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산업부 기자.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채권단에서도 일부 그런 얘기가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 지긋지긋해서 못 해 먹겠다. 그만하자’.”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이달 2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답변한 말이다. 이 수석부행장은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채권자들이 다양하고 이해관계자들이 많다”는 점을 토로하면서 이 같이 언급했다.

이 수석부행장의 발언은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채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일부 어려움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2014년 12월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지난해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매각을 추진하다가 무산됐던 금호타이어의 ‘역사’를 순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수석부행장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이 지긋지긋하다’는 일부 채권단의 목소리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2위, 세계 13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이어업체로, 협력 업체까지 포함하면 1만3000여명의 근로자가 종사하는 일터다. 그만큼 금호타이어 매각은 국내 타이어업계를 포함해 근로자,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주요사안이다.

이 수석부행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반대했던 것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도 아리송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급에 대해 “더블스타 매각에 반대한다는 그런 취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3월18일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더블스타로의 매각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쌍용차 사례는 2004년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대규모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술만 빼내다가, 2008년에 철수한 사건을 말한다.

산은이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을 진행할 당시,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면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 와중에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이 '쌍용차'를 언급해 사실상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반대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 수석부행장이 문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더블스타로의 매각 반대 취지는 아니다”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수 밖에 없다.

이 수석부행장은 또한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부담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더블스타 매각 무산 이후 산은 관계자들이 “더블스타 매각 과정에서 정치권 등에 부담을 느꼈다”고 토로한 것과는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인 셈이다.

이 수석부행장은 간담회 자리를 떠나기 직전 “늘 말씀을 드리는 것은 (금호타이어를) 살려보자는 것”이라며 간담회 취지는 “대결 구도”가 아니라 “설득”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를 둘러싼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금호타이어 매각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 수석부행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금호타이어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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