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소셜커머스의 발전 위해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

조하현 교수

[데일리한국=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소셜 커머스는 2010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이래 온라인 쇼핑 성장세와 맞물리며 급속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같은 성장세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급격한 성장을 이루다보니 그에 따른 성장통도 동시에 겪고 있다. 과거 시장 진입장벽이 낮았던 2011년 당시만 해도 무려 220개에 달하는 소셜커머스 업체가 난립하는 어지러운 형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쿠팡(Coupang), 티켓몬스터(Ticket monster, 이하 티몬), 위메프(we make price) 등의 3강체제가 안착하면서 이들이 전체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마케팅은 물론 거액의 시설투자로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들이 최근들어 영업이익은 커녕 적자에 허덕이는 것은 초기시장 선점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투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도 이들 3사는 유통 물류시설, 인력확보 등에 속도를 내고 있어 시장에서는 소셜 커머스 산업이 과연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일궈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를 통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의 일종으로, 소비자들의 인맥을 활용해 제품 및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진다.

소셜 커머스가 성장함에 따라 위치기반 SNS 홍보, 소셜 쇼핑의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딜 어그리게이터(deal aggregator) 등 관련 비즈니스들이 파생되고 있어 그 파급력 또한 매우 크다.

한국에서는 2010년 티켓몬스터가 처음 등장해 소셜 쇼핑을 시작했고, 미국의 소셜 커머스 기업인 그루폰(Groupon)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다양한 군소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업체 수는 2011년 5월 220개까지 증가했다가 1년 후인 2012년 5월에는 15개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2년후인 2014년 그루폰 코리아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쿠팡, 티몬, 위메프 등 3사가 국내 소셜 커머스 시장을 이끄는 3강체제로 정착돼 가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소셜 커머스를 통해 파격적인 할인가에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업체로부터 선별된 제품을 추천받아 쇼핑할 수 있는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를 통해 쇼핑의 편리함까지 더해져 소셜 커머스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중소기업과 지역 소상공인들이 소셜 커머스에 쿠폰을 등재함으로써 낮은 비용으로 업체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게 된 것도 소셜커머스의 효과라 할만하다.

소셜 커머스 3사는 이러한 고(高)성장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급격한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영업손실 또한 불어나면서 재무적 취약성에 대한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쿠팡, 티몬, 위메프 순으로 각각 5,470억원, 1,452억원, 1,424억원으로 총 8,346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4년(1,751억원)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된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 등이 주된 적자요인으로 지목된다.

소셜커머스 업계의 대표기업인 쿠팡에 따르면 영업손실의 90% 정도는 '계획'된 것으로, 이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고 설명한다.

쿠팡의 이러한 행보는 현재 세계적인 유통업체인 아마존(Amazon)과 알리바바(Alibaba)의 초기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두 기업 모두 초기에는 장기적 경영성과를 위한 선제적 투자로 상당한 영업적자를 겪었으나 끊임없는 시도 끝에 시장의 비판적인 예상을 누르면서 현재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종합쇼핑몰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셜 커머스 기업들이 처한 환경이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성장했던 1990년대 말, 2000년대 당시와는 달리 장기 저성장구도에 직면해 있고, 내수시장도 한정돼 있어 지속적인 투자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셜 커머스뿐 아니라 오픈마켓,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대형 유통채널도 O2O(online to offline)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투자금 회수는 고사하고 경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투자를 단행한지 1~2년 만에 투자의 성공 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또한 산업의 높은 소비자 만족도와 물류 및 배송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혁신의 시도로 대규모 해외자본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점은 결코 과소평가되어선 안된다.

쿠팡은 2014년 미국 투자전문회사인 세콰이어캐피탈(Sequoia Capital)과 블랙록(BlackRock)으로부터 각각 1억 달러, 3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둔바 있다. 특히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2015년에 10억 달러라는 조단위의 거금을 유치하는 개가를 거두기도 했다.

티몬도 지난해 투자전문회사 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여전히 업계에서 나름의 실력과 내공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외국 투자자들의 손길은 비단 한국의 소셜커머스라는 영역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같은 투자사례를 계기로 ‘한국경제 = 2차산업’이라는 공식을 재평가받게 될 것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술과 혁신을 통한 투자 유치와 신성장 동력의 등장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산업구조를 재편시키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유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납품업체와의 불공정거래, 소비자 피해 사례 등에 주목해 관련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해 피해를 예방하는 조치를 사전에 취해야 하는 것도 정부 몫이다.

또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도록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을 강화하는 등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고도성장의 시대는 벌써 옛말이 됐고, 3%대의 경제성장도 힘든 어려운 시기에 와 있다. 이번 유통전쟁이 국내 물류유통의 선진화 계기가 됨으로써 장기 저성장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과 ,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경제학 학사, 석사)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 박사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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