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아역 배우의 활약 덕에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던 “과속스캔들”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벌써 개봉한지 10여 년이 되었지만 관객수가 1,000만 가까이 되었으니, 여전히 위 영화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필자 또한 시크한 기동이가 귀여워 당시 몇 번이나 위 영화를 보았었습니다.

“나 여기 있잖아. 이 눈 이 코 다 아빠가 만든 거잖아. 왜 내가 없었으면 해! 내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 왜!!" 이 영화의 명대사는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현수가 정남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남이가 생물학적으로 현수의 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필자는 “직업병”이 발동합니다. “생물학적 부녀관계에서 나아가, 빨리 법률상으로도 부녀관계로 정리를 하여야 할 텐데”라고 말입니다.

곽노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현수는 자신이 딸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해봤으니, 가족관계증명서 상 정남이 현수의 딸로 등재되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렇다면 정남은 법률상으로는 영영 현수의 자녀가 될 수 없는 걸까요?

당연히 우리 법은 이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민법 제855조는 “혼인 외의 출생자는 그 생부나 생모가 이를 인지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수는 인지신고를 함으로써 정남을 법률상 친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됩니다.

다만, 부(父)와 모(母)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는데요, 부자관계는 인지를 통해 성립하는 반면에, 모의 경우에는 출산 사실 그 자체로 친자임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호적부의 기재나 법원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로써만 이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1992. 7. 10. 선고 92누3199판결).

따라서 혼인 외의 자가 출생하였다면 비록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서 등록부상에 모가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모는 부양의무가 발생하고, 자녀는 상속권이 인정되지만, 부의 경우에는 실부(實父)라 할지라도 자녀에 대해 법률상 부양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게 됩니다(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므59판결 참조).

이와 같이 부녀관계의 경우에는, 생물학적으로만 친부인지, 법률상으로도 부녀관계가 인정되는지에 따라 자녀의 법적 지위에 차등이 발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현수도 얼른 인지신고를 하여 정남과 친자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곽노규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43기
▲ 법무법인 산하 가사상속팀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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