경학회 회장,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등을 지내면서 수질연구 등 물환경, 바이오, 환경분석과 관련된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요즘도 한국교통대 석좌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으며,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 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박사'로 유명하며, '대한민국 환경지킴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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