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이터로 분석한 서울시장 당선자를 결정하는 3가지 치명적 기준은 50대, 가정주부층, 무당층"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제 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다른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이슈거리가 없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살아나지 않는다. 올해 들어 너무 많은 이슈가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빼앗아 간지 오래다.

3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올림픽인 평창 동계올림픽은 많은 화제를 모았으나 2월이 가면서 어느덧 잊혀지고 말았다. 올림픽 이후 발표된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회담 개최라는 역대급 이슈가 선거 관심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여기에 대선 후보 물망에 올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비롯한 각종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미투 의혹으로 선거 관심은 찾아보기 조차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당에서 경선 과정이 진행되고 속속 본선 후보가 결정되면 선거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국 정치를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7장의 투표 용지에 기표해야 하는 지방선거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격전지는 주로 광역단체장 선거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서울시장 선거다. 물론 유권자 수로만 따지면 경기도가 더 많지만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점에서 관심이 남다르다.

서울시는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다.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면 서울시장은 대통령이 맡고 있는 국정 운영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가장 큰 밑천은 서울시장 시절의 업적이었다. 청계천 복원을 비롯해 시장 시절 펼친 행정은 시민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았고 대통령 선거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만큼 서울시장은 더 큰 꿈을 꾸게 만드는 기반이 되는 자리다.

일각에서는 지난 1987년 개헌이후 서울시장 출신의 대통령 당선자가 이 전 대통령 밖에 없다며 지나친 연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역대 민선 서울시장의 행보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이후 초대 서울시장이 된 조순 전 부총리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대선 후보로 여러차례 입에 오르내렸다.

고건 전 총리는 서울시장 이후 만인지상일인지하(萬人之上一人之下)인 국무총리 자리에 올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어떤가. 무상급식 문제로 중도 사퇴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영향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현재 진행형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3선 고지를 앞두고 있고 유력한 대선후보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중앙집권적인 한국에 비해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들은 대체로 워싱턴과는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숨은 보배인 경우가 많았다. 클린턴은 아칸소주지사였고 조지 W. 부시는 텍사스주지사를 역임했었다. 미국 보수의 희망이 되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수도인 워싱턴의 정반대쪽 해안에 접한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신이었다.

한국은 아직까지 전남지사, 경남지사, 부산시장이 대통령이 되는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은 셈이다. 이번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장 선거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서울시민을 비롯해 투표권이 없는 다른 시도 유권자들까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직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 서울시장 자리를 놓칠 수 없는 것이고 지난 2011년 보궐 선거로 시장 자리를 내준 자유한국당으로선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고 있는 지역이다. 정당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에서 우위에 있고 선거 구도면에서 적폐청산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마치 여권이 훨씬 유리한 지역으로 분석되는 경향이 아직까지 강하다. 게다가 4월과 5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안보이슈까지 주도권을 잡으면서 여당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분석마저 나오는 단계다.

그러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했던 50대, 가정주부층,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 등에서 미묘한 변화와 차이가 감지된다. 지방선거의 특성상 투표적극성과 집단내 응집력이 발휘되는 50대의 세대투표와 민생경제 현안 이슈에 관심이 높은 가정주부층은 선거판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중요한 지표다.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서울지역에서 50대, 가정주부층, 무당층은 유권자의 규모면에서 선거 결과에 주는 영향이 가볍지 않다.

우선 50대 유권자들이 서울시장 선거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분석해보자. 50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리서치앤리서치를 비롯해 방송 3사 출구조사 연령대별 후보 지지율을 분석해 보면 50대에서 문재인 후보는 36.9%로 홍준표, 안철수 후보보다 10%포인트 가량 더 많이 득표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홍 후보와 안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50%가 넘는다. 그렇지만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 계열의 진보 후보가 득표했다는 사실은 경이로운 일이다. 지역별로 분석하더라도 영남 지역을 제외하고 수도권에서도 50대는 문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분석된다.

취임 1년이 다되어 가지만 문 대통령은 여전히 50대 표심을 붙들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최근 서울 지역 선거 조사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할 때 온도차가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가 지난 7일 실시한 조사(서울858명 통신사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3%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4.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서울시민들을 상대로) 지방선거에서 인물과 관계없이 정당만을 기준으로 투표를 한다면 어느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할지’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8.3%로 압도적이었다. 자유한국당 후보는 13.8%였고 바른미래당 후보는 7.1%였다.

그렇지만 50대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가 38.8%였고 자유한국당 후보 16.1%, 바른미래당 10.3%, 지지후보가 없다는 무당층이 30%를 넘었다(무응답자에게 재질문을 하지 않은 경우). 대선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 행진 중이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단독 질주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50대 민심은 아직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20~40대 응답자들의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50%대 중반~60%대 중반인 점과 비교하면 50대와 큰 차이가 벌어져 있다.

지지층들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된 조사 문항 중 양자대결 결과만을 비교해 보았다. 보수성향이 강한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우상호, 박영선 후보를 야권의 안철수 후보와 가상대결 시켜본 조사결과다. 20~50대 중에서 가장 다른 패턴을 보이는 연령대가 50대였다. 박원순 현 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를 양자 구도로 가정하고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은 박 시장이 안 전 대표를 30%포인트 가까이 앞서는 결과로 나왔지만 50대는 박 시장 54.1%, 안 전 대표 36.1%로 차이가 20%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50대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안 전 대표 지지율이 30%를 넘는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30%이상 지지율은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선택을 의미하고 얼마든지 외연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 놓는 상황이다. 우상호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의 양자대결에서 50대는 안 전 대표에게 투표하겠다는 의향이 45.3%, 우상호 의원이 37.9%로 안 전 대표가 더 앞서는 결과로 나타났다. 대중적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인 박영선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와의 가상대결에서 50대는 안 전 대표 45.9%, 박 의원 40.3%로 나왔다. 서울시장 선거가 다자 대결 구도가 아닌 양강 구도가 되는 경우 여당 후보와 야권 후보의 격차가 줄어들고 특히 50대 표심이 선거판을 좌우하는 영향력은 더 커지는 셈이다.

서울시장 선거 판세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다른 변수는 가정주부층이다. 전통적으로 가정주부층은 보수성이 강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가정주부층은 여론조사에서 줄곧 보수 후보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보수적 성격이 강했던 가정주부층이 달라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가정주부층은 다수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3~15일 실시하고 16일 발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7%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가정주부층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70%에 육박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투표가 많았던 가정주부층의 성향으로 볼 때 상전벽해(桑田碧海)할 수준이다.

문제는 가정주부층의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좋더라도 정당 지지율과 후보들에 대한 지지엔 온도차가 드러난다. 야성(野性)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이지만 가정주부층의 표심에는 분명한 차이가 발견된다. 입소스의 서울 지역 조사에서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정당’을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은 더불어민주당이 50%에 근접하는 결과로 나타나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과 큰 격차가 벌어졌다.

그렇지만 가정주부층은 ‘투표할 정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꼽은 비율이 35%로 전체보다 약 13%포인트 낮았다. 가정주부층에서 ‘투표할 정당’으로 자유한국당을 선택한 비율은 20%였고 바른미래당은 10.6%였다. 가정주부층의 지지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주요 야당 지지율을 합하면 더불어민주당과 거의 차이가 없다.

전체 유권자의 약 2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가정주부층은 유권자 비중이 화이트칼라 다음으로 큰 편이고 집단적 공감대가 높은 층이라 선거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평균적인 비율을 상회하는 계층이다. 가정주부층의 양자 대결 구도를 살펴보면 전체와는 다른 판세를 확인하게 된다. 여당 후보와 야권 후보 간의 양자 구도를 가정한 조사 결과다.

여당 후보로 박원순 현 시장, 우상호 의원, 박영선 의원을 차례로 대입하고 야당 후보는 안철수 전 대표로 대입한 조사다. 먼저 여당 후보인 박 시장과 안 전 대표의 양자 대결에서 전체 결과는 박 시장 58.4%, 안 전 대표 30.5%로 박 시장이 안 전 대표보다 거의 두 배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정주부층은 박 시장 43.9%, 안 전 대표 41.6%로 초박빙 접전이다. 우 의원과 안 전 대표의 양자 대결에서 가정주부층은 우 의원 30.3%였고 안 전 대표 47.7%로 거의 20%포인트 가까이 안 전 대표가 앞서는 결과다.

물론 아직 투표일이 많이 남아 있고 민주당은 경선조차 치루지 않은 상태다. 이 표심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법은 없지만 가정주부층의 표심은 전체 값과 사뭇 달랐다. 이번에는 박영선 의원을 여당 후보로 대입한 결과다. 가정주부층에서 박영선 의원은 37.7%, 안 전 대표는 44.7%로 나왔다.

여성 후보이기 때문에 가정주부층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얻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전통적인 생각과 차이가 있었다. 아직 대다수가 문 대통령을 긍정평가하고 있는 가정주부층이지만 지방선거 후보를 골라내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다른 패턴이다. 투표에 적극적이고 교육, 세금, 부동산 등에 관심이 많은 가정주부층 집단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집단적 투표 성격을 드러낼 가능성이 열려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직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고 무너진 국민 안전에 가장 크게 분노한 계층은 취학 자녀를 두고 있던 가정주부층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여줄 가정주부층의 표심은 치명적이다.

오는 6월 펼쳐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표심을 요동치게 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무당층이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는 계층이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표심의 향방이 변화무쌍(變化無雙)하다.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하천과 같다.

흔히들 저지르기 쉬운 오해가 무당층을 부동층과 동일시하는 대목이다. 무당층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지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당을 초월해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초접전 선거에서 무당층의 표심이 당락을 가르는 경우가 많다.

무당층은 평균적으로 선거가 임박해서도 20%내외의 비율이 유지된다. 물론 무응답에 대해 재질문을 하는지 여부에 따라, 조사방법이 면접원에 의한 조사방법인지 아니면 자동응답 전화조사인지에 따라서 무당층 비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한다.

서울시장 선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한 50대, 가정주부층 또한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당층과 마찬가지로 15~20% 정도에 이른다. 입소스의 양자 가상 대결 결과를 보면 858명의 유효 표본수에서 무당층은 227명이므로 응답자 4명 중 1명은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이다.

무당층에게 박 시장과 안 전 대표 중 투표할 인물이 누구인지 물어본 결과 박 시장이 40.4%, 안 전 대표는 37.9%였다. 전체 결과에서 안 전 대표에 비해 두 배 정도 지지율을 보인 박 시장의 무당층 경쟁력은 안 전 대표와 거의 차이가 없다.

즉 무당층만 놓고 보면 두 후보의 경쟁력은 대등한 상황이다. 여당 후보인 우상호 의원과 안 전 대표와의 무당층 대결 결과는 박 시장의 그것보다 더 예상을 깨는 내용이다. 무당층에서 우 의원은 18.8%, 안 전 대표는 45.3%로 나타났다. 박영선 의원을 대입하면 무당층에서 박 의원 24.8%, 안 전 대표 42.9%로 나왔다.

전체 결과가 아니라 무당층만 국한해서 분석한 값이므로 후보의 최종적인 경쟁력을 설명하는 지표는 아니다. 그렇지만 유권자 중에서 무당층의 표심은 후보들의 당락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 그런 점에서 무당층의 잠재적인 표심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선거 전략에 매우 중요하다. 아직 본격 대결에 접어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거의 3대 요소를 감안한다면 대략적으로 어느 정당의 후보들이 유리한 환경인지 불리한 환경인지는 구분 가능해 보인다. 선거의 영향을 주는 3대 요소가 지지율(대통령+정당), 구도(적폐청산 vs 정치보복), 후보(현직효과 vs 교체의향)다. 현재 대통령 지지율은 높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타 정당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 수감되면서 지난 대선이후 이어져 온 탄핵 국면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느낌이다. 적폐 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 여론도 높은 편이다. 일각에서 정치 보복에 따른 피로감을 언급하고 있지만 국민 여론의 대세는 아니다. 그러므로 큰 그림을 그려보았을 때 집권 여당은 유리한 환경에 서있다.

그렇지만 ‘진짜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는 명언을 남긴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말처럼 선거 투표일 저녁 9시 이후 어떤 개표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당장 서울 시장 선거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아도 50대, 가정주부층, 무당층의 표심은 어느 쪽에 유리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이들 주요한 지표는 전체 결과와 다른 값을 보여준다.

그래서 후보자 개인의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선거 결과가 치명적으로 달라 질 수도 있다. 조사 기관에서 안철수 전 대표를 야권 대표 후보를 가정하여 물어본 질문이므로 다른 후보를 대입하면 다른 결과 값이 나올 공산이 크다. 그리고 지지층의 선택을 더욱 명확하게 보기 위해 양자 대결 구도를 위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야권 후보들 사이에 비슷한 정도의 득표력이 나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0년 서울 시장 선거는 선거사에 길이 남을 명수부였다.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한 건 일반적인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투표이전 실시된 많은 조사에서 현직인 오세훈 시장은 한명숙 전 총리와 대결하여 무난히 이기는 결과였다.

그러나 2010년 6월 2일 저녁 투표함을 열고 개표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시장이 이기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10%포인트 이상의 승리를 낙관하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현직 효과를 충분히 누리는데다 TV토론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오 시장을 압도하는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투표 종료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오 시장은 47.4% 득표로, 한 전 총리는 47.2%로 나왔다. 0.2%포인트 차이라 출구조사 결과대로 나온다는 보장을 하기 힘들 정도였다. 밤 12시가 넘었지만 승부는 갈리지 않았다. 강남 3구의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새벽 4시 무렵이 되어서야 오 시장의 근소한 승리로 판가름이 났다.

최종 득표차는 불과 2만 5000여명에 불과했다. 오 시장의 득표율은 47.43%였고 한 전 총리는 46.83%였다. 한 전 총리와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단일화를 했더라면 결과는 뒤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압승을 기대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었지만 결과는 아슬아슬한 신승이었다. 선거에서 예단은 금물이다. 특히 서울 시장 선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50대, 가정주부층, 무당층 유권자들은 아직 한 후보에게만 절대적인 호감을 표시하지는 않고 있다. 요기 베라의 말처럼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승부가 끝난 것이 아니다. 다음 서울시장이 누구일지 시시각각 바뀔 것 같고 그래서인지 궁금증도 더욱 커진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