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21세기 주인공이 되려면 인공지능기술을 생활 속에 펼쳐내야만 한다"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포춘지는 기업 매출액을 기준으로 매년 글로벌 5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는 일찍이 '기업은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를 거치면서 성장한다’고 갈파했다. 1955년에 처음 포춘 500대 기업에 선정됐던 기업 중 88%는 이미 파산했거나 합병돼 현재 남아있는 기업은 500개 기업 가운데 60개에 불과하다.

기업의 창조적 파괴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글로벌 기업조사분석기관인 CB인사이트는 2017년 말에 포춘 500대 기업 중에서 10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할 기업을 선택하는 행사를 벌였다. 두 개 기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5단계 인터넷 리그전을 벌여서 마지막 승자를 뽑는 방식이었다. 500대 기업 중 8강에 포함된 기업은 아마존, 페이스 북, 알파벳, 바이두, 애플, 네플릭스, 스페이스엑스, 테슬라, 알리바바 등 IT기술이 강한 기업들이다.

이 가운데 애플, 알리바바, 아마존, 알파벳이 4강에 올랐고 최종 결승엔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와 아마존이 맞붙었다. 그리고 최종 맞대결에선 중국의 대표기업인 알리바바가 선택됐다. 심판에 나선 대중은 알리바바의 미래를 보다 더 밝게 봤다. 알리바바의 2017년도 총매출액은 5,470억 달러로 국가별 경제규모와 비교해도 21위인 아르헨티나보다 많다. 대한민국 GDP(1조5300억 달러)의 35.7%에 달하며 삼성전자 매출액보다 2.45배 많다.

물질경제에서 서비스경제 시대로 바뀌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모든 제조업을 누르고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예상하는 이유는 세계적 흐름 때문이다. 글로벌 인구는 팽창하고 있고 경제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국제통신연맹(ICU)에 의하면 인터텟 사용자가 전 세계인구의 47%(2016년 기준)를 넘어섰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일본, 영국 등은 94~95%에 육박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 개발도상국도 비슷한 수준이 될 공산이 크다. 인터넷 확산과 속도 증가는 글로벌 정보교류를 촉진하고 가속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상품 및 금융거래 시스템은 디지털과 모바일로 거의 다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제 물류 증가에 의한 경제성장보다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공유와 데이터 처리속도 증가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는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물류나 제조업 혁명보다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혁명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가치를 사고 파는 물질경제에서 서비스 가치를 사고 파는 서비스 경제시대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Jack Ma) 회장은 "21세기는 데이터 시대"라고 주장한다. 향후 20~30년 동안 세계인들이 장벽없는 인터넷을 통해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하게 되면서 기술의 대변혁을 이루어 낸다는 얘기다. 미래 비즈니스는 데이터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는 기업이 세계를 이끌게 된다는 것이 마윈의 예언인 셈이다.

그 방법이 바로 인공지능(AI) 기술이라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알리바바는 중국내에 거대한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 미국의 구글이나 아마존을 능가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알리바바 뿐 아니라 중국의 거대기업인 텐센트와 바이두 역시 인공지능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활용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싱가포르에, 텐센트는 시에틀에, 그리고 바이두는 실리콘밸리에 AI연구소를 세웠다.

반대로 구글은 샹하이에 AI 연구소를 세우고 중국 인재를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국가와 기업들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포섭하는 인재전쟁 중이다. 매킨지 글로벌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인공지능 기술이 창출하는 경제규모가 2030년까지 최대 16조 달러로 현재 중국과 인도의 GDP를 합한 규모보다 더 크다고 한다.

중국에선 이미 인공지능 기술이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실용화 되고 있다. 특히 얼굴인식을 통한 신분확인 기술이 상당한 발전을 일군 상태다. 중국에선 기차여행을 하려해도 비행기처럼 신분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인파가 몰리면 탑승 절차가 지체되기 일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같은 문제가 단번에 해결됐다. 지난 구정 연휴부터 매우 획기적인 인공지능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변화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판매기에 다가가면 기계가 구매자 얼굴로 신분을 정확히 알아본다. 목적지를 말하면 가능한 일정이 판매기 화면에 나타나고 스마트폰 지불수단인 알리패이로 요금을 지불하면 기차표가 발급된다. 시끄러운 잡음이 발생하는 혼잡한 대합실에서 구매자의 음성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수초 안에 신분 확인을 거쳐 발권하는 기술은 전문가들도 감탄하게 만든다.

이때 음성처리 및 이미지 처리는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미 기계학습을 통해 공급망을 관리하고 개인별로 맞춤상품을 추천하며, 아마존 에코와 같은 음성비서 티몰 제니(Tmall Geni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지능국가 프레임을 완성하는 등 앞서가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2017년 7월에 ‘차세대인공지능개발계획’을 공표했다. 2025년까지 세계 최고의 지능국가로 변신하겠다는 선언이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제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 수억 명을 빈곤에서 해방시키고 비즈니스 중심의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제조업의 성장이 정체하면서 국가성장전략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첨단기술국가로 방향 전환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또 다른 경제기적을 일으키려 한다. 북경 서부지역에 대단위 인공지능 연구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곳에 400여 첨단기술기업들을 유치하고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서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나노기술, 생체인식, 바이오기술 등을 개발하고 자 한다. 이 연구단지엔 최첨단 5세대 이동통신, 슈퍼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중국이 제시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국민 생활수준과 사회의 지적수준을 높이는데 있다. 양질의 행정서비스와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스마트 사회를 건설하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평생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의 자질을 높이겠다고 한다.

행정, 사법, 도시, 환경보호 등 정부의 모든 통치시스템을 지능화해서 사회지배구조를 첨단화히고 자 한다.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해서 스마트 도시, 스마트 교통, 스마트 친환경상품, 스마트 에너지, 스마트 보안 등 스마트 정부시스템을 구축해서 세계 최고의 기술국이 된다는 구상이다.

중국기업들은 앞 다퉈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기업가들은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발전을 경계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경쟁이 과거 50년대 소련과의 우주전쟁에 비유할 정도로 기업가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강점은 실리콘 밸리에 모인 천재성과 독창성이 풍부한 글로벌 인재를 포용하는 힘에 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는 수많은 중국인 과학자들이 활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생 기술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모도 급증하고 있어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한 민간기술과 국방기술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미국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미-중간의 경제 안보위원회 (American and 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ttee) 연례보고서는 전쟁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무인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자본이 미국의 무인 항공기 산업에 투자하고 사이버 해킹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획득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차단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가 배후에서 조종하는 투자활동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미국정부의 감시로 오락산업과 같은 덜 민감한 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오락산업과 군수산업의 기술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미국의 국방 관계자들은 인공지능 무기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임계치를 넘기위한 도전은 계속돼야만 한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으로 경제가 부흥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지만 아직은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지는 부작용만이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는 기존산업의 성장이 점차 둔화되는 점이고 첨단산업의 성과가 경제를 도약시킬만한 돌파구는 아직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글이나 페이스 북이 인공지능 기술면에서 커다란 진보를 이루고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만으로 전체 경제를 재부팅시키고 4차산업혁명을 일으키기에는 충분치 않다.

인공 지능을 둘러싼 기업들의 강력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향상과 같은 경제적 징조는 크게 나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기존기술의 범주에 얽매여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려면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품은 IT산업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 영역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폭넓게 활용해서 생산 활동을 새롭게 개혁해야만 한다. 초창기엔 기술 확산이 더딜지 몰라도 도전을 계속하다 보면 임계치를 넘어설 수 있다.

일단 임계치를 넘어서면 경제적 성과는 들불처럼 확산될 수 있는 것이 인공지능 기술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은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화선이 될 것이며 의약품개발이나 질병치료부문에 인공지능기술이 도입되면 바이오산업이 실용적인 건강관리산업으로 규모가 급팽창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면 지금까지 도전하지 못했던 수많은 기술적 장애물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사람들의 문제해결 능력이 다방면에서 급속히 솟구치게 된다. 지금까지 전혀 꿈꾸지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대기업이 아닌 개인들의 힘만으로도 탄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중국은 이런 단순한 사실을 완벽하게 받아들이고 많은 서방 국가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인공지능기술개발에 몰입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지능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지름길은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여 첨단산업을 일으키는 길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중국의 이런 전략을 대한민국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21세기 주인공이 되려면 인공지능기술을 생활 속에 펼쳐내야만 한다. 정부는 모든 행정업무를 인공지능기술로 서비스 해주는 지능 국가로 향하는 노력을 다 해야 한다. 기업들도 인공지능기술로 경제도약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를 거쳐 미래기술전략연구원을 운영하면서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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