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 대결이 총선 전체 승부 결정… JP 은퇴 후 일방적 표심 몰아주기 없어

특정 정치인 절대적 영향력 없어… '박근혜 마케팅'과 단체장 후광효과 충돌

총선 공약 이슈가 충청 표심에 큰 영향… '수도 이전' '세종시' 공약 파장 등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칼럼] 버니 샌더스의 선전(善戰)이 정치 이상의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1941년생 우리 나이로 환갑 진갑을 지나 77세의 고령이다. 그러나 샌더스의 도전은 이팔 청춘 젊은이의 열정 그 이상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박빙 승부를 넘어 미국 선거의 네비게이션이 될 뉴햄프셔 예비선거의 결과가 미국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 상대는 전 상원의원이자 오바마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이다. 그녀의 남편은 전 세계가 알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다. 링컨과 루즈벨트, 레이건 이후 가장 인기 많은 전직 대통령이 남편이다. 뉴햄프셔 경선에서 샌더스는 60% 득표로 압승했다. 이제 미국 대통령 경선은 시계 제로 상태이다. 무소속으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샌더스가 후보가 될 경우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기록은 깨지기 일보직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2000년 들어 미국 젊은이들은 하워드 딘에 열광했고 오바마를 통해 승리했고, 샌더스를 통해 미국의 방향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샌더스의 등장은 제3자 효과나 메기효과(메기라는 존재를 통해서 다른 종 또는 환경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이론)정도로만 보았다. 식상했던 기존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 캠페인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샌더스를 통해 힐러리와 트럼프에게로까지 전달되었다. 미국의 청년 세대와 소외 계층에 관심이 모아진 점도 샌더스 효과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샌더스가 제 3후보가 그치는 것이 아닌 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데 지지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미 8년 전 혜성같이 등장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여성이라는 점 외에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점까지 대중들에게 강조할 만한 매력이 특별히 크지 않다는 게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뉴햄프셔주 예비경선 결과를 보면 예상대로 공화당 후보로 트럼프가 승리하기는 했지만 압승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화당 경선은 반(反)트럼프 정서가 강해질 거라는 예상이 뉴햄프셔 결과를 통해서도 감지된다. 샌더스 돌풍의 분수령은 다가오는 네바다 코커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가 될 것이다. 이 두 곳에서 샌더스가 앞선다면 힐러리의 백악관 꿈은 현실화되기 더욱 어려워진다. 만약에 샌더스와 트럼프가 양당의 최종 후보가 된다면 미국 유권자들은 누굴 택하게 될까. 대북 긴장 국면에서 미국·중국 간 줄다리기 외교를 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상대 대통령후보의 의중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주류가 아니었던 샌더스와 트럼프, 두 ‘아웃사이더’ 돌풍이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기존에 양당 구도와 함께 정권을 나누어 맡아오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일종의 샌더스와 같은 제3 변수로 등장한 ‘국민의당’ 때문이다. 정당의 메기 효과가 국민의당 탄생으로 생겨난 것이라면 지역적인 메기 효과는 충청권으로부터 일어날 공산이 크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관심은 호남과 대구·경북 그리고 수도권에 쏠려 있지만 국회 과반이라는 중요한 최종 의석수 결정은 충청권의 표심에 달려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충청권 의석수는 모두 12석이었다. 만약에 지난 총선에서 충청권 싹쓸이를 당했다면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은 불가능했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선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을 터이다. 반대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충청권 압승을 거두었다면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고 대통령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다. 한국 정치에서 충청권의 선거 결정력과 영향력은 그래서 ‘버니 샌더스’ 와 비교하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지닌다. 가장 큰 이유로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충청권 민심은 예측불가능할 정도로 변동 폭이 컸다. 어느 한 정치세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충청권 선거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충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간접적인 영향력과 광역단체장(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지역적 영향력이 충돌한다. 지난 선거에서 박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자기 지역구처럼 충청 지역을 챙겼다. 대통령이 오고간 이후의 지지율은 확연히 달랐다. 마지막으로 충청권 마음을 사로잡을 결정적 한방은 이 지역과 관련된 총선 공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도 이전’ 공약으로 2002년 대선에서 충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불가’로 중원 전략을 펼쳤다. 각각 두 대통령 후보의 결과는 당선이었고, 성공이었다.

충청 표심 변동성…JP 은퇴 후 일방적 표심 없어

우선 충청권 표심이 의석수를 결정짓는 가장 큰 이유는 변동성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간 각종 선거에서 충청은 일방적으로 표심을 몰아주지 않았다. 앞선 대통령선거에서도 대전 지역은 불과 2000여표 차이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권 캐스팅보트 역할은 확실했다. 전체 100여만표의 차이 중 30%정도는 충청권의 득표차였기 때문이다. 변동성은 크되 확실한 제3자 효과를 작동시킨 셈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12석을 충청에서 확보했다. 새누리당은 이 선거에서 총 152석을 차지했는데, 만약 충청권에서 일방적 패배를 당했다면 과반 정당은 불가능했고 여소야대 정국으로 대통령선거에서 매우 불리한 환경에 내몰렸을 가능성이 컸다. 19대 총선에서도 대전 지역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3석씩 나누어 가지는 황금 분할이 이루어졌었다. 결정적인 충청권 분수령은 충북의 성적표였다. 총 8석 중에서 새누리당이 5석을 가져갔었다. 변동성이 커진 충청권에서 어떤 성적표를 거두느냐에 따라 최종 의석수가 결정되는 현상을 읽을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지는 않지만 또다른 선택지가 될 국민의당 출현으로 그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 지난 총선에서 충남에서만 3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던 자유선진당은 총선 직후 당명을 선진통일당으로 바꾸고 새누리당과 통합했었다. 현재로서는 미풍에 그치고 있는 국민의당 존재감이 총선을 앞두고 커질 경우 외면하기 힘든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김종필 전 총리라는 충청권 ‘맹주’가 선거 영향력을 발휘하던 때를 제외하고는 역대 선거에서 변동성이 컸다는 점에서, 목표 의석수의 달성을 위해서도 캐스팅보트 역할의 충청권 선거 중요성은 절대 간과될 수 없다. 특히 집권여당은 1992년 총선 이후 충청권 의석수 추이를 분석하면 수도권 압승을 거두었던 2008년을 제외하고는 충청권에서 두자릿수 의석을 확보해야 과반 정당이 가능했었다(그림1). 그래서 2016년 총선은 충청권 의석수 상황에 따라 과반 정당을 비롯한 최종 의석수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는 까닭이다.

충청 출신 특정 정치인의 절대적 영향력도 없어

다음으로 충청권 표심을 좌우하는 변수는 선거에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영남 주도의 한국 정치 권력 역사에서 라이벌 관계를 그나마 형성한 지역은 호남이었다. 숙명적인 정치적 라이벌 관계였던 박정희-김대중, 김영삼-김대중은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었다. 지역 감정이란 표현도 그래서 생겨났다. 그러나 영·호남의 지역 대결 구도에서도 충청권은 예외였다. 적지않은 의석 수와 유권자 수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은 제3지대처럼 여겨졌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 직접 선거가 치러지면서 겨우 충청권의 인물 중심 구도가 만들어졌다. 김종필 전 총리는 충청권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른바 ‘맹주’였다. 1997년 대선을 앞둔 1996년 제 15대 총선에서 총 28석 중에서 25석을 자민련 당선자로 채웠다. 그러나 김 전 총리가 사실상의 정치적 은퇴를 하고 난 뒤인 2008년 총선에서 자민련을 잇는 자유선진당은 총 24석 중 절반인 12석에 그쳤다. 충청권에 절대적인 ‘맹주’가 없는 상태에서 어느 한 쪽으로 표심이 쏠리지 않은 탓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대전에서의 표 차이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충남과 충북에서의 득표 차이가 일종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특정 정치인의 절대적 영향력이 작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야당은 지역 내 모든 광역단체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마치 유력 정치인의 후광 효과(Halo Effect)처럼 각 후보자들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충청도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만큼 새누리당 후보들은 ‘박심 마케팅’이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안희정 충남지사, 권선택 대전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이춘희 세종특별시장 등 모두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므로 후보자들에게 미치는 간접적인 지원 효과는 예상보다 클 수 있다. 국민의당은 아직 후보자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충청권 유력 인사가 영입되거나 안 대표 자신이 충청권에 비중을 두고 선거전에 보폭을 넓혀나가면 의외의 복병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과 현역 단체장들의 국정 및 시정 그리고 도정 수행 평가 내용을 비교하더라도 단체장들의 지역 내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거의 60%를 조금 넘거나 육박하는 도정 및 시정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단체장과의 관계성이 총선 국면에 집중 부각될 수 있다(그림2). 새누리당으로서는 마땅한 지역 구심점이 없다. 이회창 전 총재 이후 호시탐탐 지역 패권을 겨냥하며 이인제 최고위원과 이완구 전 총리가 나섰지만 기대만큼 반향을 불러오진 못했다. 이 최고위원의 경우 지역구에서 당선되어야 한다는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고, 이 전 총리는 아직까지도 ‘리스트 정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정우택 전 충북지사의 지역 장악력도 아직까진 제한적인 수준이다. 충청권 포스트 박근혜로 지칭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새누리당 충청 맹주를 자임하는 인물이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충북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잠재적 여권 주자로 거론되는 점이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 등락에 따라 충청권 표심이 더욱 요동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공약이 충청 표심에 큰 영향…세종시 공약 등

마지막으로 충청권 표심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총선 공약 이슈이다. 충청권은 영남과 호남 또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정책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모습을 수차례 보여왔다. 세종특별시가 탄생되는 과정, 만들어지고 이전하는 과정에서도 ‘수도 이전’, ‘세종시 원안’ 등으로 설명되며 선거에서 민감한 이슈였다. 지난 대선 당시 충청권 공약은 매력적이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몇 개 공약의 추진일정이 발표되었지만 여전히 ‘충청 소외론’이 지역 내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충북내륙고속도로 건설은 발표되었고 중부내륙선 철도 복선화 사업 등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세종특별시도 기대와는 달리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이 지역의 시장도 지역구 국회의원도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공무원 인구가 절대 다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일정 부분 쌓여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느 해와는 달리 대북 안보 이슈가 충청권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일보와 스토리닷이 지난 6~8일 빅데이터로 분석한 내용을 보면 ‘총선 민심 현안’으로 ‘북한’을 언급한 건수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미사일’이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발언으로 남북한 긴장 상황은 더 깊어지게 생겼다. 휴전선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충청권이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어디에 배치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북한핵 이슈는 선거의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누리 보육예산을 비롯해 전국적인 이슈와 함께 충청권이 원하는 지역적인 정책까지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

역사는 1등 밖에 기억하지 않는다고 한다. 조금 더 들어가면 2등까지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생각해줄지 모르겠다. 그러나 3등은 좀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역대 선거에서 영·호남과 수도권이 강조되면서 충청은 3등 취급을 당하는 ‘충청 소외론’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20대 총선이다. 충청권 민심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뚜껑을 열고 나면 전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충청권 민심의 가장 두드러진 3대 변수는 먼저 특정 정당으로 민심이 모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역대 선거와 비교할 때 선거의 지역 구심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충청권 맹주를 자처하기엔 역부족이다.

박 대통령 마케팅과 광역단체장 후광 효과 충돌

이번 선거에서는 박 대통령 영향력과 단체장들의 후광 효과가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어느 쪽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날지는 후보자가 정치적 거물의 영향력을 자기 자신과 자신의 정책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시킬수 있는지에 달렸다. 아무리 스타 마케팅을 시도하더라도 대통령과 후보를, 단체장과 후보를 따로따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면 후광효과를 오롯이 얻어가기는 힘들다. 충청권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소외론’이 선거를 앞두고 불거졌기 때문에 대선 공약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했는지 총선 공약은 얼마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버니 샌더스가 미국 대통령선거에 회오리 바람을 몰고온 것처럼 충청권의 총선 결과 예측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다.

어쩌면 지역을 볼모로 하는 정치에 덜 시달렸던 충청권 유권자들이야말로 정당 성향에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가장 매력적인 정당과 후보에게 표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역대 선거를 보더라도 충청권은 평상시의 지지율과는 상관없는 선거 결과를 보여준 적이 많았다. 지역 자체가 부동층 성격이 강한 곳이어서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정책을 더 꼼꼼히 따져온 이유일 수도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충청권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77세의 노신사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첫 프라이머리에서 최대의 강적인 힐러리 클린턴을 압도적인 표차로 이긴 것을 사람들은 기적에 비유하고 있다. 제 20대 총선에서는 충청권이 어느 정당에 기적(奇蹟)을 만들어줄지 매우 궁금해진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길리서치 팀장-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사,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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