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옥현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

전옥현 "설립 당시부터 남북 특수성 고려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에 국제사회 공감대"
"유엔 결의안이 회원국의 통상적인 통치·정치 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관례"
"민간 차원 인도적 지원 중단·통준위 위상 조정·전술핵 재반입 등 추가 조치 필요"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에서 가진 '국정에 관한 연설'을 통해 개성공단 자금이 사실상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전용된 비공개 자료가 있다고 했다가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을 번복한 것이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거듭된 말 바꾸기 논란과 겹쳐 매우 혼란스럽다"며 "대통령 스스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어서 국제적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이 핵 개발에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공단을 유지했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 되어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자금 북핵 전용 주장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주(駐)유엔한국대표부 공사 등을 지내며 10여 년 간 유엔 근무를 했던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은 "박 대통령이나 홍 장관의 발언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전 전 차장은 "유엔 결의안이 주권 국가인 회원국의 통상적인 통치나 정치 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관례"라며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돈에 대한 북한 정권의 핵 개발 전용 의혹과 정황 증거가 많이 있어서 그간 우리 정부가 유엔 제재를 따르지 않고 개성공단을 운영해왔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유엔 제재 위반이라는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자체가 유일한 분단 국가의 당사자라는 특수성과 통일·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운영된 측면이 강했다"면서 "당초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있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통상적인 거래 행위라기보다는 '북한 노동자'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국제사회의 누가 보더라도 우리 정부의 고육지책에서 나온 불가피한 행위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 전 차장은 "유엔 차원의 제재를 지키는 나라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규범을 잘 준수해왔다"면서 "설령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명예와 국가로서의 존엄성, 국제적인 위상 및 신뢰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이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 개발 유용 관련 정부 측의 발언을 국제적 논란거리로 삼으려 하는 것은 한반도 안보와 평화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의 중대성을 간과한 측면이 강하다"면서 "여야가 초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면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도 중요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초당적 지원을 요청하면 협조해주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는데 지금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야당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전 전 차장은 박 대통령의 이날 국회 연설에서 밝힌 내용에 추가해 "유엔이 주관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는 참여하되 남북 양자 차원의 민간 단체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자회담의 대안 협상체를 만들어야 하고 북핵 폐기를 위해 자위적 차원에서 전술핵을 재반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전 전 차장은 "통일준비위원회를 청와대 직속 에서 이제는 통일장관 직속으로 둬야 하고 그 활동도 로우키(low-key)로 바꿔야 한다"면서 "대북 정책의 전반적인 재조정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겸 국제대학장

박한규 "개성공단, 남북 화해에 도움된다는 가정 하에 국제사회서 어느 정도 묵인"
"증명할 길 없으니 국내 정치적 언쟁 선에서 그칠 듯… 국제사회 새 이슈 안돼"
"전술핵 재배치, 동북아 '핵 도미노' 우려 커…제재 이후 대화 국면으로 가야"

박한규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겸 국제대학장도 개성공단 자금의 유용 문제와 국제사회 논란 가능성에 대해 "큰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박 대학원장은 "미국에서도 처음 개성공단 시작부터 이런 문제 때문에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개성공단이 남북 화해와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가정 하에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묵인됐으므로 국제사회의 새로운 이슈가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원장은 "유엔 안보리나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삼으려면 구체적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증명할 길이 없으니 국내 정치적 언쟁 선에서 그치고 이슈가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개성공단 폐쇄 결정과 관련 "현재 여야 정치권에서 옳으냐 잘못된 것이냐에 대해 논쟁을 하고 있는데 어떤 대안이든 간에 효과가 있으면 단점이 있다"면서 "정부와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부분이고 여러 가지 옵션 중에 그 같은 결정을 한 것이니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또 우려되는 부정적 문제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원장은 "개성공단 폐쇄를 포함한 남북 양자 차원 조치들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해져야 한다"면서 "특히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중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으므로 중국을 설득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핵 주권론이나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박 원장은 "한미 동맹 차원의 핵우산이 있기 때문에 굳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원장은 "한미 동맹이 없었다면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핵 주권론이 당연히 나올 만한 이야기겠지만 지금으로선 국제정치 현실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북한 핵무기에 대처하기 위해 핵무장을 하면 대북 핵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본·대만 등 동북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펼쳐질 것이 자명하다"면서 "동북아 안보 환경 차원에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원장은 "미국의 전반적인 핵전략을 고려할 때 주한미군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도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전술핵 재배치나 핵 주권론의 당위성은 맞지만 국제 정치의 현실을 고려해봤을 때 최선의 선택이냐는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잇단 대북 강경 조치에 대해서 "당분간 대북 제재 국면이 조성되겠지만 이후엔 다시 대화 국면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면서 "항상 강온 전략이 시의적절하게 구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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